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에서 승마 강습을 하는 장면. 맨 오른쪽이 김명기 한국국토대장정기마단 대표다.
필자가 어릴 때는 초등학교마다 여러 동물을 길렀다. 현재 건국대학교 정문이 된 곳도 1981년 당시에는 동물병원과 시범 논이 있었고, 축산 농민들이 소를 끌고 와 진료를 받곤 했다. 학교에선 토끼는 물론 공작새, 금조, 염소, 사슴 등을 길렀는데, 아이들은 학교 시작종이 울리는 것도 모른 채 동물들과 놀기에 바빴다. 들판을 뛰어다니면 곤충, 동물 등 자연의 모든 것들이 친구였다. 학원 따위가 없었어도 하루해는 너무나 짧았다. 청소년들의 동물 사랑은 저절로 함양되는 일이었다.

요즘 짧아진 군 복무와 나아진 급식에도 불구하고 여러 군기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젊은이들과 사회가 변했고, 효율적인 관리가 되지 못한 까닭이다. 예전엔 군대에 당연히 말이 있었다.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영화에서도 말들이 야포와 군수품을 실어 나른다. 한국군도 6·25 당시 군마대를 운영했고, 지금 50대인 우리 또래도 군 복무 당시 부대에 말이 있었다고 증언한다.

필자는 군에 새로운 제안을 하고 싶다. 군에 승마를 보급하는 프로젝트다. 일명 ‘군부대 체력강화 승마지원’이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군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해 잦은 사고를 예방하고 △인근 승마장 협조로 군마대를 편성해 비상시 실질적인 군 기마대 체제를 마련하는 것이다. 남양주의 한 포병여단에 승마시범교육을 실시한 결과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1차적으로 전국 각 승마장 인근 군부대 6곳에서 20명씩 20주에 걸쳐서 교육을 실시하는 것인데, 비용은 국방부와 KRA한국마사회 등 정부에서 공동 부담하도록 한다. 군부대는 버스 등 이동 수단을 제공하고 각 승마장이 인력 지원에 협조한다. 군부대 대항 승마대회를 개최하고, 각종 군 행사에 승마 퍼레이드를 실시할 수 있다.

군부대는 승마를 통해 젊은 군인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무미건조한 군 생활에서 정서를 함양할 수 있다. 관심사병들이 말을 돌보며 폭력성을 완화하는 등 동물 매개 치유 효과도 기대된다. 또 군에서 배운 승마는 제대 후 대학이나 직장에서 계속 취미 활동으로 이어갈 수 있으며, 이는 승마인구 증대로 이어질 것이다. 가족 스포츠 활동의 중심인 젊은 남성들이 승마를 하게 되면 승마동호회도 확장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 승마장은 여초 현상이 지배적이다. 젊은 남성들은 대학 진학, 군 입대, 취업 등으로 승마를 배울 시간이 없는 것 같다. 제대로 승마를 배우려면 자녀를 군에 보낸 뒤인 40대 후반이라야 가능한 것이다. 그마저도 비용 때문에 쉽지가 않다. 대한민국 남성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동물을 돌보는 마음이나 말을 타는 호연지기는 전혀 기르지 못한 채 군 생활을 마치고 사회에 나가는 것이다. 오직 경쟁뿐인 각박한 세상으로 말이다. 이제 군부대 승마 보급은 하나의 방안에 머물 것이 아니라 필요불가결하다.

김명기 한국국토대장정기마단 대표

작 성 자 : 이용준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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