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돼지·닭 등을 키우던 기존 축산 농가들은 광우병이나 조류독감, 구제역 등으로 큰 피해를 입는 일이 반복됨에 따라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FTA 등으로 외국 축산물이 싼 값으로 유입돼 경쟁력을 잃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기존 축산 농가들이 말로 ‘갈아타는’ 이유는 말사육이 전염병 걱정 덜하면서도 고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산업육성법을 시행하면서도 관련 법령간의 충돌과 규제, 승마산업에 치중된 한계로 인해 말산업은 고사 직전에 있다. 결정적으로 국무총리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경마산업 죽이기 때문에 말산업 농가와 종사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부정적 편견에 사로잡힌 여론과 ‘한 표’에 눈이 먼 정치권도 인기영합주의를 고수하며 기름을 붓는 형국이다.

세계화 시대를 맞아 국내 말산업, 경마산업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우선 ‘내부의 적’을 처단하고, 스스로 자생력을 길러야만 한다. 내부의 적이란 사감위의 경마산업 죽이기와 각종 규제다. 위정자들의 인식이 근본부터 바뀌지 않는 한, 말산업 종사자들이 타 축산업처럼 마이크 들고, 밭을 뒤집어 갈고, 광화문 한복판에서 집단 시위를 하며 “우리도 국민이다”라는 뜻을 관철할 의지가 없는 한 내부의 적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가장 현명하고 빠른 대안, 돌파구는 내실 강화를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길이다. 이를 위해서는 타 축산업을 롤모델 삼아 △자조금 제도 도입 △외부 연구소, 협회 활성화 △언론과 홍보 마케팅 집중 △사람·문화 육성을 모색해야 한다.

한우·닭고기·낙농(우유)·한돈·계란·오리 등 말(馬)을 제외한 타 축산업계에는 ‘자조금’ 제도라는 게 있다. 자조금(Self-help cost) 제도란 특정 사업의 수행으로 혜택을 받는 사람이 그 사업의 효과를 인식하고 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하는 제도를 뜻한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전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시장 개방, 자유무역협정(FTA)의 물결 아래 자국의 산업을 보호·지원하고자 농가 스스로 기금을 마련한다는 의미가 있다.

한우나 닭고기 등 각 축산업계는 ‘자조금관리위원회’를 별도로 만들어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납부한 다양한 형태의 기금(회비·찬조금·기부금)을 관리하고 있다. 각 축종별 관련 자조금은 △소비 촉진 홍보 △축산업자와 소비자, 중도매인 등에 대한 교육 및 정보 제공 △자율적 수급 안정과 유통구조 개선 및 수출 활성화 △품질 및 생산성 향상, 안전성 제고를 위한 R&D 등의 사업에 쓰인다.

말산업계가 자조금 제도를 서둘러 도입하는 일은 재원 마련의 대안이자 내실 강화를 통해 세계화를 대비하는 대책이다. 특히 말산업육성법 제14조 ‘말의 수급·가격 안정 및 유통 활성화’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말의 이용 상황에 따른 원활한 수급 및 가격의 안정을 위하여 말의 수급 조절, ‘축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자조금의 조성 지원, 말 시장의 개설 및 말 유통 활성화 등에 필요한 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다.

실제 2010년 내륙생산자협회는 생산농가의 자조금 제도 추진을 검토한 적이 있다. 말 생산농가에서 자조금을 조성해 말산업 대국민 홍보와 브리더스컵 후원 등을 타진하려고 했었다. 이와 관련 국내 축산업계에 정통한 한 인사는 “한우를 개량해 산업화에 성공한 것처럼 말산업도 혈통 등록 관리와 선별, 검증 심사 기준 등 계획된 노력이 필요하다”며, “산업적 이용 가치가 큰 말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조금 제도를 서둘러 검토·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말산업 종사자들이 자조금 제도 도입을 서둘러 내실을 키우는 일이야 말로 세계화 시대, 우군은 없고 내외부 적군만 가득한 현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돌파구라는 게 중론이다. 경마=도박이라는 편견이 가득한 대한민국에서 말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운 일이다. 하루빨리 자조금이라도 만들어 위기에 대처하는 것이 현명하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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