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임상 관찰 중 폐사한 오리에서 H5N8형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된 충남 천안 소재 국립축산과학원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출입 차량에 대한 방역을 하고 있다.
차단방역 불구하고 AI로 닭·오리 1만6000마리 살처분
이준원 차관보 “발병원인 철저히 규명할 것”

가금류의 유전자원을 관리하는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원장 홍성구)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돼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충남 천안시 성환읍에 위치한 축산과학원에서 사육 중인 오리를 임상예찰하던 중 일부가 폐사해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병성감정을 의뢰한 결과, 해당 오리에서 H5N8형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4일 밝혔다.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보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축산과학원에서 사육 중이던 오리 폐사체를 정밀검사한 결과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원인을 규명해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 차관보는 “최고의 시설과 인력을 갖춘 축산과학원에서 AI가 발병한 사실을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3가지 포인트에 중점을 두고 발병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축산과학원 내 AI 발병원인을 조사한 결과 축산과학원 내 4개 저수지에 하루 20∼30차례 철새가 찾아왔으며, 분변 처리를 위해 자체 보유 차량을 이용해 축사를 출입했고, 축사에 깔짚을 새로 넣은 적이 있는 사실을 확인, 각각에 가능성을 두고 감염경로를 추적중이며, AI 감염이 확인된 축산과학원내 닭 1만1000마리, 오리 5000마리 등 가금류에 대한 예방적 살처분에 들어갔다.
이번에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축산과학원 천안농장은 30번째 AI로 확진된 경기 평택시 소재 종오리 농가로부터 반경 3㎞ 내 위험지역에 위치해 있다.
축산과학원은 1월17일 전북 고창에서 발생한 AI가 확산 조짐을 보이자 곧바로 출입 자체를 통제하는 등 강도 높은 차단방역을 실시했음에도 바이러스 침투를 막지 못해 당국의 가축방역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는 등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축산과학원은 AI 발생 초기부터 외부와의 접촉을 전면 차단하고 방역에 만전을 기했다. 따라서 축산과학원에서 AI가 발생한 것은 사실상 우리나라 전역이 AI에 노출된 것으로 볼 수 있어 그 여파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축산과학원은 유전적으로 가치가 높은 재래닭·오리 등을 사육해 왔다. 하지만 축산과학원은 AI가 발생할 것에 대비, 사육 중인 가금류를 여러 곳으로 분산해 놓아 이번 AI로 연구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천안농장의 가금류를 살처분해도 분산 보관하고 있는 유전자원을 활용해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철통방역을 자랑해 온 축산과학원으로까지 AI가 번진데다 그동안 영암·나주·영광 등 전남 서부권에서만 문제가 되던 AI가 2일 동부권인 순천시 낙안면에서 또 발생하자 방역당국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진캡션 : 1) 농림축산식품부 이준원 차관보가 축산과학원 AI 감염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 3일 임상 관찰 중 폐사한 오리에서 H5N8형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된 충남 천안 소재 국립축산과학원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출입 차량에 대한 방역을 하고 있다.


작 성 자 : 권순옥 margo@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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