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장 하나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경주로와 관람대, 부대시설 등 기본시설에 경주마 생산자, 마주, 경마선수, 경마감독, 마필관리사 등 수 천 여명의 관계자가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막대한 재정이 소요된다. 본장 외에도 장외발매소의 역할과 기능도 매우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경마를 시행하는 여러 나라에서 경마장 수보다 수 배에 달하는 장외발매소를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9년 세계경마연맹(IFHA) 통계를 기준으로 경마선진국들의 장외발매소 현황 살펴보면 각 나라들이 장외발매소 운영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이웃나라 일본의 장외발매소는 110개(중앙경마 37개, 지방경마 73개)로 많은 편이 아니지만 독립 건물에 마련된 대형 직영장외발매소들이 마권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한국마사회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일본 중앙경마회(JRA)의 경우 본장과 장외발매소·전화투표의 매출 비중이 79.3%로 장외발매소와 전화투표 매출이 절대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 거대하고 화려한 일본의 장외발매소 건물은 백화점이나 호텔을 연상시킨다. 일본의 장외발매소는 발매시설 외 어린이 동반 참여자를 위한 키즈방, 여성팬과 65세 이상 회원을 위한 무료좌석, 비체류형 미니 장외발매소 운영 등 장외발매소 모델 다양화를 통해 참여계층의 다양화를 유도하는 한편 경마인구의 저변확대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라쿠엔 돔야구장 바로 옆에 있는 고라쿠엔 장외발매소는 18만명이나 수용하는 대규모 시설이다.

세계 경마를 이끌어 가고 있는 미국은 주별로 경마시행체계가 다르고 장외발매소에 대한 공식 통계도 없다. 경마를 시행하는 주는 경주위원회에서 경마규정을 두고 경마를 시행하고 있으며, 뉴욕주의 경우 약 260개의 장외발매소가 운영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5000∼8000개의 장외발매소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적으로 미국의 장외발매소의 매출 비중은 89%에 이른다. 그러나 미국은 최근 카지노나 스포츠토토 등에 밀리면서 장외발매소의 매출 하락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홍콩자키클럽은 경마뿐 아니라 축구 복권과 마크식스로터리(로또와 유사함)사업까지 하고 있는 ‘베팅그룹’이다. 홍콩의 인구는 한국의 15%에 불과하지만 장외발매소는 4배나 많은 126개를 운영하고 있다. 홍콩인들에게 경마는 생활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일하는 중에도 라디오 경마중계를 들으며 마권을 맞춰보는 것이 평범한 홍콩 소시민의 일상이다. 바쁘게 사는 홍콩인들은 경마장에 가기 보다는 가까운 가게에서 마권을 사서 짬이 날 때 마번을 맞춰보며 망중한을 즐긴다. 홍콩자키클럽은 장외발매소외에도 전화베팅, 모바일베팅, PDA베팅, TV베팅 등 다양한 마권구매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경마의 종주국인 영국에서는 북메이커(bookmaker)라는 사설마권업자들이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이 북메이커들은 패리뮤추얼 방식을 쓰는 토트(TOTE)社와 마권발매시장을 양분하고 있는데, 이들을 합친 영국 전역의 장외발매소는 무려 9천여 개에 달한다. 영국의 장외매출 비중은 99%가 넘는다. 영국인들은 굳이 경마장을 찾아가지 않아도 신문이나 담배를 사는 것처럼 어디서나 마권을 살 수 있다. 영국인들에게 마권은 심심풀이로 사는 복권이나 마찬가지다.

한국경마의 장외매출 비중은 매년 70% 내외로 보통 90%를 훌쩍 넘는 경마선진국들에 비하면 발매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한국에서 장외발매소는 경마를 직접 시행하는 경마장을 제외하면 마권을 구매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사행산업 종합계획이 발표된 2008년 이후 장외발매소의 신규개설은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불법사설마권을 사는 게 훨씬 편하다. 덕분에 불법사설경마는 마사회 매출의 4배에 이를 정도로 창궐하고 있다. 그런데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장외발매소를 없애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 아닌가.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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