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시작 30분전이면 어김없이 출전마들이 예시장에 선을 보인다.

말이 예시를 마치고 주로로 나가기 전까지 15분여.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예시되는 말들의 상태를 체크하고 과거의 성적이나 훈련상황을 대조하여 우승마를 골라내는 작업을 한다.

여기서 말을 보는 시점은 크게 나누어 2가지다.

하나는 함께 예시되고 있는 말(馬)끼리의 비교인 ‘상대비교’와 또 하나는 각각의 말의 지난번 혹은 과거출전시 모습과 비교해 접근하는 방식인 ‘절대비교’가 있다.

지난 강의 마지막회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말은 계속 변화한다. 이러한 사실에 근거해 접근하는 방식이 바로 ‘절대비교’로서, 지난번 또는 더 이전 나아가서 3세마 시절과 4세마 시절의 변화를 기억해둔다면 그 말의 베스트(best)상태와 워스트(worst)상태를 알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말에도 각각의 성격이나 버릇이 있기 때문에 그 말이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 진정 “좋다, 나쁘다”를 구분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절대비교를 통해 효과적인 사례를 들어 보겠다.

지난 2007년 스포츠서울배에 출전했던 ‘보니비’가 당시 준우승을 차지했을 때, 필자는 예시장에서 그 말을 보았지만 여름철을 감안하더라도 과다하게 땀을 흘리면서 다소 흥분된 모습을 보였다. 그 전까지는 이만큼의 땀을 흘리는 말이 좋은 성적을 거둔 예가 드물었기에 “당연히 입상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초반 선두권을 장악한 이후 그대로 버티기에 성공하면서 복승식 배당 100배가 넘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런데 경주가 끝나고 4개월이 지나 출전한 ‘보니비’의 모습은 스포츠서울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굉장히 침착한 듯 차분한 움직임이었고 흥분된 모습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어 필자는 “아, 이제 이 말은 궤도에 올랐구나”라며 입상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실전에서는 전혀 무기력한 모습으로 최하위를 기록하고 말았다.

그 일로 ‘보니비’의 베스트 상태와 워스트 상태를 알 수 있었으며, 이러한 분석은 말의 과거상태와 현재상태를 비교하는 ‘절대비교’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절대비교에는 말의 컨디션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 말의 형태의 변화도 포함된다.

2세때 얇은 피부에 전체적으로 좋은 형태를 가진 말이라 하더라도 3세, 4세로 접어들면서 오히려 그런 형태가 상실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른 말에 비해 빠른 시일내에 3군, 4군으로 승격했지만 그 이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퇴역하고 마는 경우가 부지기수로, 여기에는 그 말의 컨디션 저하도 이유가 되겠지만 형태가 좋지 못하게 변화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예시장에서는 간혹 컨디션이 최고조 인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실전에서 전혀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최상의 컨디션이구나!”라고 생각한 말이 주목받지 못하는 비인기마라면, 더욱 매력을 느끼게 된다. 필자도 그런 말에 몇 번을 속았는지 모른다. 또, 그 말이 다음 출전때도 똑같은 상태를 보이면 괜히 눈길이 가게 마련이고, 지난번은 그랬지만 이번만은 달라 라는 생각으로 기대해보지만 역시나 결과는 마찬가지.

이러한 경우 주목할 점이 바로 말의 형태변화다. 출전때마다 컨디션이 좋다 라고 하는 것은 이미 그 말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것으로 꾸준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비록 현시점에서는 성적이 나오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출전시 마다 매번 이런 말에 베팅해서는 곤란하다. 과거와 비교해 조금이라도 형태의 변화를 보이는 시점이 바로 베팅의 타이밍이다. 그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변화과정을 잘 관찰해 나간다면 머지않아 그 말은 입상 혹은 우승으로 여러분에게 보답할 것이다.

지금까지 예시장에서의 ‘절대비교’에 대해 알아보았다. 다만 절대비교 방식은 그 말만의 비교이기 때문에 우승마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맹점은 있게 마련이다. “최상의 컨디션을 가진 보통 수준의 능력마”가 “보통의 컨디션을 지닌 우수한 능력마”를 이길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진정한 해답은 상대비교에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다음 시간에는 예시장에서의 상대비교 공략법에 관해 알아보겠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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