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문화체육부장관배 전국승마대회 장면.

선수 2명, 말 2두 입상 성적 속여 ‘실격 처리’
광주승마클럽 소속 권돌 선수 ‘깜돌이’와 릴레이 강습생부 우승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충남 부여군 신리에 마련된 백제문화제 특설경기장에서 열린 14회 문화체육부장관배 전국승마대회 결과가 발표됐다.

국민생활체육 전국승마연합회(박남신 회장)와 충남승마연합회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부여군(이용우 군수), KRA한국마사회,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후원한 이번 대회는 6종목이 열린 가운데 말 110두와 150여 명이 참여했으나, 시작 전부터 생활체육 승마인들과 동호인 단체 사이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일부 선수와 말이 이전 대회 입상 성적이 있음에도 같은 종목에 출전, 실격 처리 사태가 발생해 ‘터질 것이 터졌다’라는 반응이다.

먼저 이번에 실격된 선수는 릴레이2 미입상부에서 2위 팀의 일부 선수들이다. 또 장애물 80cm 미입상부에서 1위와 릴레이1 강습생부 1위를 한 말 2두가 실격 처리됐다. 전국승마연합회 주최 대회 같은 종목에 입상한 경력이 없어야 하는 ‘미입상부’에 입상한 적이 있으면서도 대회 출전을 감행한 것은 단순 부주의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게 일각의 지적이다.

한편, 이번 대회 단체 종합 우승은 3,434점을 기록한 경상북도가 차지했다. 관심을 모았던 강습생부 릴레이1 단체에서는 광주승마클럽의 권돌 선수 등이 ‘깜돌이’와 호흡을 맞춰 1위를 했다. 권돌 선수는 장애물 Ⅰ-Class 허들에서도 광주승마클럽 소속으로 ‘할리’와 함께 2위를 차지해 메달과 120만 원의 상금을 수득했다.

취재 수첩 – 말·사람·관행, ‘삼박자’가 만들어 낸 실격 사태

지난 4일 열린 제14회 문화체육부장관배 전국승마대회에서 선수 2명과 말 2두가 실격 처리됐다. 대회를 앞두고 개최 요강 일부가 변경이 있었던 데다 참가 자격 조건이 복잡해 주의가 요망됐지만, 사실 내막을 들여다보면 속사정은 더 복잡하다.

실격 사태가 벌어진 근본적 문제는 사실 다른 데 있다. 이전부터 생활체육 승마인들 사이에서는 승마대회 요강 문제가 애매모호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엘리트대회에 뛴 말이나 능력을 검증받은 선수가 한 단계 낮은 생활체육대회에 출전해도 ‘개인의 양심’의 맡겨야 할 뿐 이를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

또 다른 문제도 있다. 2009년부터 전개된 전국민말타기운동(현 전국민말사랑운동)을 수료한 일반 및 대학생 선수가 참가하는 강습생부 상금이 타 종목보다 많아서 일부 ‘미입상한 실력자’들이 강습생부에서 뛰는 편법도 자행한다. 선수들은 동종목에서 1회 이상 입상 성적이 있을 시 강습생부로 참가할 수 없다. 하지만 말사랑운동 수료자가 실력이 일취월장, 엘리트대회 마장마술 부문에서 입상할 정도로 뛰어난 기승 실력을 갖춘 뒤 생활체육대회 장애물이나 릴레이 단체 경기 강습생부에 출전해도 현재로서는 제한할 방법이 없다. 이 역시 ‘개인의 양심’ 문제라는 것.

승마연합회장과 관계된 승마장을 이용하는 일부 동호회의 편 봐주기 요강 변경이 있었다는 루머도 끊이지 않고 제기됐다. 상금과 직결되는 사안인지라 사실 여부를 떠나서 대회 참가자들 사이에서 예민한 문제일 뿐 아니라 생활체육 승마인들이 정정당당하게 실력을 겨누어야 할 축제의 장이 변질되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9월 초부터 일부 승마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이 문제를 두고 온라인에서 설전이 오갔다. 발단은 승마대회 요강에 대해 일부가 문제를 제기한 수준에서 시작됐다. 그러다 동호인 모임을 주도하는 K 씨가 승마대회 요강 문제와 관련된,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내용을 현 승마연합회 박남신 회장이 있는 승마클럽 동호인들에게 문자로 전달한 내용이 타 동호인들에게 알려졌다. 그러자 K 씨의 과거 사생활 문제 폭로부터 비롯해 여기저기서 K 씨와 승마연합회를 성토하는 글이 쏟아진 것.

사실 말산업저널은 지난 9월 중순 생활체육 승마연합회에 이 문제에 대한 근본 원인과 사실 경위를 취재했고, 관계자로부터 대회 요강과 관련한 내용에 대해 충분한 해명을 들었다. 참가 선수 수준에 따른 안전 문제와 대회 진행 시스템의 조직적 문제, 대한승마협회와의 연관 문제, 미흡한 부분에 대해 이사회를 거쳐 수정할 용의가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이후 승마연합회는 이번 문제와 연관된 동호회 카페 글에 대해 삭제 권고를 내렸다. 10월 22일 현재 관련 글들이 거의 삭제된 상태다.

잘 알려졌다시피 마칠인삼(馬七人三)이라는 말이 있다. 경마에서는 이를 말 능력 70%, 사람 능력 30%로 타 스포츠에 비해 사람이 개입한 승부 조작, 비위 사건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의 근거로 활용된다. 하지만 말을 타는 사람이 ‘키’를 쥐고 있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능력 좋은 말은 곧 사람 말을 더 잘 듣는 말이다. 게다가 말은 ‘침묵’하지 않는가. 경주와 대회 특성상 아무리 능력이 좋은 말이라도 기수나 선수가 ‘땡기면’ 서기 마련이고, 상대적으로 성적은 좋지 않다. 일종의 타의적 매너리즘인 셈이다.

그렇다면 대답은 뻔하다. 개인의 양심이나 책임 문제로만 돌려서는 그간 관행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라인홀드 니버는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에서 개인 윤리의 한계성을 밝히고 집단적 이기주의 문제는 개인의 이성이나 양심이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책임은 참가자 개인 양심에 맡길 문제가 아니라 이를 알고도 방치한 조직 관계자들이 우선 져야 한다. 적합하고 철저한 승마대회 규정 정립이 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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