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필 한라마생산자협회장(맨 우측)이 유자여 중국과학기술창업협회 부장(가운데)과 업무 협약을 하는 장면.

2014년 새해 벽두부터 제주특별자치도에 ‘말산업 특구 지정’이라는 낭보가 들려왔다. 말산업에 종사한 지 10여 년, 한라마협회를 이끌면서 생산 현장에서 말과 함께 웃고 울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면서도 기쁨은 잠시, 새삼 말산업 환경 변화에 나 자신도 모르게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제주도의 말산업특구 지정에 절대적 평가 조건이었던 생산두수 면에서 한라마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국의 50%, 제주의 75%이상이지만 혈통이 정립되지 않은 잡종마라고 정책적으로 외면 받아 온 한라마가 이제는 제주 말산업특구 선정에 절대적인 기여를 했다는 자부심과 함께 한편으로는 과연 이 한라마를 어떻게 가치를 극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또 다른 고민에 휩싸이게 된다.

정권이 바뀌면서 비정상의 정상화, 창조경제를 국정철학으로 다 같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꿈꾸는 요즘, 한라마는 어쩌면 기존의 틀을 깨고 말산업계의 새로운 수익창출을 위해 농가 스스로 창조해낸 마종(馬種)일지도 모른다.

지난 1990년 KRA제주경마공원 개장 당시 ‘제주마 경주자원 부족’과 ‘경마 본질인 박진감과 스릴 미비’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KRA제주경마공원이 ‘제주마 보호·육성책’을 내놓고 또한 농가들은 우수한 경주마를 만들기 위해 자발적으로 서러브레드종과 제주 조랑말을 교배시켜 결국 한라마를 생산하게 됐다. 이로 인해 농가 소득은 물론, 경마 본질인 스피드와 박진감을 충족시켜 제주경마공원의 오늘을 있게 만든 공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제주도 입도 관광객 1,000만 명 중 120만 명이 한라마로 승마체험을 하며, 제주도 말고기 식당 50여 점포에서 95% 이상이 한라마 활용, 마주상금 및 경주마 판매실적으로 매년 50억 매출 발생, 제주도 세수의 15%이상 기여 등 제주도 말의 지역브랜드로서 경제적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데도 불구하고 2020년 한라마의 경주마 퇴출정책으로 제주도 말산업 전체의 위축위기에도 불구하고 마사회는 시종일관 무관심과 외면하는 자세이다.

한라마가 2020년 경주마에서 영원히 퇴출된다.

제주도가 말산업특구로 지정되어도 마사회에서 내놓은 한라마의 경주마 퇴출 정책 때문에 농가들은 한라마 생산을 포기한다고 한다. 실 예로 말산업육성법이 통과된 2011년 대비해도 매년 7%정도 감소하고 있고, 2005년 대비 18% 이상 말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아무리 말특구 지역으로 지정되고 말산업이 신성장 동력산업이라고 외쳐본들 제주도 생산 농가는 경주마 활용 후 승용마, 식용마로 이어지는 사이클이 무너지고 승용마, 식용마를 목적으로는 생산단가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혹자는 경주마-승용마-식용마 사이클이 말산업을 멀리 보지 못하는 좁은 식견에서 나온 것이라며 우물 안 개구리 틀을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오히려 그들에게 반문하고 싶다. 우리나라 말산업 중 경마산업 외에 승마나 마육, 기타 연관 산업은 걸음마 단계인데 농가의 자생력이 미비하고 시장이 형성되지 못하는 현실에서 농가들을 경마산업외에 타 산업으로 내모는 건 마치 수영할 줄 모르는 어린아이를 넓은 바다에 내몰아 살아가라는 뜻과 진배없다고. 말 선진국인 일본마저도 수입 승용마 사업에 실패하고 경주마, 승용마로 이어지는 사이클로 농가 수입의 극대화를 꾀하는 현실을 알고 있는지도 묻고 싶다.

이제 마사회가 말산업육성법에 의해 말산업 국가 전담기관으로 선정되었으니 말 생산농가들에게 답해줘야 한다.

제주마 설립 보호를 목적으로 제주경마공원을 개장해 제주마 생산 두수가 증가된 것과 마찬가지로 말 한 마리가 경주마-승용마-식용마가 가능한 한라마를 경주마로 활용하지 못하면 한라마 생산두수 감소는 불을 보듯 뻔하고 한라마가 감소되었을 때 말특구인 제주가 어떤 말을 원자재로 말산업을 확대하고 확산시킬 것인지에 대해 이제 마사회가 응답할 차례이다.

또한 제주마 보호·육성 목적으로 설립된 마사회가 꼭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문화재로 이어진 제주마를 경주마로 활용해야만 보호·육성되는 건가?

호주의 캥거루는 산업적 가치가 전무해도 국가 아이덴티티로 충분한 역할을 하듯이 제주마도 역사적, 문화적 가치로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체고 이원화된 제주마로 경주를 해야만 경마가 공정하고 흥미롭고 보호육성이 되는지 명확하게 응답해야 한다.

2020년 한라마의 경주마 퇴출로 인해 제주도 말 생산 감소와 생산 감소로 인한 제주도 말산업 위축은 말산업 육성법 제 19조에 명시된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전담 기관은 국내에서 생산된 말의 육성을 위해 국내산 말의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사업을 해야 한다” 라는 법 조항에 대해 어떤 정책을 갖고 있는 지도 궁금하다. 경주마 퇴출정책의 국내산 말 활용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데도 계속해서 2020한라마의 경주마 퇴출정책을 강행할 것인가?

‘응답하라’ 마사회.

마사회 경주마 정책이 혈통경마라면 올해부터 전면 제주마의 경주를 시행해서 지난 20여 년간 피땀으로 한라마를 애지중지 키운 제주도 말 생산 농가들에게 ‘토사구팽’이라는 좌절감을 안겨주지 않도록 올해부터라도 마사회 정책에 따라 제주마 경주를 전면 시행하라는 제주도 말 생산농가들의 간절함에 마사회는 어떤 답을 줄 수 있는가?

‘고객 중심 경영’을 기업 가치로 여기는 마사회는 경마팬들이 제주마 경주만을 원하는지, 말특구답게 제주마와 한라마가 경주마로 활용되어 경주의 다양성을 원하는지 고객의 소리에도 귀 기울여 경주마 정책을 제고 할 의지는 없는가? 우리나라 대표적 공기업 위상에 걸맞게 응답해야 할 것이다,

‘응답하라’ 마사회.

우리나라 말 사육 두수 50%, 제주도 농가의 75%가 선호하고 경마팬들이 한라마 경주를 지속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데 소수 농가만 혜택을 보는 2020 제주마 경주 전면 실시라는 비정상적인 경주마 활용정책을 정상으로 환원할 정책 개선 여지는 있는가, 없는가?

이제 더 이상 마사회가 응답하지 않으면 농가들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응답하라’ 마사회.

(사)한라마생산자협회 회장 김 상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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