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주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활약하던 ‘픽미업’이 미국 원정길에 올라 두 번의 경주를 치렀다. 미국원정 신청마중 ‘픽미업’이 낙점을 받을 때만해도 우리에게는 설레임과 약간의 기대감을 갖게 하였다. 일부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우리마필의 현실을 확인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어 대다수가 긍정적인 일로 평가하였다. 필자 또한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야 호랑이를 잡지는 못할망정 호랑이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우물 안의 개구리는 언제나 우물 안에서만 대장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번 미국 원정경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두 차례 치른 경주에서 모두 꼴찌를 하는 결과를 얻었다. 총상금 5만불 정도의 경주였다. 경마장의 수준도 미국내 중간급이었다. 이미 치른 두 번의 경주만 가지고도 우리나라의 마필수준을 확인 할 수가 있었다. 아직 남은 한 번의 경주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우리보다 경마선진국인 일본도 첫 해외 원정경주에서 참패한 경험이 있다. 그 후 지금 일본의 경주마는 미국을 비롯한 몇 개의 선진 경마국에는 뒤질지 모르지만 세계 속에서 일본 마필을 호락호락 볼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 얼마 전 은퇴하여 씨수말로 활동하게 될 ‘제이에스홀드’의 소중함을 더욱 크게 느끼게 되는 것도 국산마의 1인자가 원정길에 올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더욱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코 실망만 할 일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꿈이 있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무한한 가능성은 아니라 할지라도 분명 지금보다는 더 강하고 빠른 말이 계속적으로 탄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매년 더 좋은 씨암말과 씨수말이 계속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현실이 그 가능성에 확신을 가져다 준다. 얼마 전 중국에서 치러진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는 그것을 보았다. 수영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박태환선수의 경우가 그것이다. 몇 년전 까지만 해도 우리는 수영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전문가들도 아마도 우리가 수영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려면 약 30년 후에나 가능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30년을 앞당겨 그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이처럼 우리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놓는 경우를 가끔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후한(後漢)의 광무제(光武帝)의 부하 중에 경엄이라는 용장이 있었다. 그가 산동(山東)을 평정한 일에서 비유된 사자성어로 지자필성(志者必成)이라는 단어가 있다. “뜻이 있는 자는 반드시 성공한다”는 말로서 “뜻이 있는 자에게 길이 있다”라는 말과 비슷한 말이다. 그렇다. 우리는 지자필성(志者必成)의 생각으로 국산말을 생산하고 육성하다보면 30년 후에나 세계제패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오늘의 현실로 다가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후대 경마사에 “2008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픽미업’이라는 말이 미국의 원정길에 올라 세 번 치른 경주에서 꼴찌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오늘 국내마필이 세계를 집어 삼켰다.” 라는 기사가 대서특필 될 날을 기대해 본다.


작 성 자 : 권승주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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