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경마 경주장면
한국 경마, 세계화의 발길 바쁘다

몇 년 전부터 경마를 포함한 말산업에 대한 농어민들의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말산업이 각 지자체와 농어촌에서 각광을 받는 이유는 더 이상 다른 분야에서 뚜렷한 성장동력을 찾을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농촌경제에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치가 있어서다.
이전까지 국내에 말과 관련된 산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경마와 승마, 그리고 여타 관련산업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국가재정 확보를 위한 정부규제하의 독점적 위치에서 발전해온 경마가 국내 말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불균형적 성장을 보였다. 국내 유일의 경마시행체인 한국마사회가 독점적 위치에서 성장을 해오면서 한국경마는 단일 시행체로는 세계적인 매출규모를 기록할 정도가 되었지만, 경마의 근간이 되는 말생산과 관련산업은 지극히 경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가운데 FTA로 인해 농어촌경제가 심각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대체산업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상황에서 말산업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대두되기 시작했다.
결국 정부에선 말산업육성법을 제정해 농촌경제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하게 된 것이다.
‘말산업 육성법’은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말(馬)과 여타 가축의 차별성을 인정하고, 말산업의 발전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그동안 경마 중심의 체계였던 국내 말산업이 승마를 아우르는 균형적 성장을 통해 다양한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즉, 말산업이 경마를 도외시하고 승마만을 발전시킨다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경마에 치우쳐 산업화를 이루지 못한 승마산업을 성장시키면서, 경마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말산업 육성법은 크게 말산업 육성 기반의 조성, 말산업의 육성, 말산업특구로 나뉜다. 말산업 육성 기반의 조성에는 국가 및 지자체의 책무와 말산업종합정보시스템, 말산업육성전담기관, 전문인력 양성, 관련 자격제도 등이 포함되어 있다. 말산업의 육성은 말 수급·유통, 승마시설, 해외진출 지원, 국내산 말 육성 등의 내용이다.
경마와 승마가 포함된 큰 테두리의 말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기형적으로 비대해진 경마보다는 단기적으로 승마산업의 규모를 급속하게 성장시킬 필요가 있다. 하지만 말산업을 육성하면서, 한켠에서는 말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될 경마산업에 대해 사행산업이라는 이유로 강도 높은 규제로 산업을 위축시키고, 나아가 존폐의 위기로 몰아넣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한 맥락에서 경마산업의 세계화 추진은 상당히 중요하다.
말산업의 발전을 담보하기 위한 첫 조건은 바로 추진동력이 될 경마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해선 한국경마의 세계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 아직 다른 산업분야에 비해 세계 선진국의 압박이 덜 하지만 한국의 경마산업·말산업의 규모가 커진다면 결국은 세계시장에 문호를 개방할 수밖에 없다. 그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이 적지 않은 기간 서서히 진행돼 왔다.
한국마사회는 우선 경주마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마사회의 주도적인 경주마 생산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자급률 80%를 넘겼고 경주마의 과잉공급을 우려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또한 양적 팽창에 이어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해 경주마 혈통의 중요성을 알리고 한국 경주마생산계에 세계적인 혈통을 보급하는 종부사업도 지속하고 있다.
마사회의 경주마 정책은 2011년 한국사상 최초로 말레이시아에 경주마를 수출하는 쾌거를 일궈냈고, 이후 말레이시아로의 수출 라인이 지속되고 있다. 마사회의 장기적인 목표점은 바로 한국 경주마의 중국시장이다. 이미 중국마업협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경마시스템 수출에 도전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경마시장의 개방은 한국 경마산업에 큰 호재로 다가올 전망이다.
한국경마의 세계화의 한 방편으로 한국경마의 위상을 높이려는 시도도 지속되고 있다.
2008년 마사회는 한국경마사상 최초로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활동 중이던 ‘픽미업’의 미국 원정을 추진했다. 마사회는 2010년까지 3차에 걸친 미국원정에서 원정마들이 참패를 보였지만 2011년 심기일전해 획기적인 원정마 선발방식을 시도했고 미국 현지에서의 경주출전도 착실한 준비를 보인 끝에 2012년 ‘필소굿’이 사상 최초로 미국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실적을 거뒀다.
한국마사회의 미국 원정사업은 실적 면에서 실패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한국경마의 현실을 직시하고, 세계화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디딤돌이 되었다는 점은 모두가 수긍을 한다.
비록 미국 원정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마사회의 한국 경주마의 해외 원정 사업은 지속된다. 내년부터는 삼관경주에서 선발된 최우수 암·수말을 대상으로 단계적인 국제 공인 능력지수(레이팅)을 얻을 수 있는 두바이 경마에 진출할 예정이다.
국가간의 경마교류도 한국경마의 현 위치를 파악하는데 상당히 중요한 잣대다. 이런 의미에서 2013년 시작된 한일간 경주마교류경주는 한국경마역사에 중요한 한 페이지가 될 수 있다.
세계 유수 경마대회에서 우승마를 배출하는 파트1인 일본과의 격돌에 대해 적지 않은 관계자와 경마팬이 시기상조라고 우려했지만, 한국 경주마는 일본 경주마와 경쟁해 1승1패라는 동률을 기록했다. 지레 주눅이 들었던 한국 관계자들은 자신감을 회복했고, 한국경마를 파트3 국가라고 무시했던 일본경마는 한국경마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힘을 얻은 마사회는 올해 싱가포르를 포함하는 아시아챌린지컵을 기획했고, 아시아 3개국 경주마가 서울경마공원에서 저마다의 기량을 경합하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한국마사회의 중장기적 전략은 2022년 한국에서 세계 유수의 국제경마대회(국제 오픈경주)를 개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아시아챌린지컵에 출전하는 국가의 수를 지속적으로 늘리는 한편, 외국에서 열리는 국제경주에 한국 경주마를 참가시키는 계획을 추지하고 있다.
마사회의 세계 경마시장 공략은 비단 경주마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2013년 그랑프리 경마대회를 싱가포르에 시범 송출한데 이어, 올해 6월부터는 매주 10개 경주 정도의 경주실황을 수출하고 있다.
이밖에도 발매전산시스템, 경마장 건설 및 운영 컨설팅 등 국제적으로도 경쟁력 있는 상품을 지니고 다양한 국가로의 진출을 진행 중이다.
한 번의 경주를 생산하기 위해 경주마 생산부터 경주를 위한 막대한 시설, 경마관련 정보, 마권발매까지 수많은 노력과 재정이 필요하다. 경마는 어느 것보다 글로벌한 상품이다. 한 번 생산된 제품(경주실황)은 실시간으로 세계 각국에 송출돼 상품으로 제공되기도 하고 한국과 한국경마를 알리는 훌륭한 홍보매체가 될 수 있다.
경마를 더 이상 국지적이고 지엽적인 것으로 보면 안 된다. 세계 경마선진국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한국 농촌경제에 새 희망이 될 수 있는 신 성장동력으로 당당히 설 수 있는 글로벌한 산업인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한국경마가 또 다른 한류상품으로 아시아는 물론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는 꿈을 키워야 하겠다.

작 성 자 : 권순옥 margo@krj.co.kr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