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크롬’ 모마 구입비· 종부료 합해도 1만 달러 남짓
-‘펄핏’ 조부마 능력 인정받아, 북미는 ‘펄핏’ 손자 찾기 혈안


북미 최대 경마 축제인 삼관경주의 첫 번째 관문이 마무리됐다. 23도를 웃도는 쾌청한 날씨에 힘입어 제140회 켄터키더비를 보기위해 처칠 다운스 경마장을 찾은 인원은 무려 16만 4906명에 이르렀다. 켄터키더비 역사상 가장 많은 관중이 운집했던 때는 2012년의 16만 5307명으로, 올해 켄터키더비는 불과 401명의 차이로 두 번째 많은 관람객 수를 기록하게 됐다.
이토록 많은 관람객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경주마가 바로 ‘캘리포니아크롬’(California Chrome)이다. 지난 해 인기 1위 ‘올브’(Orb)가 사전 배당률 6.0배(현지배당 5-1)를 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3.5배(현지배당 5-2)를 받은 ‘캘리포니아크롬’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실감할 수 있다. 이는 3세마 기대주들이 대거 출전하지 않았던 영향도 있으나 더비 예선 경주동안 ‘캘리포니아크롬’이 보여줬던 4연승의 저력이 팬들의 신뢰를 굳히는 데에 큰 몫을 해낸 결과로 보인다. 그전까지의 ‘캘리포니아크롬’은 그야말로 시골 출신의 그저 그런 경주마로 평가됐을 뿐, 미국의 트리플크라운을 넘볼 예비 챔피언마가 될 것이라는 예측은 거의 전무했다.
‘캘리포니아크롬’은 캘리포니아주의 페리 마틴과 스티브 코번 마주가 자가 생산한 경주마다. 이 두 마주는 09년 2월에 ‘러브더체이스’(Love the Chase)를 8천 달러에 구입했으며, 씨수말 ‘럭키펄핏’(Lucky Pulpit)과는 2500달러의 교배료를 지불하고 종부시켰다. 1만 달러가 겨우 넘는 가격으로 태어난 ‘캘리포니아크롬’은 제 몸값의 200배를 안고 돌아왔다. 마틴과 코번 마주에게는 그야말로 복덩이가 굴러들어온 셈이다. 이들에게는 여기에 얽힌 한 가지 재밌는 일화가 있는데, ‘러브더체이스’를 구매하기로 결정을 내린 후 기다리고 있는 동안 한 마부가 지나가는 말로 “누군지 몰라도 이 말을 사는 사람은 멍청이야.”라고 했다는 것. 이후로 마틴과 코번 마주는 자신들을 ‘멍청한 파트너’(Dumbass Partners)의 줄임말인 ‘D.A.P`라고 불렀고, 이 멍청한 파트너들은 켄터키더비의 우승 마주가 됐다.
부마인 ‘럭키펄핏’ 역시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씨수말이었다. 현역 시절 22전 3승 2위 5회의 성적을 남긴 후 07년부터 본격적인 종부활동에 뛰어든 ‘럭키펄핏’은 08년도에 첫 자마를 배출했다. ‘캘리포니아크롬’은 그의 네 번째 자마군인데, 사실상 이전까지 배출해낸 자마들의 역량이 극히 미미해 2013년에는 캘리포니아주 내의 씨수말 순위에서도 16위에 간신히 랭크될 정도였다. GⅠ급 경주 우승마는 단 한 두도 없고, 그 중에서 가장 많은 활약을 펼쳤던 5세마 ‘로우징설몬’(Rousing Sermon)이 12년 켄터키더비에서 8위, 14년 산타아니타 핸디캡 경주에서 6위를 기록한 정도이다. 당시 2500달러의 종부료가 이상할 것도 없다고 볼 수 있다.
여타의 리딩사이어들과 비교했을 때 자마수가 100두 가까이 차이가 나며 활동 중인 자마 중 1800M 이상의 경주에서 우승한 전력이 없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럭키펄핏’의 종부료는 수직 상승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럭키펄핏’의 부마 ‘펄핏’(Pulpit)의 영향이다. ‘펄핏’의 자마인 ‘태핏’(Tapit), ‘스카이메사’(Sky Mesa) 등이 씨수말로서 맹활약을 펼치며 현재 북미는 ’펄핏‘의 손자를 찾는 데 혈안이 된 상태이기 때문.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던 경주마 ‘캘리포니아크롬’은 당당히 켄터키더비를 제압하며 전세계의 주목을 받는 일약 스타덤에 올라섰다. 게다가 1978년 이래로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던 삼관마 달성의 가능성까지 높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신데렐라 스토리처럼 2014년의 주역 ‘캘리포니아크롬’이 트리플크라운을 머리에 얹은 채 해피엔딩을 맛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켄터키더비에서 9위를 기록한 ‘취투’(Chitu)는 현재 서울에서 활약 중인 ‘장미언덕’과 반형제마(모마 ‘씨기프트’)로 밝혀져 화제다. 비록 켄터키더비에서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으나, 이전까지 치렀던 4번의 경주에서 3승 2위 1회를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앞으로 주목해볼 3세마로 꼽히는 실정이다. 이와 더불어 ‘장미언덕’의 혈통적 기대치 또한 높아져 혼합1군에서 보여줄 경주 능력에 경마 관계자들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조지영 기자 llspongell@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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