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상 프로스타 대표는 은퇴한 말이 요양할 수 있는 장소를 설립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본지 승마용품 전문점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업계 동향과 시장성, 문제점 등을 시리즈 기획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지난 기획에서는 국내 최고(最古) 승마용품점 ‘골든호스(대표 유경선)’와 편자 등 말 관련 상품 제작 등으로 유명한 ‘더지엘(The GL·대표 이승룡)’을 소개했으며, 이번 기획에서는 프로스타(대표 이재상) 편을 준비했습니다.

승마용품 업계 맏형뻘 선두 주자…믿음과 신뢰·고객 만족에 앞장
바지와 부츠 수제작·승마장 펜스·시합용 마사까지 100% 국산화 성공
15년 동안 단 100원 가격 상승 없어…은퇴마(馬) 요양 목장 설립 꿈꿔

프로스타 이재상(53) 대표를 직접 만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서동영 한국말학술연구회장의 적극적인 추천을 통해 경기도 하남시 미사동에 있는 프로스타를 찾아갔지만 그는 자리에 없었다. 각종 생활체육 승마대회에 참가하느라 지방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기 때문. 남들은 다 휴가를 떠난 7월의 마지막 날, 경기도 하남시 상사창동에 있는 한 승마장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이재상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1999년 승마를 시작한 이재상 대표는 실제 잔뼈가 굵은 승마인이다. 승마장도 직접 운영했었고, 지금도 ‘필드’에 나가 대회에 참가하거나 대회 마사, 펜스 설치까지 지원한다. 승마를 하며 불편하게 느껴졌던 부츠와 바지를 직접 만든 계기로 2000년 승마용품 업체 프로스타를 정식 오픈했다. 승마인의 한 사람으로 그치지 않고 일상에서 부대낀 문제를 사업 아이템으로 개발하게 된 것. 이 때문에 국내 승마인들에게 좋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에 어울리는 상품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외국 승마용품이 체형에 맞지 않아 직접 부츠를 만들어 신었다. 취미로 시작한 일이기에 수익을 바라고 시작한 건 아니다. 싸게 판다고 경쟁업체로부터 원망 아닌 원망을 듣기도 하지만 승마인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다.”

승마용품을 만드는 일은 사실 ‘최첨단’ 사업이 아니다. 가죽을 봉제하는 등 일종의 후진산업이라는 것. 이재상 대표에 따르면, 아직 제대로 된 수요가 없어 인건비 등 수지를 맞추는 경영이 어려울 뿐 기술과 품질 문제는 외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무조건 비싸야 한다거나 외제를 선호하는 우리 승마업계의 인식도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또 다른 원인이기도 하다.

제조업체는 3%, 유통업체는 20%의 마진을 남기는 국내 시장 상황에서 많은 수익을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10년 전과 비교해 상황이 더 어려워지지 않았는가”하는 기자의 질문에 이재상 대표는 “모두가 어려운데 나 혼자 어렵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모든 스포츠 용품, 업계 상황이 비슷하다. 우리도 한때 중국에 공장을 두고 부츠와 바지, 헬멧 등을 만들었으나 인건비나 물류 비용을 따지고 보니 국내에서 생산하는 게 오히려 더 낫다는 판단이 들었다. 지금은 직원 9명을 두고도 몽골과 일본,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승마용품이 한류 열풍을 타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만큼 품질과 가격 면에서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고 본다.”

15년 동안 단 100원도 물건 값을 올리지 않은 이유는 우리 승마인들이 좋은 품질의 상품을 부담 없이 중저가로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승마용품 업계의 한 사람으로 승마 대중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원가는 꾸준히 오르고 마진이 줄어도 모두가 어려우니 어렵다고 말할 상황도 안 되지만 품질과 가격 경쟁력, 자부심으로 명맥을 이어가는 것.

특히 최근 외국 브랜드가 물량공세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어도 큰 걱정은 안 한다고도 했다. 외국 브랜드도 일부 국가에서 주문위탁생산(OEM) 방식으로 제작하고, 국내에서는 수입업자들이 대부분 물품을 들여오기 때문에 사후 서비스나 보상판매가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이 승마용품 업에 뛰어드는 일이 드물어지는 문제에 대해서는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시대적 사명까지는 아니어도, 큰 돈벌이가 안 되는 문제도 있지만, 일단 시장 자체가 작고 다품종 소량 생산화돼 물량이 많지 않으니 승마용품 업계의 미래 비전도 밝지는 않다는 것.

“최근 기업 한 곳에서 직수입 형태로 승마용품 시장에 뛰어든다는 소문이 있다. 돈 많은 곳이라면 제조시설을 갖추고 제품 개발을 해 국산화하는 방식이 옳지 않겠는가. 대기업 가문 2세들이 선대의 명성을 이용해 개발은 하지 않고 광고로 명품을 만들거나, 외국에서 디자인을 배워와 겨우 샵이나 차리는 식으로 명맥을 이어가서는 안 된다.”

이처럼 가격과 품질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수제 형식을 고집하고, 펜스와 마사 등을 국산화에 성공해 가격도 내린 결과 2004년에는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부터 용품 관련 국산화 우수상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용품 시장에서의 국산화 노력은 ‘국산마 사랑’으로도 이어진다. 8년 전부터 국산마를 직접 훈련하기도 하며 중국 사람들을 초청해 견학시키기도 했다. 이재상 대표는 “국산마 대회를 개최하는 건 참 잘하는 것”이라면서도 중국 시장이 크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평균 하루 3두씩 나오는 퇴역 경주마의 중국 시장 수출 활로를 모색할 때라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에는 퇴역 경주마인 서러브레드와 웜블러드 종이 적기에 매력적이라고도 했다.

여전히 경영이 어려운 승마장 현실에 대한 지적도 있지 않았다. 이재상 대표 또한 승마장을 경영한 적이 있고, 현재는 승마용품을 주업으로 하다 보니 승마장 현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승마장이 흑자를 내려면 인건비와 사료비를 줄이는 식의 저비용 구조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품화된 사료 말고 농수산물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사료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다른 축산처럼 승마장 시설도 부지를 넓게 한다든지 호화롭게 건물을 꾸미는 게 아니라 구조와 동선에 맞는 현대화를 꾀하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

이날 인터뷰가 진행된 하남시 상사창동의 승마장을 예를 들며 일부 지자체가 규제를 풀고 시장 경제에 맡겨야 승마산업이 활성화될 것이라고도 했다. 공장 부지 내 같은 축사라도 승마장만을 타켓 삼아, 말 키운다는 것만 문제 삼아 규제하는 현실은 여전하다는 것. 승마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인데 각종 규제 때문에 활성화가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상 대표가 이처럼 승마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건 결국 말(馬) 때문이다. 벌써 8년째 직접 말을 키우는 애마인으로 현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의 ‘종착지’를 물었더니 전혀 생각하지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말을 폐기 처분한다는 것 자체가 안락사 시키는 것 아닌가. 수십 년 함께 동고동락한 애마, 수십 억 원을 벌어준 경주마를 돈 얼마에 처분해서는 안 된다. 말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말의 복지 문제도 더 신경 써야 한다. 수요는 많지 않겠지만, 나이 먹고 늙어서 은퇴한 말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요양시설과 목장을 하는 것이 꿈이다. 살아생전 주인을 위해 모든 걸 다 내어준 말들이 공간도 넓고 냉난방 되는 마방에서 여생을 편히 보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

승마용품 전문기업 프로스타(Pro-Stra) 대표: 이재상
경기 하남시 미사동 291-7 2층
홈페이지: http://www.equsetrian.com/

첨언 – 본지 은 올해 10월 9일부터 12일까지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열릴 ‘2014 말산업박람회’를 앞두고 승마업계의 동향 파악 및 현장의 문제, 시장성 등에 대한 취재를 시리즈 기획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관심 있고 홍보가 필요한 업체는 편집국(031-8086-7995)으로 문의바랍니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경기 하남시 상사창동에 들어설 한 승마장에서 이재상 프로스타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재상 대표는 수많은 생활체육과 엘리트 대회에서 입상한 승마인이기도 하다. 그가 승마용품업을 시작한 것도 불편한 승마 부츠를 직접 만들면서부터다.
▲프로스타는 미사동 291-7호 2층, 국내 최대 130평 규모 매장을 갖추고 승마 대중화를 위해 값싸고 품질 좋은 승마용품을 제공하고 있다.
▲“없는 게 없는” 승마용품 ‘만물상’, 프로스타. 이곳은 수제로 제작한 부츠와 바지 외에도 개인장구와 마필장구, 마방용품, 대회용품 등 승마용품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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