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실로 풍부하고 재미있지만, 좋은 상태의 말을 골라낼 수 있는 안목과 주관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예상을 하는데 혼동만 가져오기 일쑤다. 또한 비록 안목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집중력 없이 아무렇게나 말을 관찰한다면 이 역시도 시야만 흐려질 뿐이다.

예시장에서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끌려 다니고 있는 말을 봐야하는 것이지, 자신이 이리저리 끌려 다녀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본인의 틀을 짜야한다. 처음에는 십수 두의 말들이 돌아다니고 있지만, 10두, 5두, 3두 이렇게 말이 예시를 거듭할 때 마다 결점이 있는 말들을 떨어뜨려 좋은 말의 수를 좁혀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 것을 “결점찾기의 소거법”이라고 하며, 필자 역시 이러한 방식으로 말을 관찰한다.

군별로 레이스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6군 미승리마 경주에 1군마가 섞이는 일은 결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략적으로 보아서는 소위 확 눈에 들어오는 말을 찾기란 쉽지 않으며, 대체로 고만고만해 보인다. 이때 차분히 집중을 하여 우선 자신이 연구한 예상이나 혹은 전문지에 게재된 예상마번 등과 같은 사전 정보는 무시하고, 백지 상태에서 말을 살피면서 근육상태, 활기, 보폭이나 걷는 모양새 등을 꼼꼼히 점검해나간다. 선입관을 버리고 자신만의 감각에 의존해 한 두 한 두 결점이 있는 말들을 떨어뜨려 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1번마는 컨디션은 별로이지만 근육상태에는 이상이 없으니깐 “합격”, 5번마는 컨디션은 괜찮지만 파행끼가 있으니 “불합격” 과 같이 스스로 심판관이 된 듯 선별과정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처음에는 “아니다”라고 생각했던 말이 예시가 반복되면서 조금은 나아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할 때는 나름의 표시를 해두어 완전히 누락시키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1-2번의 관찰로 좋은 말과 나쁜 말을 구분해내기는 힘들기 때문에 보다 확실한 결점찾기를 위해서는 필요한 과정이다.

이렇게 해서 1차 과정을 마치면, 이제 자신이 백지상태로 뽑은 말과 사전에 연구한 예상 혹은 여타 다른 예상정보들과 비교한다. 만약 자신이 입상가능마로 뽑았던 말이거나, 배당판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말을 1차 과정에서 지웠다면, 한번 더 검토해본다. 인기가 있다는 것은 역시 좋은 성적을 기록했던 말이기 때문에 처음의 관점만으로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 다만 비록 인기마라 하더라도 “정말로 좋은 말 일까” 라고 하는 결점찾기의 관점에서 다시 한번 음미하는 것이 중요하며, 결과적으로 “역시 안돼”라고 재차 확인할 수도 있고, “다시 보니 큰 결점을 지닌 말은 아닌데”와 같이 취사선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마체중을 살피는 것도 필요하다. 필자의 경우도 처음에 좋았다고 생각되었던 말을 마체중을 살피는 과정에서 지워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특히 체중이 10kg 이상 불어난 마필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렇게 체중이 불어난 말은 엉덩이와 허리가 커져서 체구가 좋아 보이기 때문에 혼돈을 가져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연 체중이 불어난 이유가 근육량의 증가인가 혹은 단순히 군살이 붙은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런 말들을 재차 자세히 관찰해 보았을때, 아랫배의 선이 다소 느슨하거나 엉덩이와 허리의 근육선이 명확하지 않고 그냥 두루뭉술하게 비대해진 경우라면 가차없이 지워버린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후 최종적으로 3-4두 정도가 남았다고 가정해 보자. 그 다음은 압축해놓은 말들 사이에도 비교를 거듭한다. 예를 들어 5번마와 7번마를 비교하면 어느 쪽이 좋을 것인가와 같이 ‘상대 비교’를 반복해간다면, 그중에서도 좋은 말, 즉 “축마”가 보여올 것이다.

예시장을 찾는 이유는 당연히 좋은 말을 찾기 위함이지만, 결점 찾기 방식으로 나쁜 말을 자꾸자꾸 떨어뜨려 나간다면 이 또한 같은 결과를 도출해낼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지난시간에 언급했던 ‘절대비교’ 즉, 말 개체가 가진 고유의 특색을 고려하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보니비’의 사례 에서처럼, 땀을 심하게 흘리고도 좋은 성적을 낸다거나 하는 예외적인 사항을 꼼꼼히 체크해야 할 것이다.

예시장에서 좋은 말을 선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며,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어쩌면 그래서 예시장은 더 매력이 있는 곳으로, 흥미발견의 끝이 없는 장소임에 틀림없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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