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시장을 찾는 경마팬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저 말(馬)은 뒤가 잘 들어간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뒤가 잘 들어간다”라는 것은 말이 걷고 있을 때 뒷다리가 앞을 내딛는 과정에서 그 뻗음이 보다 멀리 딛고 있다는 의미로서, 마치 뒷다리가 마체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나온 표현이 아닐까 한다.

말은 달릴 때 뿐 아니라 걸을 때도 마찬가지로 앞으로 이동하는 추진력은 뒷다리가 그 원천으로, 좋은 컨디션을 지닌 말이라면 대부분 뒷다리를 깊게 디뎌낸다는 것에는 분명하다.

말은 걸을 때 뒷다리가 항상 앞다리의 발자취를 따라 움직인다. 즉, 앞다리가 밟은 지점을 뒷다리가 뒤쫓아 발을 디뎌오게 된다. 이 때 컨디션이 최상에 있는 말들은 보는 시각에 따라 일순간 앞다리와 뒷다리가 교차해보이기도 한다. 이 것은 뒷다리가 보다 깊게 디뎌내기 때문에 앞다리가 밟은 자취를 넘어 딛는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또한 앞다리의 발굽이 지면에 붙어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그러한 현상을 경험하는 것이다.

제 아무리 뒷다리의 내딛음이 크더라도 앞다리가 순식간에 지면에서 떨어진다면 앞다리와 뒷다리가 교차해 보이는 순간을 포착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며, 앞다리의 발굽이 지면에 닿아있는 시간이 길어지려면 어깨가 부드럽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단순한 얘기이겠지만 여기서 미루어 보더라도 뒷다리의 움직임이 말의 컨디션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임에는 분명하나, 이와 함께 앞다리의 움직임도 밀접한 연관이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말과 비교해 본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허리가 좋지 못하거나 구절과 비절에 결함이 있는 말은 일단 뒷다리의 보폭이 작다. 이런 말들은 뒷다리가 움직임과 동시에 곧바로 착지해 버리기 때문에 앞발이 딛은 지점까지 뒷다리가 미치지 못한다. 그리고 뒷다리가 따라오지 못하는 만큼 앞다리도 느긋하게 뻗지 못하고 빠르게 착지해버리기 때문에 전체적인 보폭이 작고 다소 어색하다는 느낌도 들기도 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이런 말들은 대개 보폭이 짧은 반면 다리의 움직임이 빨라 활기차고 힘있게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에 컨디션이 좋은 것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소지도 충분하다. 이는 대부분의 초보팬들이 단순히 “컨디션이 좋은 말=활기 있는 말”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는데, 활기가 있는 것과 컨디션이 좋은 것은 엄연히 구분되어야 하며 그러한 안목을 갖추기 위해서는 역시 많은 경험의 축적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좋은 컨디션의 말이 모두 뒷다리의 보폭이 큰 것만은 아니다. 뒷다리의 움직임은 선천적인 체형에 의해서도 각양각색이고 걷는 습관도 말마다 다르기 때문에 일정한 리듬으로 느긋하게 걷고 있다면 이 역시도 나쁠 것은 없다.

반대로 뒷다리의 보폭이 크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의 경우 뒷다리의 보폭이 크지만 최악의 경우라고 말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뒷다리 보폭이 큰 말은 그 열림의 크기도 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의 말은 그 열림의 폭이 다소 과다하게 큰 모습이다. 소위 뒷다리를 끄는 듯한 느낌이랄까.

이러한 현상을 보이는 이유는 허리가 좋지 않아 뒷다리의 움직임이 과다하게 느긋하기 때문이다. 뒷다리의 넓은 주폭과 비례해 리듬있는 걸음을 걷지 못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예시장에서 뒷다리를 끄는 말을 보게 되면 그 움직임도 힘없이 걷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좋은 컨디션의 말은 뒷다리 발굽의 움직임에서도 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의 말은 뒷다리가 지면과 분리됨과 동시에 발굽이 규칙적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과 비교해보면 확연히 구분된다.

이렇게 발굽이 확실히 돌아가면서 지면을 차는 듯 걷고 있다는 것은 힘이 있다는 증거로서, 뒷다리의 보폭이 넓은 말이라 하더라도 만약 발굽의 회전이 미흡하거나 불규칙하다면 뒷다리를 끄는 말처럼 역시 어딘가 힘이 없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말의 뒷다리의 움직임과 관련하여 컨디션 파악의 요령을 알아보았다.

뒷다리는 말의 컨디션을 파악하는데 있어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다. 아직 말을 보는 안목이 미숙한 팬이라면 이것, 저것 보는 것 보다는 뒷다리의 움직임 하나로 한정해 보는 것이 판단하기 쉬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정된 부분을 통해 컨디션을 파악하는 것은 그만큼 오판을 하기도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차례 강조해왔지만 말은 머리, 목, 허리, 앞다리, 뒷다리 등 각 신체부분이 마치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어우러져야만 좋은 경주력을 발휘하는 생명체다. 즉, 말을 보는 기본은 전체를 파악하는 것이고,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말을 보는 것이 보다 깊은 이해로 연결된다는 것을 당부드리면서 이번 강의를 마친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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