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에스코트 경마 대회
8월 9,10일 우리 경마는 국제교류경주 기간을 맞아 마카오, 아일랜드, 말레이시아, 터키 네 곳의 나라와 트로피 교류 경주를 펼쳤다. 각 경마 시행체의 대표들이 렛츠런파크 서울을 직접 방문해 우리 경마를 즐겼고 직접 트로피를 시상하며 그 의미를 배가시켰다. 아직 축제의 장으로 온전히 자리 잡지 못한 우리네 경마대회였지만, 대회가 끝난 후 펼쳐진 모습은 희망의 경종을 알리기 충분했다. 경주를 지켜본 경마팬들은 우승마에 열렬하게 환호하며 시상대에서 아낌없는 축하의 찬사를 보냈고, 우승의 주역들과 인사를 주고받으며 기뻐했다. 특히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을 내밀며 기수와 악수를 나누는 모습에 각국의 대표들은 “너무 아름다운 모습이다”라며 소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순간들이 행복이다. 밋밋하게만 살아가기에 주어진 시간은 너무나 짧다. 그래서 우리는 생활 곳곳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즐기려 한다. 이러한 욕구의 산실이 바로 축제다. 우리는 예전부터 아주 작은 경사에도 함께 모여 기쁨을 나누고 흥을 즐겼다. 벚꽃이 폈다고 모두들 도시락을 싸들고 유원지로 나가거나, 한 밤에 불꽃을 쏘아 올려 함께 행복을 나누는 것도 마찬가지다.
경마도 이러한 축제의 장이 되기에 충분한 대상이다. 경주마의 수만큼 그들의 능력을 가늠해볼 경주들도 다양하게 존재하며, 매달 자연스럽게 경마대회들이 시행되곤 한다. 아직 우리는 대회와 시상식, 그리고 그에 따른 작은 규모의 공연이나 이벤트성 행사 수준에 그쳐있지만 바다 건너 수많은 경마 시행국에서는 경마대회가 이미 하나의 축제로 자리잡은 상태다.
경마대회나 축제는 인간의 기본 욕구인 유희를 충족시키는 대표적인 매개체다. 따라서 이의 규모나 정착성 등은 그 나라의 국력을 엿볼 수 있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시행국들은 좀더 국제화된 규모의 경마대회와 축제를 안착시켜 국력을 과시하고자 하고, 국민들은 행사에 주체적으로 참가하며 진심으로 그것을 즐긴다. 다음은 축제로 자리잡은 대표적인 경마대회들이다.


호주를 대표하는 축제, 멜버른컵 축제

매년 11월 첫째 주 화요일에 열리는 멜버른컵 경마대회는 오랜 전통과 역사, 다양한 화제거리, 시행체의 마케팅 노력 등에 의해 매년 10만에서 15만 명의 관객을 유치하고 있다. 이날은 빅토리아주가 공식 공휴일 지정했으며 모두가 하던 일을 멈추고 경마 진행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고 하여 ‘국가를 멈추는 경기’(The race that stops the nation)라고 불리기도 한다. 멜버른컵 자체만 해도 호주에서 가장 높은 상금이 걸려있으나, 이에 못지 않게 기념 축제 역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시기상 봄에 이루어지는 만큼 호주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봄맞이 축제로 여겨지기도 한다. 명칭 역시 멜버른컵 카니발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이 날은 멜버른 주의 여성 경마팬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 경주 외 이벤트로 진행되는 베스트 드레서 콘테스트 때문이다. 멜버른 컵 공식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면 패션에 관한 카테고리가 따로 있을 정도로 이날 베스트 드레서 콘테스트는 중요한 행사로 인식된다.
일반인 참가자들로 이뤄지는 이 행사는 매년 500여명의 신청자가 줄을 이을 정도로 인기를 구가한다. 단 하루 동안 진행되는 콘테스트를 위해 호주 여성들은 화려한 모자와 옷에 한 달치 월급을 기꺼이 바치기도 한다고. 이들의 모습은 경마매체는 물론 각종 패션매체들의 카메라에 담겨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에 중계된다.


세계 최대 상금이 걸린 두바이 월드컵 나이트 시리즈

는 부자의 나라인 중동의 경마대회 답게 세계 최고의 상금을 자랑한다. 매년 3월의 마지막 주 토요일에 개최되며 8개의 서러브레드 경주와 1개의 아라비안 경주로 구성되어 있다. 두바이 월드컵 자체에도 1000만 달러라는 막대한 상금이 걸려있지만 나머지 대회들 역시 최하 100만 달러에서 최대 500만 달러의 상금을 내걸고 있어 하루 동안의 상금이 자그마치 2700만 달러에 달한다.
사실상 두바이는 1월부터 3월까지가 나라에서 정한 국제 경마 축제 기간이다. 기후 여건으로 인해 10월부터 4월까지 경마가 시행되는데, 국제 경마 축제 기간동안에는 두바이 월드컵 시리즈에 출전할 경주마를 가리는 예선전격 성격으로 진행된다.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두바이의 필수 관광 코스 중 하나로 메이단 경마장을 찾아 경마를 즐기며, 정점인 두바이월드컵 전날 밤에는 화려한 행사와 함께 개막 축제를 가진다. 2014년에는 세계적인 가수이자 영화배우 제니퍼 로페즈가 이곳을 찾아 축제의 흥을 돋웠다.


축제의 나라 일본, 그중에서도 으뜸은 아리마기넨

일본의 그랑프리인 ‘아리마기넨’은 한 해동안 최고의 경주를 펼쳤던 주역들이 한자리에 모여 능력을 평가하는 대회다. 일본 중앙경마회인 JRA가 나카야마 경마장에서 실시하는 GⅠ급의 경주로 총상금은 3억 8천만 엔에 달한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팬 투표를 통해 출전하는 경주마를 선정할 수 있으며, 일본에서는 경마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조차 아리마기넨을 알 정도로 대표적인 경마대회로 손꼽힌다.
‘아리마기넨’을 즐기는 일본 사람들의 인식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지난 해 유라쿠쵸 역에서 실시한 홍보 이벤트이다. 유라쿠쵸 역은 우리나라의 강남역과 같이 일본의 유동인구 중 젊은 층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지역이다. 지난 해 아리마기넨을 앞둔 유라쿠쵸 역은 18만 5천 개의 녹색 LED로 장식된 일루미네이션과 대회 홍보를 위한 각종 테마 부스로 자리를 메웠다. 아름다운 경관은 물론 이색적인 테마로 인해 지나가는 젊은 층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고, 적극적으로 이벤트에 참여하며 경마에 대한 편견 없는 시선을 드러내기도 했다.


왕실의 축제, 영국 에스코트 경마 대회

에스콧 경마장은 매년 대규모의 경마대회와 축제가 열리는 영국 경마의 산실이다. 왕실과 귀족들이 총출동해 사교활동을 벌이는 대표적 장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왕실 소유의 로열 에스코트 경마장에서 열리는 에스콧 경마대회는 영국 왕실이 주최하는 경기로 경마가 열리는 나흘 동안 여왕과 왕실 가족이 마차로 장내를 행진하는 팬서비스를 진행하기도 한다. 왕실을 정신적 지주로 여기는 영국 국민의 입장에서 이러한 행사는 으레 참석해야할 대표적인 축제로 꼽힌다.
로열 에스콧 경마대회는 19세기 초까지만 해도 일반인은 관람조차 할 수 없었던 왕실경마대회였다. 현재는 모든 이들에게 개방이 되어있으나 오랜 기간 전통을 이어온 만큼 격조와 품위에 있어서도 단연 으뜸을 자랑한다. 결승점 앞 가장 좋은 좌석인 `로열 엔클로저`는 왕실 가족과 왕실 초대손님만을 위한 자리인데, 이 자리에 초대되기 위해서는 매우 엄격한 조건을 거쳐 추천을 받아야만 하며 남성은 검은색 또는 회색 양복과 조끼, 모자를, 여성은 정장에 모자를 갖춰야만 한다. 일반인 입장이 가능한 구역에서도 역시 수만 명의 관람객들이 화려한 패션을 뽐내며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 마련된다. 경기는 여왕과 왕실 가족의 행렬 입장과 함께 시작되며 경기의 우승자에게는 영국 여왕이 직접 우승 트로피를 수여하기도 한다.



작 성 자 : 조지영 llspongell@krj.co.kr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