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쌀 관세화 유예 종료 관련 공청회’에서 패널들이 각자 의견을 말하고 있다
정부 쌀 관세화 사실상 선언, 6월말 대국민담화 발표 계획
전농연, 사전 각본론 제기하며 반발

쌀 관세화 유예 종료를 앞두고 열린 공청회에서 정부와 농민들이 각각 서로의 입장만을 주장하는 이전투구를 벌이며 아무런 대안을 찾지 못하며 갈등이 고조될 전망이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경기도 의왕시 한국농어촌공사에서 `WTO 쌀 관세화 유예 종료 관련 공청회`를 열고 "국내 쌀 소비량이 매년 감소하는데 관세화를 미루며 쌀 의무수입량을 늘리는 것은 경제적으로 부담"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사실상 쌀 시장을 개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지만,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 농업계는 "정부가 협상을 통해 현상유지를 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데도 쌀 시장 개방을 기정사실로 하고 농민들을 기만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정부는 공청회 시작 전부터 행사장에 경찰을 배치하고 사전에 방청신청을 한 사람들만 출입시켜 자유로운 토론을 막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미처 방청권을 못 얻은 농민들은 공청회장 진입을 시도하며 정부 관계자,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정부가 쌀 시장 개방 논리로 제시한 자료의 타당성을 놓고도 격론이 벌어졌다.
정부 측 발제자인 송주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미 쌀 시장을 연 일본과 최근 관세화 의무를 한시적으로 유예한 필리핀을 언급하며 "우리에게는 쌀 시장 개방과 관세화를 잠시 미루는 대신 수입의무량을 늘리는 것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형대 전농 정책위원장은 "정부는 그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WTO 이해당사자국과 어떻게 협상했고 어떤 정보를 모았는지 공개하지 않은 채 매번 일본과 필리핀 사례만 언급하고 재탕삼탕한 자료, 표절한 통계만 쓴다"고 반박했다.
박 정책위원장은 또 "2005년 박흥수 전 농림부 장관과 2009년 장태평 전 장관은 쌀 관세화 유예에 대해서는 협상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발언했지만 지금 정부는 당시의 입장을 뒤집었다"며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쟁점을 왜곡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농업계 내에서도 쌀 관세화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전농과 달리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는 `현실적 관점`을 언급하며 정부 주장에 동조하고 나선 것. 이후 전농과 한농은 한동안 `앞잡이`, `매국노` 식의 욕설이 오가는 말싸움을 벌였다.
이날 공청회는 오후 2시30분부터 3시간 넘게 진행됐지만 쌀 관세화에 대한 진전된 대안을 찾지 못했다. 정부는 농민의 불신만 얻었고 대외 협상력 부재라는 숙제만 안게 됐다. 농업계 역시 내부적으로 합의를 찾지 못했다는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정부는 다음 주 중 쌀 시장 관세화 입장과 쌀 산업발전대책방안을 대국민 담화문 형식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수입쌀에 적용할 관세율 등 개방내용에 대해 국회에 보고한 뒤 9월까지 WTO에 이를 보고하겠다는 계획이다.


작 성 자 : 권순옥 margo@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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