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RA(북미경주마협회)와 Equibase社가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올해 북미경마의 총 매출액은 전년 대비 5.75% 감소했으며 금액으로는 약 1억불(한화 1,300억원)규모다. 이 수치는 80년대 이후 전년 대비 가장 기록적인 감소로, 2005년 3.6%, 1986년 5.1%를 능가하는 것이다. 올해 북미경마의 이러한 매출감소는 여름철 치솟았던 가솔린 가격폭등이나 일반 경제정세의 악화가 그 원인이라는 것은 주지된 사실이지만, 경마산업 자체에도 문제를 지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10월 정부의 경마재정 지원축소가 결정되면서, 상금 축소 등에 불만을 가진 마주 등 경마관련자들이 한 달간 동맹파업에 돌입하는 위기를 맞기도 하였다. 결국 정부 측에서는 일부 요구조건을 수용하는 선에서 11월8일 경마 재개된 바 있지만 여전히 불씨를 남기고 있어 내년에도 파행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처지다.

아일랜드 역시 정부 보조금의 9.5% 삭감과 베팅세를 증세하는 더블 펀치를 맞고 휘청거렸다. 이로 인해 HRI(아일랜드 경마협회)는 자금부족을 이유로 카라 경마장 등의 재개발 계획을 동결 시켰고, 올해보다 7% 삭감된 규모의 2009년 경마상금을 확정지었다.

전 세계적인 경마의 불황은 사설마권판매업자에게도 큰 타격으로 다가왔다. 영국 최대의 북메이커 회사인 라드브록(Ladbrokes)는 지난해 대비 무려 23.9%의 매출 감소를 보였으며, 윌리엄 힐(William Hill) 역시 14%의 감소치를 기록했다. 또한 경제 혼란이 가중되자 영국 정부는 국영 베팅회사인 토트(Tote)사의 민영화 방침을 철회했다.

이들 나라들은 경마산업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불황의 늪에 허덕이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경마죽이기 정책이 날로 가시화되고 있는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우리나라의 경마시행 목적은 한국마사회법 제1조에 너무나 명백하게 잘 나타나 있다. 요약하면 마사진흥과 축산발전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 목적에 부합하는 경마정책이 시행되고 있는가. 경마산업이 사회적으로 도박이라는 부정적 편견에 얽매여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장 큰 현실적인 문제점은 범정부 기구로 출범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경마가 포함되어 복권이나 스포츠토토보다도 더 심하게 규제를 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나 국회가 적극적으로 마필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펴지 않는다면 세계와의 경쟁은 고사하고 내부 발전도 실현시키기 어렵다.

경마는 세계 1백20여 국가가 시행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러시아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선진국들치고 경마를 시행하지 않는 나라가 없다. 특히 서러브레드라는 단일 혈통의 경주마로 경마를 시행하기 때문에 글로벌 경쟁산업이다. 그러다보니 경마산업을 둘러싼 국가가간의 치열한 경쟁이 날로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마필산업은 외형적으로도 이미 1000여 농가에서 2만3천여두의 마필을 사육하는 상황이 되었다. 조랑말 등 잡종마 1만5천여두 서러브레드경주마 8천여두를 보유하고 있다. 결코 적은 규모가 아니다. 그런데도 국가정책은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경마산업 정책을 펴고 있다.

경마산업을 제대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그 목적에 부합하는 정책을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 복권이나 카지노와 같은 진짜 도박들과는 어떤 차이가 있으며 왜 경마산업을 육성해야 하는지 그 목적에 부합되게 국민들에게 인식시키고 설득해야 한다. 마사진흥과 축산발전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이미 선진경마국들이 앞서 모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황의 암울한 늪에 빠져 허덕이고 있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마필산업 종사자 모두가 지혜를 모으고 창의력을 발휘하여 이 난국을 뚫고 나가야 한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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