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간다’(2위내 입상한다) ‘안간다’(2위내 입상하지 못한다)는 소스경마와 각종 찌라시 예상에 의한 번호찍기 마권구입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서울경마공원의 관람대는 물론이고 전국 각 지점에서는 경마팬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소스(정보)를 파악하거나 종합지와 찌라시에 의한 단순한 예상마번에 의존해 마권을 구입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경마를 단순한 도박으로 유도하는 편법종합지들도 근절이 되지 않고 있다. 아시다시피 경마는 다른 도박과는 달리 본인이 철저하게 연구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승리하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스경마와 번호찍기가 만연하고 있는 것은 한국경마의 큰 문제점이 아닐 수 없다.

한국마사회는 지난해 봄부터 호객행위 등의 거리질서 문란을 바로잡고 출마정보의 오류와 누락을 방지하고 허위 마방인터뷰기사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위해 일부 예상지의 한국마사회 내 판매승인을 취소하는 등 대대적인 단속을 벌인 바 있다. 경마일마다 방송을 통해 계도방송도 했었고 한국경마전문지협회, 경마전문지판매인협회와 공동으로 무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도 해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불법 편법 종합지들은 더 난무하고 있고 한국마사회로부터 판매승인을 취소당한 예상지들은 경마공원이나 지점 밖에서 호객행위를 하며 마치 한국마사회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판매를 하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단속을 하면서 전문지의 품질평가와 적중률 순위를 발표했다. 그러나 품질평가는 처음에만 시도가 되다가 공정성 시비가 일자 슬그머니 사라지고 지금은 적중률만 발표하고 있다. 이를 두고 용두사미(龍頭蛇尾)라고 하던가.

경마는 각종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자료와 정보를 토대로 분석과 추리를 통해 정답을 도출해내는 스포츠다. 그런데 마사회가 전문지의 품질평가는 도외시한 채 발표하는 적중률 순위는 경마팬들에게 번호찍기를 부채질하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오히려 경마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것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마사회가 앞장서서 번호찍기를 조장하는 환경으로 변질되고 만 것이다.

손자병법(孫子兵法)에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는 말이 있다. 아시다시피 적을 알고 나를 알면 100번 싸워 100번 모두 승리한다는 격언이다. 그러나 한국경마에서는 이 격언이 잘 통하지 않는다. 제대로 알아도 이기기 힘든 것이 한국경마라는 이야기다. 그것은 경마시행시스템의 문제와 경마팬의 경마에 대한 인식의 잘못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좀더 명쾌하게 설명하자면 경마시행제도의 문제점과 경마창출자들의 프로의식 결여, 경마팬의 인식부족이 결합돼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면 될 것이다.

한국의 경마시행제도는 아직도 곳곳에서 일제시대의 것들을 그대로 답습하는 요소가 많이 있다. 마주제경마가 시행된 이후에도 겉모양만 선진화의 틀을 만들었을 뿐 속 내용은 한국마사회가 모든 경주마를 소유하고 경마를 시행하던 시행체마주제 시절의 통제와 규제 비경쟁적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

‘간다 안간다’는 소스 얻기에 혈안이 되고 그저 종합예상지나 찌라시에 의존하는 베팅습관을 버리지 않으면 절대로 경마에서 승리할 수 없다. 서울경마공원 정문 앞이며 전국 각 지점 밖의 정보지 판매현장은 그야말로 무질서의 극치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를 시행하고 경마팬의 베팅습관이 바뀌면 무엇하랴. 마주 조교사 기수 관리사 등 경마창출자들이 철저한 프로의식으로 매경주 전력질주를 하지 않는다면 한국경마의 부정적인 모습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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