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주 금악목장 사장
요즘 각 목장에서는 생산과 교배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올해부터 교배 시작일도 2주 정도를 앞당겼다. 씨수말을 소유하고 있는 한국마사회의 제주 및 장수 육성목장에서 생산농가의 의견을 받아들인 결과이다.

이러한 한국마사회 육성목장의 결정은 생산농가로 부터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종부조건도 작년보다 매우 강화 되었다. 전년도에 유산 및 미임신된 씨암말은 자궁검사 결과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명된 마필만 교배를 할 수 있는 것으로 바뀐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제도를 실시하지 않았던 때에는 마사회 씨수말 ‘엑스플로잇’이 씨암말로부터 성병의 일종인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교배를 중단한 적도 있었다. 또한 올해부터 교배방식도 일부 변경되었다. 작년까지는 발정 후 교배를 하게되면, 이틀 후 또다시 재발정이 오는 마필은 교배를 다시 해 주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한 발정주기에 한번 밖에 교배를 해주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다만 3월에 한하여 재발정이 오는 공태마와 처녀마는 두 번까지 교배를 해주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이러한 마필은 완전한 발정이 아닌 과도기발정이 오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러한 마필도 4월부터는 한 발정주기에 두 번 교배를 해주지 않는다.

여기서 필자는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한 발정주기에 한번 밖에 교배를 해 주지 않겠다는 방침에 대하여 공감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이유는 첫째, 씨수말을 혹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둘째, 정확한 교배의 적기를 맞추어 교배를 신청하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경험에 비추어 보면 수의사로부터 정확한 교배날짜를 지정받아 교배를 한 마필도 씨암말의 난포가 배란(난포가 터짐)이 되지 않고 발정상태가 그대로 유지되어 재교배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 하였다. 수의사도 씨암말의 교배적기 판단을 모두 정확하게 내리기는 쉽지 않다. 씨암말의 몸상태 및 체질, 그밖에 여러 요인에 따라 배란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교배시즌중 씨암말의 발정주기가 많이 오면 6회 정도 발정이 오고 늦게 출산한 마필은 많아도 2-3회만 발정이 오는 경우가 보통이다. 그런데 한 발정에 한 번만 교배가 가능하다면 임신율의 저하를 가져 올 것으로 판단된다. 올해 씨수말 한 마리가 많으면 씨암말 90두를 상대해야 한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 유명한 씨수말은 한 시즌에 200두까지 상대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수치상으로 볼 때 한 번의 발정기간에 한 회 교배로 제한하는 것은 생산농가의 입장에서 고려된 조치는 아닌 것이다.

이제 생산농가도 씨암말의 수준이 떨어지는 마필은 과감하게 도태해야 살아날 수 있다. 그것은 올해 실시된 금악목장과 경주마 생산자협회 경매를 통하여 극명하게 나타났다. 그런데 최근에 외국으로부터 우수씨암말의 조건을 갖추지 않으면 한국마사회 우수씨수말의 교배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생산농가는 경제적 부담을 가지고도 씨암말을 도입해온 경우가 많다. 그러한 씨암말이 임신이 되지 못하고 한 해를 보낸다는 것은 생산농가로서는 커다란 손실인 동시에 경제적인 부담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교배의 정책이 씨수말의 입장을 지나치게 고려한 정책은 아닌지 다시 한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작 성 자 : 권승주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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