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이란, 근육통의 일종으로 격렬한 운동을 할 경우 근육 속에 포도당이 에너지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젖산이라는 물질이 쌓여 그것이 근육의 탄력성을 손상시키고 피로도를 누적시킴에 따라 근육통 즉, 파행이 생겨나게 된다. 이러한 파행은 독자 여러분도 대부분 경험해보았으리라 생각되며, 말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말의 어깨는 주행을 하는데 중추역할을 하는 부위로서, 훈련이나 경주에 의한 피로도 역시 가장 남기 십상인 부위다. 그렇기 때문에 파행의 경우 대부분 어깨와 연결된 앞다리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파행이 있는 말은 앞다리를 뻗을 때 통증을 느끼게 된다.

예시장에서 앞다리를 제대로 뻗지 못하는 말은 파행을 지니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심한 파행을 가진 말은 심지어 앞다리를 위로 치켜들면서 뻗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말은 앞다리와 뒷다리가 하나의 조화를 이루어 걷기 때문에 파행으로 인해 앞다리를 제대로 뻗지 못하는 말의 경우는 뒷다리도 역시 정상적으로 뻗기 어렵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아장아장 걷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다만 가벼운 파행이라면, 준비 운동에 의해서 혈액 순환이 원활해져 파행이 서서히 해소되기도 하기 때문에 예시장을 계속 돌면서 점점 앞다리의 뻗음이 좋아진다면 큰 문제는 없다.

말의 파행 유무를 확인할 때는 반드시 예시장 곡선부분에서 확인해야 한다. 이미 필자는 말의 걸음은 등(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리고 어딘가 불편한 말은 예시장 직선 부분 보다 곡선을 돌때 등(背)의 불규칙한 움직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도 했다.

파행도 마찬가지로 직선을 걷고 있을 때는 심한 파행이 아니라면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직선에서는 느긋하게 걷고 있다가도 곡선을 돌때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거나 허둥지둥 돌아버리는 말은 파행을 지녔을 가능성이 있으며, 유심히 관찰하면 앞다리의 뻗음이 시원스럽지 못하고 다른 말과 비교해 좁다는 느낌이 든다면 파행으로 간주해도 무방하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목이 천성적으로 높은 말들은 원래가 보폭이 크지 않게 마련이다. 그것은 말의 신체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파행과 관계없이 앞다리의 뻗음이 좁은 경우다. 그렇기 때문에 앞다리의 뻗음이 좁더라도 예시장 곡선에서 걷는 리듬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천천히 돌고 있는 말이라면 파행으로 간주해서는 안될 것이다.

예시장에서의 좋은 위치

본 강의에 덧붙여 독자 가운데 문의가 있었던 내용 중에서 예시장에서 말을 관찰하는 위치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어디서 보는냐도 매우 중요한 요소 입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자칫 오인하기도 십상이고, 보는 중에도 혼동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바람직한 위치는 역시 본인이 계속 말을 관찰하다 보면 경주결과와 비교해 “말을 가장 잘 파악했다”라고 느끼는 곳이 되겠지만, 초보자에게는 쉽지 않은 부분으로써 약간의 조언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말은 옆에서 보는 것이 기본입니다. 제가 강의해온 내용들도 거의 대부분 말의 옆모습을 보고 판단하는 내용들이란 것을 잘 아시리라 봅니다. 특히 말의 전체적인 밸런스는 옆모습을 통해서만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본다거나 뒤에서는 어려운 얘기가 되겠습니다.

따라서 굳이 예시장에서 말을 관찰하기 가장 좋은 위치를 찾는다면, 말의 옆모습을 가급적 오랜 시간 볼 수 있는 예시장 중앙 근처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마체중이 기록된 반대편 가운데 부분은 시야가 너무 위에 위치되어 있기 때문에 좋지 않습니다.

반대로 예시장에서 가급적 피해야 할 위치는 곡선 근처입니다. 말의 옆모습 보다는 정면이나 뒷모습이 많이 들어오는 위치로서, 옆모습을 볼라치면 순식간에 자신의 앞을 통과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말의 옆모습을 확실히 보기 위해서는 7-8미터 정도 떨어지는 것이 좋습니다. 간혹 맨 앞에서 말을 관찰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는데, 자신의 시야 가득하게 말이 들어오기 때문에 크게만 느껴질 뿐 역시 말의 밸런스를 파악하기 쉽지 않은 위치입니다.

우리가 사진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겠지만 말을 관찰할 때는 역광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서울경마공원의 경우 예시장이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예시장 한 가운데에서 말을 보다보면, 태양의 진행방향에 따라 다소의 역광은 불가피 하겠지만 가급적 위치를 조금씩 옮겨서라도 빛을 정면으로 본 상태에서 말을 관찰하는 것은 피해야할 것입니다.

또한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그늘과 햇빛을 오가는 말의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예시장에서 말을 관찰해본 독자라면, 빛이 있는 곳과 그늘에서 느껴지는 말의 상태는 그야말로 천지 차이 임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정확한 말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계속 그늘에서만 말을 관찰한다든지, 혹은 빛이 있는 곳에서만 말을 관찰해야만 하며, 더욱 권장하고 싶은 쪽은 역시 빛이 비치되 빛을 안지 않은, 즉 역광이 아닌 상태에서 말을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PS : 2008년 올 한 해도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연재를 시작한지도 벌써 4개월이 훌쩍 넘어가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직 풀지 못한 많은 보따리들을 남겨둔 채 한 해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독자여러분이 보내주신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내년에는 더욱 충실한 내용으로 본 연재를 꾸려갈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애정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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