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시장에서 말을 관찰하고 있으면, 하늘을 향해 머리를 과다하게 치켜들고 다니는 말이라든가, 반대로 머리를 아래로 크게 내려깔고 다니는 말 등 다양한 형태의 목의 자세를 볼 수 있다.

이러한 목의 자세는 한마디로 말이 자신의 상태나 기분을 나타내는 표현 방식이다.

특히 목의 자세에 비추어 턱을 당기고 있는지의 여부는 말의 투지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사람에 비유하더라도 턱을 당긴다는 것은 싸울 때의 기본자세다. 예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턱을 당기고 있는 말은 투지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도 좋은 밸런스를 만들어 내며, 그러한 자세야말로 우리로 하여금 경주마로서의 풍미를 느끼게 해준다.

의 말은 턱을 자연스럽게 당기고 있는 모습으로 허리, 앞다리, 뒷다리 등 전체적인 움직임에서도 좋은 기색이 엿보인다. 그리고 목의 각도에도 주목해보자. 수평을 기준으로 30-40° 정도 위에 위치하고 있으며, 마필유도원의 손을 보더라도 자연스럽게 고삐를 가진 손이 말의 왼쪽 어깨 근처에 위치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목의 자세를 가장 이상적이고 교과서 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는 만큼, 머릿속에 잘 기억해 두어 실전에서 좋은 컨디션의 말을 골라내기 위한 표본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겠다.

목의 자세를 언급할 때 일반적으로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경우라고 한다면, 목을 낮추어 머리를 아래로 내리고 있는 말은 컨디션이 좋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그러한 말들은 의 말과 비교해 볼 때 눈에 보여지는 활기가 다소 부족해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결코 컨디션이 나빠서라기 보다, 릴렉스(relax)한 감정의 표현일 뿐이다.

의 말은 목을 내리고 있지만 앞다리가 밟은 지점을 뒷다리가 뒤쫓아 발을 디뎌오고 있으며, 걸음 자체도 리듬감이 있기 때문에 나쁜 구석은 없는 모습이다.

물론 경주에 출전하는 말이 투지가 넘쳐야지, 다소 늘어진 모습이라면 좋은 성적을 거두기 힘들거 라는 생각에는 공감이 간다. 그러나 이러한 말에 기수가 기승했을 때 갑자기 활기를 띠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기수가 기승하는 순간 “이제 경주를 뛰어야 할 때”라고 인식하고 말 스스로가 투지를 끌어올리기 때문에 별반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러한 말들은 간혹 허리가 좋지 않아 필연적으로 머리를 아래로 낮추는 경향이 있는데, 지난 시간에 언급한 뒷다리의 끌림을 통해 그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이상적인 목의 자세가 수평을 기준으로 조금은 위에 위치하는 것이 좋다고 했지만, 목을 그 이상의 범위로 위로 쳐들고 있는 말은 주의가 필요하다. 일단 턱을 당긴 것이 아닌 상대를 향해 내놓고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투지면에서는 일단 낙제점을 줄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말들은 필연적으로 앞다리와 뒷다리의 보폭이 작아질 수 밖에 없고 말의 표정을 보아도 조금은 멍해 보인다는 느낌이기 때문에 실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리는 만무하다.

그리고 예시장에는 간혹 목을 활(弓)처럼 휘고 있는 말들도 볼 수 있는데, 멀리서 보면 학(鶴)의 길고 가는 목을 모습을 하고 있다 해서 “학의 목”이라고도 한다. 이렇게 말이 “학의 목” 현상을 보이는 이유는, 앞으로 자꾸 나가려는 것을 마필 유도원이나 기승하고 있는 기수가 고삐를 당겨 제어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목이 휘어지는 것이다. 즉, 학의 목은 말이 앞으로 나가려는 뜻의 의사 표시이며, 충분한 기색과 활기를 갖추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과도하게 흥분된 말들도 이러한 현상을 보인다는 것.

말이 자연스럽게 걷고 있다면, 그 보행에 맞추어 목도 가볍게 상하로 움직이게 된다. 하지만 고개를 심하게 상하로 움직이는 경우라면 그것은 언뜻 보기에도 부자연스럽게 마련이다. 여기에 “학의 목”을 한 상태로 고개를 큰 폭으로 상하로 움직이고 있다면 거의 십중팔구는 흥분된 상태라고 단정지어도 무방하겠다. 원래 그러한 현상을 보이는 말이 간혹 있기는 하지만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점을 알려둔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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