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 한창이었던 6월 26일 상반기 그랑프리 제63회 다카라즈카기념(宝塚記念) 레이스가 한신경마장에서 개최되었다. 다카라즈카의 정식명칭은 다카라즈카시장상이며 브리더스컵 챌린지상(Breeders'Cup Challenge)로도 불리고 있다. 2011년부터 우승마에게 미국의 브리더스컵 우선 출주권과 등록비, 운송비 등이 지원되고 2019년부터는 호주의 콕스플레이트(W.S.Cox Plate) 출주를 지원하는 등의 우승상금 2억엔에 더해 많은 혜택이 주어지면서 국제적 레벨의 레이스임을 증명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5월초부터 한달간 팬투표가 진행되었고 상위 20위의 말(馬)들이 선정되었는데 다카라즈카 팬 최다투표 기록인 19만표를 획득한 “타이틀홀더”가 1위, 지난해의 연도대표마 에프포리아(Efforia)가 2위 그리고 백마 소다시(Sodashi) 가 3위 등 일본 최고의 현역 말들이 이름을 올렸다.

 

멜로디레인ⓒ김기현

 

팬 투표는 1위였지만 본 레이스에서 현장 단승 인기 2위로 밀렸던 “타이틀홀더”가 2:09.7초로 11년 만에 레코드를 갈아치우는 기록으로 우승을 했다. 이로써 “타이틀홀더”는 다카라즈카를 우승하면서 명실상부한 일본 최고의 강한 말로 등극하게 되었다.

“타이틀홀더”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2018년 2월10일생 홋카이도 신히다카쵸의 오카다스터드(岡田STUD) 출신으로 2021년 3세 클래식 사츠키에서 2착, 재팬더비에서 6착을 하면서 2018년에 태어난 엘리트 세대 가운데서 약간 뒤처진다는 평가였지만 클래식 마지막 타이틀인 깃카쇼(菊花賞)와 봄천황상(春天皇賞) 그리고 이번 다카라츠카기념을 우승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하게 되었다.

“타이틀홀더”의 마명은 보이는 그대로 타이틀 보유자라는 뜻으로 부마(夫馬)인 듀라멘테((Duramente)와 조부마(祖父馬)인 킹카메하메하(King Kamehameha)가 재팬더비 우승마이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말의 혈통을 파고들어 얘기하면 부계(父系)인 사이야라인 (Sire line) 과 모계(母系)인 페밀리라인(Family line)으로 구분되는 것이 상식인데 듀라멘테의 페밀리라인은 일본경마의 최고라고 평가되고 있는 모계를 자랑하고 있다. 필자가 좋아하는 혈통이기도 하니 사심을 담아 조금 설명을 해보면 듀타멘테의 모마(母馬)는 어드마이어그루브(Admire Groove)로 GⅠ엘리자베스 여왕배를 2연 연속으로 우승하였고 외조모마인 에어그루브(Air Groove)와 증외조모마인 다이나칼(Dyna Carle)이 재팬 오크스를 우승한 경력이 있는 말(語) 그대로 GⅠ을 대를 이어 계승하는 화려한 마계(馬係)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타이틀홀더”는 부마인 듀라멘테 폐밀리계 라인의 5대에 걸친 GⅠ 우승이라는 기록을 계승하면서 가문의 영광을 이어가는 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참으로 혈통은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세상이다.

 

영상=JRA公式チャンネル(바로가기)

 

 

“타이틀홀더”의 부계가 너무 화려하다보니 모마인 모엔 (Mowen)의 얘기가 뒤떨어지는 것 같지만 아름다운 모엔에게도 예쁜 화젯거리가 있다. 모엔에게는 일본경마에서 아이돌호스로 알려진 유명한 현역 6세의 멜로디레인(Melody Lane)이라는 딸이 있는데 이번 다카라츠카기념에 출주하면서 남매동반 출주라는 흥미와 재미를 팬들에게 선사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멜로디레인의 부마는 2011년 클래식 3관마인 오르페브르(Orfevre)이고 동생인 “타이틀홀더” 와는 다르게 체중이 330kg의 경주마로서는 아주 작은 마체다. 그렇게 작은데도 불구하고 장거리를 특기로 하는 스테이야(stayer)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 인기의 몫을 톡톡히 하는 부분이다. “타이틀홀더” 역시 장거리를 특기로 하고 있는데 이유는 모마인 모엔이 장거리적 성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타이틀홀더”가 2200m 중거리인 이번 다카라즈카기념에 우승하면서 중장거리를 완벽하게 섭렵하였고 최강마로서의 입지를 각인시켰다. 국내에서는 상대가 없다는 얘기다. 자 그러면 어디로 가야할까? 대답은 해외 원정이다. 진영에서는 10월 파리 개선문상에의 출주를 선언했다. 일본은 또 떠들썩하기 시작했고 이전에도 얘기했지만 파리 개선문상의 우승에의 목표는 일본 경마 관계자들에게 있어서의 야마토의 혼(大和魂)이라고 할 만큼 가치가 높은 레이스다.

 

타이틀홀더ⓒ김기현

 

과연 “타이틀홀더”가 야마토의 혼의 기원을 풀어줄 수 있을지 필자도 기대되고 응원하고 싶어졌다.

이번 다카라즈카기념은 말(馬)들의 전력 질주를 보고 싶었던 필자의 꿈이 이루진 레이스가 되기도 하였다. 3년 만에 한신경마장을 찾았고 너무나 감격스러워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리고 기대 이상으로 분위기가 좋아서 200% 만족을 하며 경마장을 나올 수 있었다. 코로나 방역지침이 완화되면서 올해는 사전 신청을 통해 7만명 한정의 관객을 받았다고 한다. 정말 걸어 다닐 틈이 없었고 매점에 들려 레전드 말 인형을 구입하고 싶었지만 길게 늘어진 줄로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정말 아쉬웠다.

그리고 경마장의 분위기가 달라져 있는 것을 느꼈다. 3년 전과는 다르게 관객의 연령대가 젊어져 있었고 남녀가 데이트를 겸하여 경마를 관람하는 풍경을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었다. 지금의 경마 트렌드를 반영하는 프랑스 개선문상에서 보았던 그런 그림 같은 풍경이었다. 이 또한 우마무스메 게임의 영향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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