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인 과장이 직접 편자를 수정하는 장면.
KRA한국마사회 직원 인터뷰 시리즈1 - 김태인 KRA자격검정센터 과장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는다는 ‘월요병.’ 하지만 KRA한국마사회 직원들에게는 월요병이라는 게 없다. 남들처럼 주말에 쉬지 못하고, 주말이 낀 황금연휴라는 것도 없다. 남들 다 출근하는 평일에 가방 하나 매고 등산을 가면 주변 이웃들은 ‘00이 남편, 00이 아빠는 백수 아닌가’ 하고 수군거린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자신의 전공을 백 배 살려 우리 말산업 전반에 걸친 문화·역사·대회 발전을 위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경주하고, 각종 사회 공헌에 앞장서고 있으며, 내부 혁신을 위해 끊임없이 환골탈태의 심정으로 노력하고 있건만 ‘집단’이 주는 이미지 때문에 여러 오해를 사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용 고객, 사업 관련 외부인들의 KRA한국마사회에 대한 시선과 평가에는 문제가 없을까?

최근 서울지역본부장으로 전보된 김학신 본부장의 메신저 대화명은 ‘말짱하고 말끔하고 말쑥한 마사회’다. ‘말’이란 단어의 중의적 의미를 살린 그야말로 센스 있는 대화명이다. 하지만 그만큼 KRA한국마사회에 대한 외부의 시선, 오해를 인지하고 안타까워한다는 의미도 있지 않을까. 본 기자는 각 분야에서 묵묵히 일하고 노력하는 KRA한국마사회 직원들을 만나 그들의 애환과 고충, 말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연구하는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김태인(52) KRA자격검정센터 과장은 1987년 KRA한국마사회에 입사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지각한 적이 없을 정도로 자신의 일과 직장을 사랑한다. 게다가 장제 분야의 권위자인 그는 우리 장제 기술 발전과 말 문화·역사의 뿌리를 찾고자 최근 몇 년간 휴일도 없이 전국 각지를 다니며 유물 수집을 하고 관련 자료를 글로 남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 결과물로 김태인 과장은 , 등 저서를 집필, 발간했고 , , 등을 번역, 발간하기도 했다. 웬만한 애정 없이는, 보통의 노력 없이는, 30여 년간 끊임없는 연구 활동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국내에서 발간된 말 관련 서적, 번역서는 일본식 용어에 길들어져 있거나 사실이 아닌 내용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어떤 분야든 자신의 뿌리에 대해 올바르게 알아야 하는데 우리 것이 아닌 것, 사실이 아닌 것들에 익숙해지는 상황이 안타까웠습니다. 뿌리를 찾고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에서 순수하게 연구를 시작했고 관련 서적을 발간했습니다.”

김태인 과장은 “기마민족인 우리나라 고대의 말은 과연 작았을까”란 의문에서 이 모든 연구 작업을 시작했노라고 말했다. 장제사라는 특별한 직업을 가졌지만 그도 한 개인이다. 장제의 역사와 관련 이론, 말 문화 및 역사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고고학 분야에도 정통해야 한다. 이를 위해 김태인 과장은 국내 주요 박물관과 관련 유적지를 직접 다녔고, 유물 연구 학계, 고고학자들과의 협약 연구 등으로 우리 역사에서 말이 차지하는 부분, 편자와 관련된 부분을 찾아냈다.

“고고학계 학자들 가운데는 말에 관한 전문가가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니 이들은 일부 손실된 상태로 말 관련 유물이 출토되면 어떤 종류의 유물인지 모릅니다. 남포시 용강 옥도리 일대 역사 유적 9호 무덤에서는 고구려 때 걸로 추정되는 24점의 편자(14*16.5cm)가 나왔고, 용인 서천동 유물산포지 삼국시대 유적지에서도 편자(14*15cm)가 출토됐죠. 태백 청원사 용담지에서는 12.5*13.5 편자 4점이 발견됐습니다.”

■말 역사·문화 뿌리 알리려는 순수 사명감이 ‘추진력’
출토된 편자와 말뼈 등 관련 유물 크기를 역으로 추적하면 말의 해부학적 구조와 ‘사이즈’가 나오기 마련이다. 이들 유적지에서 나온 편자 크기에 비추어 보면 고대 한민족의 말은 철갑으로 완전 무장한 무사를 태울 수 있는 대형 말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이 또한 말 갑옷이 말의 무릎 위까지만 내려오는 걸 모르는 고고학계 학자들이 간과한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또 대부분의 고고학계 학자들이나 일부 전문가들이 최고(最古) 5세기경 유물로 추정하는 말등자, 재갈 등 관련 유물이 사실 5천 년 한반도 역사와 같이한 고조선 당시의 것임을 밝혀내기도 했다.

말 전문가로서 끊임없는 연구와 자료 조사 등으로 관련 유물을 찾아내고 역사적으로 잘못 알려진 사실이 없는지 밝혀내고 있지만, 관련 학계나 일부 박물관 등지에서는 고고학 ‘전문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비협조적이다. 일제가 우리 고고학 자료 보고서를 강탈한 뒤 고고학 분야는 특히 일본 용어의 잔재가 심하고, 왜곡된 부분이 많아 한반도에 편자는 대부분 고려시대 당시 들어온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큰 분야기도 하다.

“일부 훼손되고 손실된 편자가 여전히 많이 묻혀 있습니다. 출토된 유물 일부가 편자인 게 확실해 유물 열람을 신청했는데도 학계나 문화재연구소, 국립박물관 측은 폐쇄적이고 배타적으로 이를 거부합니다. 우리 말 관련 유물을 통해 그 역사를 찾아 알리겠다는 일인데도 석사학위 이상이나 연구원 소속, 지도교수 추천 등과 같은 열람 제한 규제를 걸어놔 함부로 볼 수 없게 했습니다.”

말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 가운데 하나라는 지적. 하지만 김태인 과장의 최근 노력을 통해 외부에서는 ‘편자쟁이’로 알려져 호응도 점차 생기고 있다. 한신대학교 박물관(관장 이남규)의 경우 출토된 유물을 분석하던 중 김태인 과장을 기억하고 연락을 취해 관련 유물의 역사적 근거를 찾아내도록 했다는 후문이다.

김태인 과장은 3년간 하루도 못 쉬면서까지 전국을 돌며 편자 유물을 찾고 관련 보고서 수백 수천 개를 검토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편자 유물을 통해 우리 말 역사와 문화를 찾아내는 일이 가능하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토록 어렵게 찾아냈는데 관련 학계에서는 환대 받지 못하고 배척만 받기에 “공들인 돈과 시간을 생각하면 못 할 일”이라고 그는 단언했다.

■이론과 현장 경험 갖춘 장제 후학 필요
그는 또한 우리 말산업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주요 인력 가운데 하나다. 장제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1999년 국제경마교류위원회(ARC) 전문 분야에 아시아 최초로 참가한 바 있으며, 현재는 국립농수산대학교 및 용운고등학교, 경마축산고등학교에서 장제 관련 강의도 하고 있다.

김태인 과장은 “장제사는 장제 밖에 못한다는 인식을 깨야 한다”고 했다. 그 자신이 공부하는 장제사로 알려져 있기에 후학들에게도 특히 이론 공부를 통해 강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제사는 세간에서 억대 연봉으로 알려져 있지만 직업의 특별한 의미,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는 일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활승마지도사는 봉사의 개념이 많아 대국민 인식이 좋습니다. 장제사는 다른 분야와 달리 유일하게 수요와 공급이 맞아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말산업 관련 자격시험) 합격률이 높지요. 전문가는 많지만 강사진은 없고, 수직적 관계로 이뤄져 실무를 담당할 사람이 부족한 분야가 장제 분야이기도 합니다. 또 현장의 문제를 잘 진단하고, 내용을 이론화하는 등 교육학적 측면으로 접근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를 해결해야 장제 분야가 더 활성화되리라 봅니다.”

그래서 김태인 과장은 ‘필드’에서의 경험을 살려 직접 사진을 찍고 이론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 자료만 100기가가 넘을 정도다. 또 관련 내용을 쉽게 설명하고자 장제 분야 서적 시리즈 및 종합 교과서 발간도 계속 준비 중이다. 장제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 또 말에 관심 있는 사람들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을 구상해 현재 8차 교정까지 끝난 상태다.

이 가운데 먼저 출간된 은 내용만 제대로 읽으면 장제사 대우를 받을 수 있게 하고자 발간한 책이다. 이를 위해 일일이 찍은 사진마다 번호를 매기고 1000매 분량의 원고를 직접 교정 편집했다. 일본식 용어, 불필요한 한자 표현도 퇴출시킨 것은 당연지사. 주관적 요소와 표현도 자제하고 의미 전달을 위해 수십 번 생각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또 나이나 계층, 직업을 불문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실무자의 입장에서 독자의 눈높이를 맞춘 책이다.

“편자 유물과 관련된 보고서를 읽게 되면서 이 모든 일을 시작했습니다. 철기시대 말 이동 경로를 통해 우리 말 품종과 문화, 역사 형성 과정을 찾게 됐죠. 혼이 있고 국적이 있는 경마를 위해서는 우리 뿌리를 알아야 합니다. 말과 관련한 역사적 사실을 잘 알아야 합니다. 저부터 어렵게 찾아낸 자료들을 적극 공개할 것입니다. 묻혀 있는 유물을 찾아내 공익을 위해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국민 모두에게 소중한 우리 말 문화를 알리고자 하는 순수한 목적을 잊지 않고 더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김태인 과장이 직접 편자를 수정하고, 경마축산고등학교에서 강의를 하는 모습.
▲백제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사적 제297호 몽촌토성에서 발굴된 편자 유물.
▲태백 청원사 용담지에서 발굴된 편자들. 6~7세기 것으로 추정된다.
▲1000매 분량의 원고를 직접 다듬고 사진은 전부 컬러로 해 번호와 설명을 곁들이는 등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 표지. (김태인 지음, 플러스81스튜디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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