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방역 노선환 대표. ⓒ레이싱미디어 이용준
말 질병 예방·방역 ‘앞장’ 노선환 그린방역 대표 인터뷰
국내 특허 기술로 천적·포집기 개발…유해곤충 95% 박멸 성공


2010년 경북 안동에서 시작한 구제역은 세계동물기구(OIE)로부터 지난 50년 이래 발생한 최악의 구제역으로 거론될 정도로 347만 마리의 가축 살처분, 150여 명의 인명 피해와 3조원 이상의 피해 금액을 발생했었다. 구제역은 치사율이 55%에 이를 만큼 치명적이고 무서운 발굽 가축 급성전염병이다. 조류 인플루엔자 또한 닭, 오리 등 조류에게서 발견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제1종 가축 전염병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병원성에 따라 폐사율이 100%에 이를 정도다.

구제역은 소나 돼지, 양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 사이에서 감염되는 질병이기에 굽이 하나인 기제류(奇蹄類)인 말은 이 구제역으로부터 안전하다. 하지만 말은 폐사율은 낮으나 전염성이 강한 ‘말 인플루엔자’나 ‘말선역(Strangles)’, 말 뇌척수염(Encephalomyelitis) 가운데 하나로 모기를 매개로 해서 생기는 ‘일본 뇌염’, ‘아프리카마역(AHS)’ 등 무서운 전염병에 노출될 위험이 언제든 있다. 말 전염병이 돌면 경마 시행 자체가 중단되고, 제주도의 경우 구제역만큼이나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1973년에는 말 인플루엔자가 발생해 2주간 경마가 중단됐었고 1985년에는 의사선역, 1997년에는 일본 뇌염이 발병했었다. 2007년 호주와 일본은 말 인플루엔자로 경마가 중단된 적이 있다.

일반 목장과 승마장에는 말라리아와 뎅기열 등 치명적 질병을 전염시키는 모기 외에도 흔히 쇠파리라 부르는 침파리, 등에, 진드기가 많다. 때문에 마방이나 축사 건설을 두고 여론의 반대에 부딪히는가 하면, 흡혈성 등에(Tabanid)나 침파리에 물린 말을 타다 낙마하거나 최근 제주를 시작으로 내륙 지역까지 야생 살인 진드기에 의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방역 문제가 말산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질병 예방을 위해서는 ‘백신’뿐 아니라 ‘방역’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영세한 승마장, 목장 현장을 가면 방역에 대한 개념이 전무하다. ‘끈끈이’로 파리를 잡거나, 모기향을 피우거나 포충기를 설치해 기껏 나방이나 잡는 정도다. 사람도 모기에 물리면 간지럽거나 붓고, 파리가 있으면 신경 쓰여 잡아야 하는 등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닌데 말도 못하는 말이 느끼는 그 고통은 얼마나 클까.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대학교의 페기 포웰 의료진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가축에게 가장 해로운 흡혈성 파리인 침파리(Stable fly)가 흡혈하면 가축은 관절 이상과 스트레스에 노출될 뿐 아니라 개체 당 50마리의 침파리가 붙었을 때 몸무게의 25%가 감소했다. 젖소의 경우 우유 생산량이 4~60% 감소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했다. 그렇다면 말에게 직접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유해곤충인 모기와 침파리, 등에 등 유해곤충을 효과적으로 없앨 방법은 없는 것일까?


그린방역, 장수목장·제주육성목장·경마훈련원 등 친환경 방제 시행
노선환 대표, “전국 축산농가와 목장, 승마장에 방역 기술 전파하고파”


경기도 성남시 이매동에 있는 그린방역은 2,000년부터 현재까지 KRA한국마사회 원당목장(지금의 경마교육원)을 시작으로 장수목장, 제주육성목장 등지에서 14년간 방역 업무를 수행하며 모기, 파리, 등에, 침파리 등 유해곤충과 진드기 방제를 연구해 왔다.

당시 상황에 대해 노선환 대표는 “사람과 말 모두에게 해로운 합성화학살충제를 쓰거나 심지어 에프킬라를 뿌리며 방역하는 등 불필요하고 구태의연한 방법을 쓰는 것을 보고 효과적인 친환경 방제에 대한 연구를 결심했다”고 소회했다. 이후 ㈜한국유용곤충연구소 교수를 초빙해 유해곤충만 선택적으로 죽이는 방법 등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침파리는 특히 물가와 수초 등에 알을 낳아 잡을 수 있는 방법도 없고, 말의 살을 집고 나올 정도로 문다. 침파리가 말의 등과 다리를 물어 훈련하던 기수가 낙마한 사건이 발생하자 지난 2008년에는 KRA한국마사회 경마훈련원 김진갑 팀장(현재 말보건원 진료담당)의 의뢰로 ㈜한국유용곤충연구소 소속 박사 5명과 함께 흡혈성 등에에 관한 연구를 발표, 파리기생 포식 천적 ‘랩터’(Raptor·학명 ‘배노랑파리금좀벌’)를 이용한 파리 방제 효과에 대해 검증 보고를 했다. 또 흡혈성 파리인 침파리 방제를 위한 유인트랩과 ‘타바니컵’ 포집기 개발에 성공해 특허(제10-1023248호: 흡혈성 파리목 해충 포집 장치)까지 냈다. 모기 가운데 흡혈하는 암모기만 유인해 잡는 모기트랩도 개발해 특허(제10-0997230)도 냈다.

랩터는 우리나라 자연계에 존재하는 토종 천적기생벌로서 말과 사람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고 파리 번데기에 기생해 유해곤충을 효과적으로 죽인다. 말과 사람에게 해로운 살충제를 쓰지 않고도 천적과 트랩 개발 등을 통해 유해곤충을 효과적으로 없앨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한 것. 이후 그린방역은 장수목장을 비롯, 제주육성목장과 경마훈련원 외에도 제주특별자치도 축협 도축 폐기물 비료화 공장, 경기도 양평의 축분 비료공장 등지에서 친환경 방제 작업을 진행했다. 또 한국방역협회와 성남시와 MOU협정을 맺고 유충구제제를 이용한 모기 방제 모니터링도 진행 중이다.

그린방역의 이러한 연구와 노력의 결과 현재까지 친환경 방제를 활용하는 장수목장 등지에서는 살충제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파리, 모기, 등에, 침파리 등 위생해충을 90%이상 방제하고 있다. 또 지난해 KRA한국마사회가 주관한 2012말산업박람회에서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경사를 맞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말산업선진국이라는 독일과 말산업 시장 잠재력이 큰 중국 측에서도 그린방역의 친환경 방제 기술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말산업선진국이라는 호주조차 초지가 넓고 관련 기술이 없어 살충제도 못 뿌리고, 말에게 눈가리개와 각반 등을 착용하는 등 원시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 정도와 비교하면 방역 문제에 있어서는 국내 기술이 우위를 점한 것.

노선환 대표는 “친환경 방제는 그 나라 유해곤충의 고유한 천적을 찾아 최소 5년 이상 연구해야 하는 장기 작업”이라며, “친환경 방제는 미국에서 한 곳, 그리고 국내에서는 ㈜한국유용곤충연구소와 그린방역에서만 연구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일부 목장과 승마장에도 친환경 방제 시스템을 도입해 유해곤충을 95% 가까이 박멸하는 성공적 결과를 보였다. 하지만 특허까지 내고 생산에도 성공했지만, 포집기 재질 문제와 경제성 문제로 아직 활성화되진 못 했다. 직원 3명이 방제에 앞장서겠다는 ‘장인정신’ 하나로 전국 승마장과 목장 등을 뛰어다니며 활동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도 방역과 방제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난점도 있다.

노선환 대표는 “2,000년도에 처음으로 원당목장에 갔을 때 야간 당직자들이 모기장을 치고 에프킬라를 뿌리던 모습, 목장과 승마장에서는 모기와 파리가 있는 건 당연히 알고 끈끈이나 붙이던 모습이 생각난다. 이후 오랜 연구를 통해 각종 보고서와 학회 논문, 특허를 발표했고 이제는 살충제를 쓰지 않고도 유해곤충을 90% 이상 억제하는 기술을 개발해 말과 사람 모두 편하고 위생적인 환경을 만들 수 있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노 대표는 “향후 방제 기술을 전파해 영세한 우리 축산농가와 승마장이 소득을 증진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jr.co.kr

작 성 자 : 이용준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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