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본사에는 독자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정상적인 업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독자들의 항의전화가 있었다. 지난주 일요일(1월11일)경마 제8경주 국산3군 1800m 레이스와 관련된 항의 전화였다. 항의전화를 걸어온 대부분의 독자들은 “4코너에서 결승선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12번마 ‘태풍축제’가 갑자기 외측으로 사행하여 5번마 ‘스톰피니시’의 진로를 명백하게 방해했는데도 심의조차 하지 않았다”는 항의였다.

항의를 해온 독자들은 “선진경마문화를 창조한다는 경마문화신문이 이처럼 중대한 사안에 대하여 왜 묵묵부답하고 있는가”라고 질타하며 “한국마사회의 부당한 처사에 대하여 어떤 입장도 표명하지 않으려면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이므로 차라리 경마문화신문을 폐간하라”는 식의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전화를 받은 임직원들이 “우리 회사는 경마의 승패에 대해 심의나 판결을 할 권한이 없고 한국마사회의 고유 권한”이라고 아무리 설득을 해도 막무가내였다. 심한 경우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으며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기도 했다.

모든 스포츠에서 심판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경마는 관람객이 돈을 걸고 관전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어느 스포츠보다도 공정해야 한다. 심판(재결)의 판정이 불공정할 경우 관전자들은 선의의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세계의 선진경마국들은 심판의 권위와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전체 심판위원(재결위원) 3명 중 1명 이상 반드시 주정부가 임명을 한다. 심판위원 3명을 모두 주정부가 임명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로 말한다면 정부가 직접 경마의 심판위원을 임명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경마를 홀대하는 현상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홍콩의 경우는 영국 등 선진경마시행국에서 심판위원을 수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홍콩은 수입된 심판위원에게 많은 돈을 주면서도 경마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경마와 관련한 업무를 다방면으로 하면서 전문성을 확보한 권위 있는 인물이 심판을 담당한다. 이들 경마선진국들은 심판에게 절대적인 권한을 주며 상당히 높은 대우도 해준다. 모든 경마관계자들은 물론이고 대부분 경마팬들도 심판의 권위를 절대적으로 인정해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심판이 권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경마팬들은 심판의 결정을 쉽게 수긍하려고 하지 않는다. 경마팬들의 의식은 경마시행 제도의 발전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레이스를 분석하는 안목도 매우 뛰어나다. 물론 경마팬들의 지적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 경마란 보는 시각에 따라 여러 종류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가 무수히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경우는 재심의를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동안 경마팬들이 경주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는 헤아릴 수없이 많이 있었다. 경마팬들의 이의제기는 본질에서 벗어난 것일 수도 있고 그렇지않을 수도 있다. 경마팬들의 이의제기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경주를 분석하는 안목이 향상되고 있는 증거로 보아야한다. 그리고 심판위원들은 정확한 판정을 내릴 수 있는 전문적인 식견과 권위를 갖추어 팬들의 오해를 풀수 있어야 한다. 심의는 경마팬의 시각에서 심의를 해야하며 판정에 있어서는 냉철하고도 정확한 전문적인 식견이 필요하다. 사람이 바뀔 때마다 판결의 기준이 바뀐다면 경마에 대한 불신만 점점 깊어지는 것이다.한국경마가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심판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공정경마의 최후 보루는 심판이기 때문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