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마
2007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정식발족하면서 “경마 죽이기”에 몸살을 앓아 왔던 우리경마는, 설상가상으로 올해 말 사감위 종합계획 발표로 인해 점점 그 타격이 가시화될 전망이어서 내년에도 한국경마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세계적으로도 경마산업은 올 한해 큰 한파를 맞았다.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촉발한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각국의 경마산업도 위축되고 있는 까닭이다. 그 배경이 다르긴 하지만 암울하기는 우리뿐 만은 아닌 듯 보이며, 더욱이 그러한 세계경마의 전반적인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마저 엿보이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다가오는 2009년은 세계경마가 어둡고 긴 터널을 벗어나 회생의 계기를 마련하길 기대하면서, 올해 세계 경마계에서 일어난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본지가 선정한 해외경마 5대뉴스를 정리해 본다. (편집자주)

①불황과 파행의 연속이었던 세계경마
NTRA(북미경주마협회)와 Equibase社가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올해 북미경마의 총 매출액은 전년 대비 5.75% 감소했으며 금액으로는 약 1억불(한화 1,300억원)규모다. 이 수치는 80년대 이후 전년 대비 가장 기록적인 감소로, 2005년 3.6%, 1986년 5.1%를 능가하는 것이다.
올해 북미경마의 이러한 매출감소는 여름철 치솟았던 가솔린 가격폭등이나 일반 경제정세의 악화가 그 원인이라는 것은 주지된 사실이지만, 경마산업 자체에도 문제를 지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10월 정부의 경마재정 지원축소가 결정되면서, 상금 축소 등에 불만을 가진 마주 등 경마관련자들이 한 달간 동맹파업에 돌입하는 위기를 맞기도 하였다. 결국 정부 측에서는 일부 요구조건을 수용하는 선에서 11월8일 경마 재개된 바 있지만 여전히 불씨를 남기고 있어 내년에도 파행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처지다.
아일랜드 역시 정부 보조금의 9.5% 삭감과 베팅세를 증세하는 더블 펀치를 맞고 휘청거렸다. 이로 인해 HRI(아일랜드 경마협회)는 자금부족을 이유로 카라 경마장 등의 재개발 계획을 동결 시켰고, 올해보다 7% 삭감된 규모의 2009년 경마상금을 확정지었다.
전 세계적인 경마의 불황은 베팅산업에도 큰 타격으로 다가왔다. 영국 최대의 북메이커 회사인 라드브록(Ladbrokes)는 지난해 대비 무려 23.9%의 매출 감소를 보였으며, 윌리엄 힐(William Hill) 역시 14%의 감소치를 기록했다. 또한 경제 혼란이 가중되자 영국 정부는 국영 베팅회사인 토트(Tote)사의 민영화 방침을 철회했다.

②세계 사이어 판도 변화
지난 5월 북미와 유럽 양대대륙을 호령하던 씨수말 ‘새들러스 웰즈’와 ‘스톰 캣’의 교배 중단 소식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그리고 이들의 은퇴는 단순히 한 시대를 풍미했던 씨수말들의 은퇴를 떠나 세계 사이어 판도의 큰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그것을 가시화 시켜준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이 바로 올해 10월에 있었던 미국 브리더즈컵 챔피언쉽 시리즈. 사상 최초로 인공주로에서 열린 올해 브리더즈컵에서는 전통적으로 미국산 경주마의 전유물이었던 에서 유럽파 ‘레이븐스 패스’가 우승을 차지하는 등 매 경주 예상 밖의 결과들이 속출하면서 기존 판도와는 판이한 흐름을 보였다는 점이다.
특히 매년 가장 많은 우승마를 배출해왔던 부계 ‘노던댄서’의 영향력이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미스터프로스펙터’를 비롯한 신진 사이어 부계의 성장이 돋보인 것은 씨수말의 유전력 평가가 재해석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것은 바로 인공주로의 확대가 그 주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헐리웃 파크, 산타아니타 파크 등 미 서부경마장 전역을 비롯해 우드바인, 알링턴 등 북미 주요 경마장에서는 모두 인공주로 설치를 완료했고, 처칠다운즈 경마장 등도 인공주로 설치를 적극 검토중이다. 또한 유럽에서도 그러한 흐름에 편승하고 있으며, 싱가폴도 올해 이미 인공주로 설치에 착공해 내년에는 전체 경주의 80%를 인공주로에서 치를 예정이다.
잔디주로와 모래주로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인공주로의 등장은 그동안 모래주로에서 강점을 보여왔던 북미 경주마들에게는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서러브레드 진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되어 진다.

③15년만에 암말 개선문상 우승
지난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암말 ‘래그즈 투 리치즈’(Rags to Riches)의 대활약에 이어 올해도 암말들의 강세는 이어졌다.
지난 10월 유럽 최고의 경마대회인 프랑스 개선문상에 출전한 3세 암말 ‘자르카바’(Zarkava)가 우승을 차지하며 15년만에 암말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것. ‘자르카바’는 이로 인해 유럽 연도대표마에까지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특히 유럽에서는 올해를 황금시대라고 일컬을 만큼 쟁쟁한 경주마들이 많았던 한 해 였지만, 그러한 판도를 평정한 것이 다름 아닌 암말 ‘자르카바’라는 점에서 그 위용을 짐작케 해주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지난해 더비를 우승한 암말 ‘보드카’(Vodka)가 4세 이상 경마대회인 일본 천황상을 제패하였다.

④북미 최다연승 기록 깨져
미국판 새강자 ‘페퍼스 프라이드’(Peppers Pride, 5세, 암)가 19연승에 성공하며 새로운 북미 연승기록을 수립한 것이 화제였다.
통산 전적에서도 19전 전승의 무패가도를 이어간 ‘페퍼스 프라이드’는 비록 북미 내에서 약세로 평가받는 남부지역에서 이루었던 기록이지만, 1998년 ‘시가’(Cigar) 이후 깨지지 않았던 연승기록을 경신했다는 점은 북미 경주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세계 연승 공식기록으로는 푸에르토리코의 ‘카마레로’라는 경주마의 56연승이 최다로 기록되고 있다.

⑤경주마 금지약물 파동
올해 미 삼관경주를 뜨겁게 달구었던 2관마 ‘빅 브라운’의 약물 투여 사실은 우리에게 적지않은 충격을 던져주었다.
투여 약물은 “윈스트롤”이라는 스테로이드(근육 증강제)의 일종으로 ‘빅 브라운’이 활약하고 있는 켄터키에서는 금지약물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미국 경마팬들은 그들의 영웅 ‘빅 브라운’이 약물을 투여했다는 것 자체로 도덕성을 문제삼는 등 큰 파장을 몰고온 바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켄터키주 경마 위원회는 약물 심의회를 설치하고 스테로이드류의 약물 규제기준을 강화했으며, 메릴랜드주는 경주뿐 아니라 훈련 후에도 도핑검사를 하기로 결정하는 약물투여에 대한 금지법안을 통과시켰다.
또한 올해 브리더즈컵에 앞서 대회를 개최했던 산타아니타 경마장 주재의 캘리포니아 경마 위원회도 서둘러 스테로이드를 제3종류 약물로 격상하는 등 미 전역은 경주마 약물파동으로 몸살을 앓았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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