경마도 다른 스포츠와 같이 경주 작전이 중요하다. 야구를 대표했던 감독 중에 맹장으로 불렸던 김응룡 감독과 덕장으로 불렸던 김인식 감독이 있었고 지장으로 불렸던 김성근 감독이 있었다. 맹장은 비교적 공격적인 전략을 많이 활용한 경우이고 덕장은 선수들을 믿고 여러 가지 작전보다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작전을 내리는 경우를 말한다. 지장은 선수들의 세밀한 기록들을 바탕으로 철저하게 기록 야구를 선호하는 경우이다.

 

그러면 경마에도 맹장과 덕장이 있을 까. 부산경남경마공원의 경우 김영관조교사가 맹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관리하고 있는 말들의 능력을 믿고 공격적으로 경주를 펼치곤 한다. 덕장스타일은 어느 조교사라고 콕 찍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백광열조교가 어떨까. 필자의 경우는 아마도 지장에 가까운 것 같다. 조교 상태와 경주 후의 피드백 자료를 경주 작전에 철저하게 활용하려고 한다. 그래서 조교하는 내용을 매일 노트에 기록하고 경마 날에는 메모지에 기록을 한다. 경주 작전은 A4 용지에 경주별로 작전지시 내용을 적어서 그것을 참고로 기수에게 작전을 전달한다. 경주 후에는 다음에 있을 경주에서는 어떠한 경주 작전을 펼치는 것이 좋을 것인지를 메모지에 기록한다.

 

조교사들이 경주 작전을 세울 때 어떠한 내용들을 참고로 하는가는 조교사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권승주

 

조교사들이 경주 작전을 세울 때 어떠한 내용들을 참고로 하는가는 조교사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필자의 경우는 큰 기둥과 작은 기둥을 만들어 그것을 토대로 경주 작전을 세운다. 큰 기둥에 해당하는 것은 경주거리, 질주습성(펄롱타임), 게이트번호, 조교 상태와 경주마의 컨디션이다. 작은 기둥에 해당하는 것은 주로의 수분 함수율과 상대 말의 질주습성과 게이트번호다.

질주습성에 따라 선행을 갈 것인가 또는 선 추입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기도 하지만 경주거리도 크게 고려한다. 또한 게이트 번호와 주로의 함수율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거기에 조교 상태와 컨디션을 참고로 최종 작전내용을 완성한다.

 

일례로 조교 상태와 경주마의 컨디션이 좋을 때는 선행을 가 본적이 없었던 말도 스타트부터 과감하게 밀고 나가서 선행을 보내거나 최소한 2~3번째 정도는 따라가라고 지시를 내리기도 한다. 반대로 평소에 선행을 갔었던 말도 초반에 너무 무리하지 말고 선입정도에 가게 하거나 선입정도를 했던 말을 4~5번째 정도에서 힘 안배를 많이 하고 가라는 작전을 주기도 한다.

 

비가 오거나 주로가 질퍽한 날에는 대부분의 우승마들이 선행이나 선입그룹에서 많이 나오기 때문에 최소한 중간그룹 앞 정도에서 경주를 펼칠 것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전형적인 추입마의 경우는 조금 다를 수 있다.

 

필자가 경주 후 기수에게 많이 질문하는 내용은 경주마가 모래를 맞는 반응에 대하여 질문을 한다. 그것은 다음에 경주에 나갈 때 참고로 하려기 때문이다. 경주마의 여력은 남아 있는데도 경주 중 모래를 맞으면 덜 뛰려고 하는 말들이 생각보다 많은 이유에서다.

필자가 관리하는 말들 중에도 모래 맞는 것을 싫어하는 말들이 여러 마리 있다. 그 중에 대표적인 말이 “마하타이탄”과 “라온더파워”다. 이 말들은 모래를 많이 맞고서 우승한 경우가 없다. 그래서 거리의 손해를 보면서도 약간 외곽으로 모래를 맞지 않고 전개하는 작전을 내려 준다. 이 말들이 우승한 경우는 기수가 작전을 잘 수행했을 때 가능했다. 때에 따라서는 그 것이 오히려 경주마의 체력을 소진시키는 경우가 되어 최하위의 성적을 낸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중간에 싸여서 모래를 맞고 입상한 적이 없기 때문에 무리가 되더라도 이와 같은 작전을 내릴 수밖에 없다.

 

“마하타이탄”의 경우 2등급에서 작전대로 펼쳐서 2번 모두 많은 거리차로 우승을 하고 1군으로 승군을 했다. 그러나 1군 승군 후 연속 5번이나 최하위를 면치 못하였다. 그것은 2군과 1군과의 능력차이로 인해 원하던 대로 경주를 펼치지 못한 이유가 크다. 그러나 지난 5월에 있었던 경주에서 2착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말에게 약간의 무리가 따랐지만 작전대로 펼친 결과였다. 최근 6월에 있었던 경주에서 1착을 한 것은 작전대로 편안하게 선입에서 모래를 맞추지 않고 경주를 펼친 결과 3마신 차 우승을 할 수 있었다.

“라온더파워”의 경우는 경주 작전을 펼치기가 매우 까다로운 말이다. 세 차례의 경주에서 1번 게이트를 받았지만 1~2착을 한 경우가 없다. 이 말은 선행이나 선입에서 모래를 안 맞고 가야 성적이 나오는 말이다. 겁도 많은 말이어서 안쪽 번호만 받으면 선행이나 선입을 전혀 하지 못한다. 또한 경주중에 모래를 맞게 되면 의욕을 상실하는 스타일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 말이 우승한 경우는 대체로 외곽번호를 받았을 때이다.

 

경주를 마치고 돌아오는 기수에게 필자가 또 다른 질문을 한다. 말이 경주거리에 적절했다고 생각하는지를 질문한다. 그 이유는 조교사가 경주전개를 모니터로 보고 경주거리에 적합한지를 판단하는 것보다 직접 기승한 기수가 느끼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여러 자료들을 토대로 경주 작전을 수립하여 기수에게 작전지시를 내린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기수가 작전대로 경주를 펼쳤을 때 우승확률은 높아진다. 이와 반대로 경주 작전대로 펼치지 못하는 경우 우승확률은 낮아진다.

 

기수는 경주 전 조교사가 내린 작전에 대하여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 보는 것이 경주 작전을 이행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조교사는 경주가 작전대로 펼쳐져 우승으로 이어질 때는 희열을 느낀다. 그러나 좋은 성적을 못 내는 경우 “작전대로 잘 타고 졌으니 어쩔 수 없다”고 위안을 삼아 보기도 하지만 “작전을 잘못 내리지는 않았는지” 자책을 해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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