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대통령배 경마대회의 날이 밝았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대통령배는 이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경마대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총상금 5억원을 놓고 격돌하는 준족들의 질풍노도와 같은 질주는 위기의 터널을 빠져나가기 위한 한국경마의 몸부림이기도 하다. 한국경마의 미래를 짊어지고 달릴 경주마들의 힘찬 질주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올해까지 5회의 대회를 치르는 동안 한국경마는 대내외적으로 험난한 가시밭길을 뚫고 나름대로의 발전을 해나가고 있다. 경마시행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경주마생산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면서 경주편성의 축이 외국산마에서 국산마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대통령배를 창설한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국산경주마의 생산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이며 부산경마장이 마방부족 사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매우 걱정스러운 상황이긴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즐거운 고민이 아닐 수 없다. 한국경마산업의 미래를 짊어질 경주마자원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배는 생산자들에게 경주마생산 의욕을 고취하는 것만이 아니다. 국민들에게는 경마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는 아주 중요한 이벤트로 작용한다.

그런데 한가지 유감스런 점이 있다. 한국경마산업의 현재를 집약하는 경마대회의 성격이라면 우리나라 땅에서 태어난 모든 경주마들에게 동등하게 출전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국경마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부산경마장에서 활동하는 경주마는 아예 출전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경마를 시행하는 세계의 다른 나라에서 보면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상황이다. 경마를 즐기는 경마팬들의 입장에서도 그렇다. 서러브레드 경주마로 경마를 시행하는 경마장은 고작해야 서울과 부산 2곳 뿐이다. 그런데도 한곳의 경주마로만 대통령배경마대회를 치른다. 결국 반쪽짜리 대통령배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서러브레드 경주마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속지주의 원칙이 지켜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철저하게 이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 포입마 이야기다. 한국에서 태어났으면서도 대통령배 출전자격 조차 박탈당하고 있다. ‘시크릿웨펀’ ‘굿데이’ ‘머신건’ ‘탑포인트’ 등 쟁쟁한 경주마들이 포입마라는 이유로 출전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는 경주마 중심이 아닌 사람중심의 경마정책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경마시행제도, 경주마 소유 상황에 따른 마주나 조교사의 입장, 경주마 도입정책에 대한 문제점, 경마상금에 대한 문제.... 등 여러 상황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기형적인 한국경마의 자화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다같이 우리의 국토에서 생산된 경주마로 경마를 시행하면서도 서울경마장과 부산경마장이 마치 다른 나라의 경마처럼 이질적으로 경마가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논리라면 켄터키더비에 출전하는 경주마는 처칠다운즈경마장에서 활동하는 경주마에게만 출전기회를 주고, 프리크니스스테이크에 출전하는 경주마는 핌리코경마장에서 활동하는 경주마에게만 출전기회를 주어야 할 것이며, 벨몬트스테이크에 출전하는 경주마는 벨몬트경마장에서 활동하는 경주마에게만 출전기회를 주어야 한다. 얼마나 웃기는 시스템인가.

같은 목장에서 태어난 경주마라 할지라도 서울이냐 부산이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지는 우리나라의 경주마들...... 참으로 한심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러고도 어떻게 경마산업발전을 논할 수 있겠는가. 경마산업을 올바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내년부터라도 우리나라 땅에서 태어난 모든 경주마들에게 대통령배 출전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란다. 대통령배를 최고 권위의 경마대회로 안착시키려면 기본적인 제도부터 선진화해야 하지 않겠는가.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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