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있었던 종합계획 공청회 장면
다사다난(多事多難)을 넘어서 ‘엎어지고 넘어지고’라는 말이 너무나 잘 어울릴 정도로 우여곡절로 점철되었던 2008년 경마가 드디어 마지막 경마주간을 맞이하고 있다.
연초부터 마필·경마산업을 옥죄기 시작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각종 규제책은 마필·경마계는 물론 농축산단체까지 발벗고 나서서 경마산업을 사감위법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결국 경마규제책을 중심으로 한 ‘사행산업 규제 종합계획’이 발표되고 말았다.
연말연시를 맞이한 경마계는 추락하는 경마산업의 위상을 만회해야 한다는 명제를 가지고, 강도 높은 조직개편과 인원 감축 등 구조조정 한파가 시작되어 가뜩이나 어려움에 직면한 경마산업계를 술렁이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외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경마계는 통합경주 시행과 국내마필의 미국원정을 시도했고, 국제경마주간을 실시하는 등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여 왔다.
험난한 파고가 불가피한 2009년을 맞이하는 이 때, 2008년 경마계를 진통케 했던 큼직한 사건들을 되돌아보고 그 속에서 내일의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기회를 삼도록 하자. (편집자주)

Ⅰ. 경마산업을 막아선 사감위, 규제 종합계획 발표
2008년은 마필·경마산업계에 먹구름이 뒤덮인 한해로 기억될 것이다.
국가적으로 FTA 비준으로 인해 농어축산민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이익금의 상당액을 농축산발전기금으로 환원하고 있는 경마산업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더불어 마필산업이 새로운 농축민에게 대체산업으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중요한 시기임에도 바다이야기 파동으로 탄생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위원장 김성진)가 경마산업을 주요 규제대상으로 강력한 규제에 나서면서 건전레저스포츠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경마산업은 물론이고 마필산업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1월 마필·경마산업계 노력에도 불구하고 끝내 규제 종합계획이 발표돼 결국 경마산업은 어쩔 수 없이 내년부터 총량제에 묶여 사감위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이다.
사감위에서 발표한 종합계획을 살펴보면, 우선 우리나라의 사행산업 순매출액 비중을 2013년까지 연차적으로 OECD 국가의 평균 등을 고려한 0.58%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순매출액 기준으로 GDP 대비 0.02% 내외씩 저감하고, 업종별 도박중독 유병률을 조사 반영하여 매출 총량에 대한 보정작업을 거치게 된다.
두 번째로 사행산업의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사항들이 시행된다. 경마·경륜 등에서 구매한도 규정이 지켜지지 않는 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모든 사행업종을 대상(복권과 외국인 전용카지노 제외)으로 2011년까지 고객전용 전자카드 제도를 도입한다.
레저오락 기능이 취약하고, 도박중독자를 양산하는 원인으로 지적된 장외발매소의 신규증설은 불허하고 본장 중심의 운영체제로 전환된다. 이에 따라 도심지역에 위치한 기존의 장외발매소는 주거지역에서 단계적으로 외곽으로 이전하거나 축소하며, 2013년까지 장외발매소 매출이 전체 매출의 50%를 넘지 않는 구조로 전환된다.
이와 함께 사행산업의 진입 및 퇴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하여 소관부처의 사행산업 영업장 허가, 승인 또는 이전시 사감위와의 사전협의제가 도입되며, 현재 허가기간 없이 운영되고 있는 사행산업에 대하여 5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효기간제도 도입된다.
온라인·모바일 베팅제는 최근 법제처에서 법적근거가 없다는 해석을 내놓으면서 당장 존립근거를 잃게돼 조만간 폐지될 전망이다. 사감위에서는 종합계획에서 2011년 폐지를 원칙으로 내놓았다.

Ⅱ. 본지 업계최초 대통령상 수상
김문영 본지 발행인이 ‘전문신문의 날’을 맞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 주최로 열린 시상식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면서, 경마전문지 업계 최초라는 의미와 함께 경마산업을 사회적으로 널리 알릴 수 있는 초석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발행인은 민주일보 기자를 시작으로 문화일보 기자를 거쳐 경마문화신문을 발행하기까지 전문언론 발전에 크게 기여함은 물론 축산업과 경마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하고 심층적 취재를 통해 경마레저문화를 정착시키는데 기여했으며 축산업과 경마산업 육성에도 많은 공헌을 한 것이 인정돼 대통령상 표창을 받았다.
‘경마문화신문’의 지난 10년간의 발자취는 한국경마 고난의 역사와 함께 한다.
1998년 “선진경마문화창조”의 기치를 내걸고 창간한 ‘경마문화신문’은, 당시 문화적인 자리매김을 하지 못한 채 언제나 사회로부터 사행산업이라는 질시를 받아야 했던 한국경마의 현실을 타파하면서 하나의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창간 당시 국내 최초로 게재한 “조교사 작전공개”를 통해 음지에 갇혀있던 경마정보를 양지로 이끌어 내는 계기를 마련하였고, 이후 경마팬과 기수, 조교사와의 만남행사 등을 주최하며 더 이상 경마는 경마종사자 만의 것이 아닌 경마팬 나아가서 전 국민의 문화코드로 정착시켰다. 또한 경마산업의 현안과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고자 KRA(한국마사회), 마주협회, 생산자협회 등 여러 경마유관단체들을 중재하는 데도 ‘경마문화신문’이 그 중심 역할을 하며, 경마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았던 제도적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올바른 정책방향으로 선도하는데 일조했다.
뿐만 아니라 ‘경마문화신문’은 단지 경마 분야에만 국한하지 않고 전체 마필산업의 발전방향도 함께 제시해 왔다. 세계 경주마의 메카 미국 현지 관계자와 제휴를 통해 선진 마필생산 시스템과 전문적인 혈통정보를 소개하는 등 국내에서도 체계적인 마필생산 체계의 도입 필요성을 대두시켰으며, 말(馬) 중심의 정책을 강조하는 가운데 FTA(자유무역협정)체결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발족으로 최근 점점 위축되고 있는 마필산업을 회생하기 위한 방안으로써 축산농가에 대한 지원확대를 호소하는 등 국내 축산농가의 열악한 환경을 대변해주는 기능을 해오고 있다.
경마산업 각계에서는 김 발행인의 대통령상 수상을 반기고 있다. 그동안 경마산업은 각종 언론매체에서 수시로 두들겨 맞는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한 것이 사실로, 경마전문언론으로써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경마문화신문의 역할이 전문신문협회는 물론 정부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점차 경마산업의 순기능을 제대로 국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Ⅲ. ‘어린왕자’문세영, 연간 최다승 경신
서울경마공원 20기 기수들이 기수판도를 물갈이하고 있는 가운데 ‘어린왕자’ 문세영이 지난 6일(토) 11경주에서 ‘머신건’(39조 최혜식 조교사)에 기승해 우승을 차지하면서 연간 최다승 기록을 갈아 치웠다.
이날 문기수는 박태종 기수가 2006년 수립했던 연간 최다기승 횟수인 633승을 이미 넘어선 상태에서, 박 기수가 가지고 있던 연간 최다승인 120승에 3승만을 남겨놓은 상태에서 2,7,9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타이기록을 세운데 이어 11경주에서 드디어 121승으로 한국경마사에 새로운 시대를 개척했다.
문기수는 이후에도 우승기록을 계속 추가하면서 마지막 경마주간을 남겨두고 127승을 기록하면서 130승에 불과 -3승만을 남겨두고 있어 한국경마사에 최초로 연간 130승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문기수가 올해 최고의 기수로 각광받고 최고의 성적을 올릴 수 있던 밑바탕이 바로 최선이라는 단어로 집약될 수 있다.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으면 시작된 신인시절 오히려 주위의 높은 인기에 어려운 신인시절을 지냈다. 그러나 피땀으로 얼룩진 시간이 지나면서 최단기간 수습기수 해제, 최단기간 100승 돌파 등 각종 기록을 깨며 막강한(?) 신인으로 거듭났다.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군입대로 인한 공백과 군제대 후 곧바로 낙마부상으로 인한 장기간의 공백이 그를 막아선 것. 하지만 경마에 대한 열정을 앞세운 문세영 기수는 2007년 68승을 거두면서 자신의 연간 최다승 기록과 함께 연간 다승 2위를 기록하며 경마팬 성원에 십분 응답을 하였고, 올해에는 드디어 존경해 마지않는 박태종 선배의 연간 최다승 기록을 경신하기에 이른 것이다.

Ⅳ. 형님을 넘어선 동생들의 반란 “서울-부산 통합경주”
2008년은 서울경마공원과 부산경남경마공원이 동일한 더러브렛 경마시행이라는 큰 틀 안에서 서로의 기량을 겨루는 교류경주가 한국경마사상 최초로 시도됐다. 국산3세마를 대상으로 하는 총상금 13억원이 걸린 삼관경주(KRA컵 마일경주, 코리안더비, 농림수산식품부장관배)와 총상금 4억원의 코리안오크스까지 총 4개 경마대회가 펼쳐져 양 경마공원관계자의 자존심이 걸린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올해 4월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첫 시도된 KRA컵 Mail경주부터 지난 10월 12일 농림수산식품부장관배 경마대회를 끝으로 서울, 부경공원 간 올 4번의 교류경주가 마무리되었고, 한국 경마사상 처음으로 경마공원 간 교류경주를 시행했다는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겼다.
하지만 4개 교류경주의 결과는 한마디로 서울경마공원의 참패로 마감되면서 교류경주에 대한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는데, 군체계의 상이함과 부산경남경마공원 관계자들의 대폭적인 투자, 기수 역량차 등이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리고 외적으로 경주로 상태에 따른 훈련강도와 운동기성 질병발생 등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년에도 부산 경주마의 우세가 이어질 수 있을까에 대해선 모든 관계자들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우선 한해 농사로 표현되는 경주마 구입에서 이미 호된(?) 아픔을 겪은 서울경마공원 관계자들이 내년 3세마가 될 경주마 구매에 의욕적으로 나서면서 장래가 기대되는 좋은 마필들을 상당수 구매한 상태고, 올해의 실패를 거울삼아 서울경마 관계자들이 절치부심 대안책을 마련 중이라 올해처럼 어느 한쪽이 일방적인 우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Ⅴ. 김광원 신임회장 ‘승마 활성화 통한 말산업 발전’추진
3선 의원 출신으로 사감위라는 거대한 파도를 만나 어려운 상황속에 처한 마사회의 새로운 수장으로 취임한 김광원 신임 마사회장은 취임 직후 승마를 국민스포츠로 육성하는 승마활성화를 통한 말산업 발전이라는 비전을 밝혔다.
취임후 곧바로 국정감사에 임하면서 피감기관 우수 공직자 1위에 오르기도 한 김회장은 한국마사회의 정책방향을 승마활성화를 통한 마필·경마산업 발전으로 삼고 있다.
김회장은 “매년 승마장 10개소가 생겨나도록 하고 지자체가 승마산업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여 온 국민이 승마를 즐기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2012년까지 승마인구 20만 명을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승마 활성화를 위한 「전국민 말타기 운동」추진의 일환으로 「전국민 말타기 운동」 시범사업 승마장 15곳을 확정공고하고 강습희망자 모집에 나섰다.
한국마사회의 ‘승마산업 활성화 로드맵’을 살펴보면 마사회는 2009년부터 20017년까지 승마테마공원 건설, 승마포털사이트 구축, 승마지도자 양성, 직영승마장 개설, 승마지도자 자격증 제도 신설, 지구력 승마대회 지원 등의 사업을 단계적으로 벌여나갈 계획이다.
김 회장은 “경마, 승마 등 말 산업은 산업유발효과와 고용창출 효과가 그 어떤 산업보다도 클 뿐 아니라 환경오염이 없는 녹색산업이다”라며 “앞으로 말 산업이 국가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 산업의 밝은 미래를 전망했다.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 압박으로 유례없이 대대적인 인원 감축과 조직 개편을 앞둔 마사회는 사감위의 규제 종합계획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어 과연 김광원 회장이 어떤 타개책을 마련할 것인가에 많은 경마관계자와 경마팬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Ⅵ. 세계 벽을 실감한 ‘한국 경마’
한국경마의 세계진출이라는 원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한 첫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부푼 꿈을 안고 해외원정에 나섰던 ‘픽미업’이 3차례 미국경주에 도전했지만 결국 높은 벽만을 확인한 채 미국원정을 마감했다.
최소 1승을 목표로 7월15일 미국으로 건너간 픽미업은 9월3일 델라웨어주 델라웨어경마장에서 열린 스테익스 경주(총상금 5만5천달러)에서 8마리 중 8위를 기록한 데 이어, 10월 17일 웨스트버지니아주 찰스타운경마장 경마대회(총상금 5만달러)에서도 9마리 중 꼴찌에 그쳤고, 마지막 도전에 나선 3차 경주에서도 7위에 그쳐 결국 해외원정의 첫 발을 디뎠다는 의의만을 지닌 채 발길을 돌리게 됐다.
해외원정마 선정단계부터 준비가 부족하지 않았냐는 지적을 받았는데, 마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해외원정 가능성이 있던 우수 경주마들이 모두 신청을 하지 않으면서 아쉬움을 남겨야 했다.
하지만 비록 최하위의 수모를 겪으며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하긴 했지만, ‘픽미업’의 미국경주 도전기는 향후 한국경주마가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훌륭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우리보다 경마선진국인 일본도 첫 해외 원정경주에서 참패한 경험이 있다. 그 후 지금 일본의 경주마는 미국을 비롯한 몇 개의 선진 경마국에는 뒤질지 모르지만 세계 속에서 일본 마필을 호락호락 볼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
일본과 한국경마를 30년차로 얘기하지만 시작마저 하지 않는다면 격차는 더욱 벌어질 뿐이다. 매년 더 좋은 씨암말과 씨수말이 계속 도입되고 있는 만큼 세계와의 격차는 하루가 다르게 가까워질 것이다.

Ⅶ. ‘국제경마주간’ 첫 시행
한국경마의 새로운 경마이벤트 모델로 제시된 국제경마주간이 올해 첫 선을 보였다. 다양한 이벤트와 함께 그동안 개최일을 달리해오던 교류기념경주가 한주로 뭉쳐지고, 더불어 4회째를 맞이한 국제기수초청경주도 함께 시행돼 거의 매경주가 경마팬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지난 10월 4일(토)과 5일(일) 양일간 펼쳐진 가운데, 국제기수초청경주에선 단체전 한국팀의 우승과 개인전 박태종 기수의 우승으로 마무리됐고, 5대 교류기념경주에선 ‘럭키마운틴’(제4회 STC교류기념, 장현종 마주, 정호익 조교사, 조경호 기수), ‘드림러너’(제15회 AJC교류기념, 천병득 마주, 박천서 조교사, 문세영 기수), ‘베스트퓨전’(제12회 HRI교류기념, 장재형 마주, 최상식 조교사, 김효섭 기수), ‘플레잉폴리틱스’(제17회 JRA트로피, 박덕희 마주, 홍대유 조교사, 최범현 기수), ‘킹케팔로스’(MJC 교류기념·부산, 이유성 마주, 최기홍 조교사, 김어수 기수)등이 각각 우승의 주인공이 되었다.
국제경마주간을 맞아 세계 5개국(미국, 남아공, 홍콩, 일본, 호주) 기수들과 교류경주 참여에 나선 말레이시아 기수 2명 등 총 7명의 외국기수들이 서울경마공원에서 한국기수들과 경합을 펼치면서 경마팬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국제기수초청경주와 교류경주 시행은 경마팬에게는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한국경마를 세계경마계에 알리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되지만, 한편으론 출전마들의 평준화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국제기수초청경주 순위가 제비뽑기에 좌우된다는 저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선 출전마들의 능력 평준화는 물론 경주의 질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교류기념경주가 단순히 한국경마만의 잔치가 아닌 직접적인 해당국과의 교류경주로 업그레이드해야 하겠다.

Ⅷ.‘명문가문’대통령배 2연패, 우수 3세마 대약진
올해 경주마 판도를 되짚어보면, 절대강자가 없는 가운데 상승세를 지속하는 신예를 제외한 큰 이변성 마필들의 등장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는 특징이 있었다.
그중에서 국산마의 최강으로 올라선 ‘명문가문’(남승현 마주/18조 박대흥 조교사)이 최고상금이 걸린 대통령배 2연패에 성공하면서 국산 최강임을 재확인했다.
지난해 대통령배 우승으로 올해 지키는 입장으로 출전한 ‘명문가문’은 대회 초반에는 기본 스피드로 중위권 전개를 펼치다가 3코너 선회시 앞서 달렸던 ‘플라잉캣’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고, 결승주로에서 특유의 묵직한 뒷심을 발휘하며 한 수위 기량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
국산마 그랑프리라 할 수 있는 대통령배 2연패는 상당히 의미있는 것으로 실제 그랑프리 역사를 봤을 때 2연패를 달성한 마필로는 1985년과 1986년의 ‘포경선’, 1990년과 1991년의 ‘가속도’ 2두에 불과하고 아직 3연패에 성공한 마필은 없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부여할 수 있다. 비록 ‘명문가문’이 그랑프리에서 외산 신예인 ‘동반의강자’와 외산 최강을 지켜온 ‘밸리브리’의 벽을 넘지 못하고 2년 연속 3위에 그치고 말았지만, 역시 현재 국산마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산마 부문에서는 3세마의 대약진이 두드러진 한해였다고 평가된다. 우선 그랑프리 우승을 차지하면서 1군 데뷔전이었던 서울마주협회장배 3위를 제외하곤 단한번도 입상권을 벗어나지 않은 ‘동반의강자’가 올해 서울경마공원이 배출한 최우수 3세마가 되겠다. 그랑프리를 앞두고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3세라는 나이로 인해 다소 능력이 저평가되기도 한 ‘동반의강자’는 2009년 절정기의 전력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Ⅸ. 한국경마를 긴장케 한 ‘일본 용병’
부산경남경마공원 개장 직후인 2005년 10월 부산에 한국경마사상 최초로 외국인 용병이 도입된 지 벌써 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부산에서 베이커 기수가 활약을 펼치면서 코리안드림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적지 않은 용병기수들이 한국경마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에서 포기를 선언한 예가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올해는 일본출신 용병들의 대활약이 눈에 띄었다.
2007년 7월에 한국무대에 첫 선을 뵌 이쿠야스 기수가 데뷔 첫해 22승으로 두각을 나타내더니 올해도 그 여세를 몰아 현재까지 44승으로 다승 5위에 랭크되고 있으며, 이쿠야스 기수보다 한달여 늦게 데뷔한 일본계 호주기수인 노조무 기수는 첫해 6승이라는 부진을 털어내내고 올해 32승으로 다승 8위에 올랐다.
부산경남경마공원의 우찌다 기수는 그야말로 군계일학(群鷄一鶴)의 성적으로 부산벌을 평정했다. 올해 5월 데뷔한 이후 불과 7개월여만에 68승을 거두면서 부산경남경마공원의 리딩자키로 반수에 불과한 시기에 연간 최다승 기록을 경신하는 등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일본출신 용병기수들의 대활약이 이어지는 가운데, 호주와 남아공 등의 용병기수들도 한국무대에 선을 보였지만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대부분이 적응실패를 이유로 중도하차를 하고 말았다. 이렇듯 일본출신 용병들의 성공적인 한국무대 데뷔는 같은 동양인으로 식생활이 비슷하고 기후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부산벌을 평정한 우찌다 기수가 일본으로 회귀를 결정한 가운데, 서울에서 활약하던 이쿠야스 기수가 내년부터 부산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면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Ⅹ.고가의 씨수말 기대 못 미처
KRA(한국마사회)가 국내 경주마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야심차게 도입한 고가의 씨수말 원년멤버(?) ‘엑스플로잇’과 ‘커멘더블’의 자마들이 첫 선을 보인 올해 그들의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엑스플로잇’은 올해 경매가 1억원을 기록했던 자마 ‘랜드임페리얼’을 비롯해 서울, 부산 모두 12두의 첫 자마가 경주로에 데뷔한 결과 4두만이 우승, 자마당 33.3%의 승률을 보였으며, ‘커멘더블’의 경우도 2세 자마 15두가 경주에 데뷔해 5두만이 우승, 역시 ‘엑스플로잇’과 비슷한 승률을 올렸다. 겉으로 보기엔 무난한 성적이지만, 이들이 도입 당시 한국마사회가 선정한 우수 씨암말들을 대상으로 우선 교배가 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름값에는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반면, 올해는 유달리 민간목장의 씨수말들의 대약진이 돋보였다. 2001년부터 국내에서 교배활동을 시작한 ‘크릭캣’(늘푸른목장)이 매년 꾸준한 성적을 보이더니 급기야 올해 2세마 리딩사이어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리설인스트러먼트’(페가수스목장)와 ‘다함께’(폐사)가 배출한 올해 첫 자마들의 성적은 자마당 승률 50%에 육박하는 수치를 보이며 고가의 씨수말들을 능가해 대조적인 모습을 띠었다.
하지만 아직 첫 자마의 성적만을 놓고 씨수말을 평가하기는 무리가 있는데다, 내년 ‘양키빅터’, ‘볼포니’ 그리고 40억의 몸값을 자랑하는 ‘메니피’ 등 고가 씨수말들의 자마 배출이 줄을 이을 예정이어서 “누구의 유전력이 더 우수할 것인가”를 놓고 펼쳐질 사이어간의 격돌은 경주이상의 흥미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된다.



작 성 자 : 권순옥 margo@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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