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일본,한국 국기
한국 ‘안방사수’·일본 ‘파트1 자존심’·싱가포르 ‘경주마 수준 우세’ 치열한 경합 예상
KRA한국마사회, 국제경주 시행 위한 힘찬 행보 계속

아시아 3개국이 저마다 자국의 명예를 건 한판승부를 펼쳐 국민적 관심이 렛츠런파크 서울로 모아지고 있다.
8월 31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한국경마사상 최초로 3개국 경주마들이 실력을 겨루는 ‘제1회 아시아 챌린지컵’이 드디어 힘찬 팡파르를 울린다.
개최국인 우리나라에서는 총 8두의 경주마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경주에 나서며, 초청국인 일본과 싱가포르에서는 각 3마리가 참가한다.
대한민국 최초의 국제 경마대회(초청경주)의 면모를 자랑하는 이번 경마대회의 이름은 ‘아시아 챌린지 컵’으로 정해졌으며, ‘SBS 스포츠배’라는 타이틀로도 동시에 시행되어 SBS스포츠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 경주조건은 혼1군, 3세 이상이며 부담중량 방식은 나이와 성별에 따라 부담중량에 차이를 두는 별정방식이다.아시아챌린지컵의 모태는 바로 지난해 한국경마사상 최초로 외국 경주마가 한국 땅에서 한국산마와 경쟁을 펼친 한일경주마교류경주다.
세계적인 매출규모를 자랑하는 한국경마지만, 2004년에서야 파트3 국가로 국제적 공인을 받았을 정도로 경마의 질적 수준에서는 아직도 크게 뒤쳐져 있는 실정이다. 이에 반해 일본은 2000년대 무렵 지나친 자국산마 보호정책으로 인해 파트2국가에 머물고 있었지만 이미 세계적인 유수의 대회에 일본산마를 출전시켜 괄목할만한 성적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고, 결국 2006년 파트1국가로 올라선 바 있다.
물론 2013년 한일 경주마교류경주는 지대섭 서울마주협회장의 적극적인 노력에 힘입어 서울경마공원과 일본 지방경마장인 오이경마장의 마주협회 간 교류차원에서 시작되었다.
세계화·국제화를 외치며 장기계획에 의거해 국산마의 해외 원정을 지속해온 마사회였지만, 한일전을 앞두고 기대보다는 불안감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안방에서 일본의 ‘토센아처’에게 우승을 내준 후 적지로 향한 일본원정길은 관계자들에게 ‘최소한 망신만은 당하지 말자’라는 비장한 각오를 다지게 했다. 그러나 안방에서 아쉬운 2위를 기록한 ‘와츠빌리지’가 경주내내 선두를 빼앗기지 않은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경마의 세계로의 길을 활짝 열게 됐다.
마사회는 중장기계획에서 외국과의 교류경주를 확대한다는 기본 계획은 가지고 있었지만, 연초까지 한국에 경주마를 보내겠다고 확정된 국가에 없어 연간 경마시행계획에서 한일경주마교류전으로 표기했다.
하지만 5월 아시아경마회의를 기점으로 싱가포르와의 논의가 급속도로 진행됐고, 결국 일본 오이경마장 측의 양해를 얻어 ‘제1회 아시아 챌린지컵’이 성사된 것이다.
아시아챌린지컵은 아직 그 수준이 국제경마대회라 칭하기 어렵다. 국제경마대회 시행을 위한 최소한의 징검다리를 놓았다고 볼 수 있다.
국제경마대회를 치르기 위해선 우선 선행돼야 할 것이 바로 검역문제다.
검역이란, 소나 돼지 등 가축이 살아있는 상태로 국내로 반입될 경우 전염병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입국장소(공항이나 항구)에 마련된 별도의 검역소에서 적게는 1~2주 머물면서 건강상태를 검사하는 일이다. 특히 경주마의 경우 1두의 몸값이 많게는 수천억 원에 달하기 때문에 자칫 방역에 구멍이 생길 경우 상당한 손실은 물론 국가 간의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지난 2011년 호주에서는 검역과정에서 허점이 드러나 40두의 말이 헨드라 바이러스(말 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전염성을 갖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인해 폐사된 바 있다. 이로 인해 호주 최대의 국제경마대회인 「멜버른컵」에 출전예정이던 외국의 경주마들이 검역을 통과하지 못한 채 반쪽대회로 치러져 대회 위상이 크게 추락했던 사례도 있다.
또, 우리나라는 경마 선진국에 비해 경주마 검역이 흔치 않다 보니 다른 동물에 비해 예민한 경주마가 일반 가축 검역소에서 함께 검역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로 폐사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마사회는 2013년 한일경주마교류전을 앞두고 한·일 양국 검역당국(한국 농축산부-일본 농림수산성)은 ‘한일 간 경주마의 단기간 이동·체류에 대한 양국 정부의 수입위생조건’을 체결해 철저한 검역은 물론 경주마의 안전을 최대한 고려했다.
입국장에서의 통상적인 검역이 아닌 일본마의 입국과 동시에 서울경마공원에 마련된 임시 국제검역소로 신속히 이동해 검역을 실시하고, 임시 국제검역소에는 소독 시설, CCTV, 에어콘, 최고급 바닥재 등을 설치해 쾌적한 환경을 조성했다. 또, 일본마들이 검역으로 인해 훈련이 부족할 수 있음을 우려해 시차를 두고 경주로 훈련을 할 수 있게끔 배려했다.
일본의 경우 국제적으로 검역 특례가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일본과의 검역체결은 싱가포르와의 교류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현재 마사회는 서울경마공원에 국제검역마사를 별도로 설치해 일본마와 싱가포르마를 관리하고 있는데, 농림축산식품부 검역본부로부터 위탁받아 운영 중이다.
아시아 3개국이 출전한 ‘제1회 아시아챌린지컵’의 성사는 경주성적과는 별개로 앞으로 한국경마의 국제적 경쟁력을 높이는데 큰 일조를 할 전망이다.
우선 2013년 ‘와츠빌리지’의 선전으로 일본이 한국경마에 대한 인식을 크게 바꿨듯이 상대적으로 국제 공인 경주마능력지수가 높은 싱가포르 경주마들이 참여함으로써 일본에서도 ‘아시아챌린지컵’에 대한 인지도가 급상승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또한 더불어 한국경마에 대한 위상도 높아질 것이다.
한국마사회에서는 중장기계획 상 연차적으로 미국, 호주, 홍콩, 마카오, 말레이시아 등의 경주마를 추가로 초정한다는 계획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수 년내 한국에서 세계 유수의 경마선진국 경주마가 경합하는 국제초청경주가 탄생할 것이다.
한편, 아시아챌린지컵에 대해 마사회의 정책적 지원과 시스템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갑작스럽게 부경 경주마가 합류하면서 유관단체와 갈등을 빚었다. 이는 아시아챌린지컵 상금이 서울경마공원 상금으로 운영되다보니 서울 경마관계자들의 손실이 생기게 됐기 때문이다. 마사회가 한국경마의 국제화를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별도의 상금을 마련하는 것이 당연하다. 또한 국제적인 행사가 될 수 있음에도 마사회 부서간 소통과 협조가 극히 부진한 모습을 보인 점과 충분한 홍보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세계가 열광하는 ‘두바이 월드컵’, 미국의 삼관경주, 영국의 ‘엡섬더비’, 호주의 ‘멜번컵’과 같은 국제경마대회가 한국 땅에서 열리는 날이 하루빨리 찾아오길 기대해 본다.


작 성 자 : 권순옥 margo@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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