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어펌드’ 이후 36년 만에 3관마(Triple Crown)가 탄생할 것으로 잔뜩 기대를 걸었던 세계의 말산업종사자들은 또다시 허탈한 가슴을 쓸어내렸다. 세계적으로 사양화길을 달리고 있는 말산업이 36년 만에 3관마 탄생으로 반전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말산업종사자들은 ‘캘리포니아크롬’의 3관마 달성 실패에 의기소침해질 수밖에 없었다.

겨우 1만 달러(한화 1천만원) 남짓한 몸값의 캘리포니아 출신 ‘캘리포니아크롬’은 앞선 켄터키더비와 프리크니스 스테익스를 여유롭게 제압하며 트리플 크라운을 향한 거침없는 행보를 펼쳤다. 각종 언론 매체와 SNS에서는 ‘캘리포니아크롬’의 신데렐라 스토리에 열광하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야기의 결말은 비극적이었다. 약 5주 동안 3개의 경주를 치러야 했던 ‘캘리포니아크롬’은 3관마 달성의 마지막 관문인 146회 벨몬트스테익스에서 4위를 기록해 3관마 달성의 꿈을 접어야 했다.
한국시간 6월8일 새벽 미국 뉴욕의 벨몬트경마장에서 2400m 경주로 펼쳐진 이번 벨몬트 스테익스는 에이피인디(A.P.Indy)의 자마 ‘커미셔너’(Commissioner)가 선두를 잡고 경주를 이끌어나갔다. ‘캘리포니아크롬’은 선두권 뒤에서 따라가는 전개 후 마지막 코너 구간에 접어들 때쯤 예상보다 두텁고 견고한 선두권으로 인해 외곽을 다소 크게 돌며 순위 상승에 나섰다. 하지만 선두와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고 앞 선에서 버티기에 나선 ‘토날리스트’(Tonalist)와 ‘커미셔너’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경주 기록은 2분 28초 52. 최근 5년 동안의 벨몬트 스테익스 기록 중 가장 빠른 기록이었다.

‘토날리스트’가 2400m의 장거리에서 우승을 하며 부마의 ‘태핏’의 입지 또한 공고해졌다. 수많은 GⅠ 우승마를 배출해왔으나 장거리에서의 활약이 다소 적어 한동안 의혹이 제기되어왔으나, 이번 우승을 계기로 ‘태핏’을 향한 신뢰도는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캘리포니아크롬’에 기승했던 에스피노자 기수는 “게이트를 박차고 나왔을 때 ‘캘리포니아크롬’의 상태가 이전과 같지 않음을 느꼈다”고 밝혔다. 스티브코번 마주 역시 경주 직후 3관 경주의 제도적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스티브코번 마주는 뉴욕 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출전마들이 보여준 행동은 겁쟁이들의 편법이나 다름없었다고 비난하며 “더비에서 어느 정도 점수를 획득하지 못한 경주마는 프리크니스나 벨몬트 스테익스에 출전할 자격을 줘서는 안 된다.”라며 억울함을 표했다. 이는 ‘토날리스트’가 삼관 경주의 앞선 두 개의 경주에 한 번도 출전하지 않았다는 점을 겨냥한 것으로 짐작된다. 실제로 ‘토날리스트’와 같이 삼관 경주 중 벨몬트에만 출전해 우승한 경주마는 14두에 이른다.

이번 경주의 경우 출전한 11두 중 세 번의 경주에 모두 출전한 경주마는 ‘캘리포니아크롬’을 비롯해 ‘제너럴어로드’(General A Rod), ‘라이드온컬린’(Ride On Curlin) 단 3두 뿐이다. 이는 경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수많은 명마들이 배출되고 있음에도 삼관마 달성이 36년 동안이나 실패하고 있는 점을 면밀하게 들여다봐야한다는 지적이다. 첫 번째 대회인 켄터키더비에 출전한 경주마에게만 프리크니스스테익스와 벨몬트스테익스 출전자격을 부여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4월의 KRA컵마일, 5월의 코리안더비, 10월의 농림부장관배를 3관 경주로 지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충분히 체력을 보강하고 3관마에 도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도 서울과 부산 통합경주로 시행된 이후에는 3관왕이 단 1마리도 탄생하지 못하고 있다. 경마에서 3관왕의 탄생은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