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 우리는 말의 근육과 군살을 구분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았다.

말이 군살이 붙어 살이 찌게 되면 마체중의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마체중이 늘었다고 해서 그것이 군살이 붙은 것인지 아니면 충분한 운동을 통해 근육이 형성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며, 바로 예시장 상태를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한 것이라 전술하였다.

이와는 반대로 말이 살이 빠지는 경우라면, 당연히 마체중의 감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군살이 빠지고 근육이 형성되는 과정인지 혹은 단순히 살이 빠진 것인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요령이 필요하다.

말에 있어서 살이 빠지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운동량이 채식량 보다 많은 경우다. 우리가 다이어트를 할 때의 기본은 움직이는 양보다 먹는 양이 많아서는 안될 것이다. 이것은 말에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충분한 운동량이 근육량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체중이 감소하였다 하더라도 좋은 현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둘째, 운동량이 다소 과다한 경우에도 체중이 빠지게 된다. 첫 번째 경우와 비슷하지만 받아들이기 힘든 과격한 훈련이 식욕을 감퇴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지친 상태이므로 좋은 현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질병으로 인한 체중 감소다. 사람도 병을 앓고 나면 체중이 감소되듯이 말도 예외는 아니다. 이 것은 앞서 2개의 경우보다 훨씬 좋지않은 케이스로 최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살이 빠지는 것에는 좋은 케이스와 나쁜 케이스가 공존한다. 즉, 적절하게 살이 빠졌는가 혹은 과다하게 살이 빠졌는가를 판단해야 하며, 그 것은 예시장을 통해 가늠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말이 체중이 빠지면 평소보다 마체가 작아보이게 마련이다. 물론 위의 첫 번째 경우라면, 운동량과 함께 근육이 붙기 때문에 체중이 빠지더라도 눈으로 보기엔 체형의 변화가 두드러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말의 과거 상태와 비교해 유심히 살펴보면, 약간의 체형 축소가 엿보이며, 위의 두 번째, 세 번째의 경우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군살이 붙었는가의 여부를 판단하려면 우선적으로 배를 보아야 한다고 지난시간 언급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살이 과다하게 빠진 경우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배에 우선적으로 주목해야 한다.

은 근육으로 충만한 상태 최상의 말이며, 는 과다하게 살이 빠진 경우의 말이다. 2개의 그림에서 배 부분을 비교해보면,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은 가슴에서 시작한 배의 선이 적절한 유선을 그리면서 가랑이까지 뻗어있는 반면, 의 말은 배의 선이 유선형의 곡선이 아닌 직선에 가까운 형태를 그리며 빠르게 가랑이 사이로 빠지고 있어 조금은 빠듯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여기서 배의 선을 지난 시간에 언급한 “옆선”으로 혼동해서는 안된다)

또한 이런 형태의 말이 예시장에서 까불까불 댄다든가 하는 현상을 보인다면 그것은 십중팔구 흥분된 상태라고 단정지을 수 있다.

다만, 암말이나 400kg전후의 마체중을 가진 말들은, 살이 빠지지 않은 상태이더라도 배의 선이 직선에 가까운 모습을 나타낸다. 소위 이러한 말들을 “얇다”라고도 표현하며, 필자도 실전에서 간혹 혼동을 느끼기도 한다.

지난 8일 경주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필잇나우’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경주당일 예시장에서 ‘필잇나우’의 모습은 확실히 배의 선이 직선에 가까웠고 마체중도 최근 감소되고 있는 추세 속에서 설상가상 5kg의 감소가 있었다. 그러한 이유로 필자는 베팅권에서 배제하는 우(愚)를 범했다. 결과적으로는 ‘필잇나우’는 최강의 훈련을 하고나온 상황이었기에 다소 빠듯하다는 느낌을 주었을 뿐 오히려 평소보다 좋은 상태였다고도 풀이된다. 단편적인 지식이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좋은 교훈을 얻었던 경우다.

이렇게 배의 선 만으로는 살이 과다하게 빠졌는지의 여부를 확실히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바로 허리의 형태를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말의 허리를 보면 상하좌우의 허리두께가 충분하고 단단하다는 느낌이 든다. 반면, 의 말은 허리의 두께가 상대적으로 가늘고 힘이 없게 느껴진다. 기수가 타면 금새 주저앉을 것만 같은 모습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허리를 볼때 상하폭 만으로 혹은 좌우폭 만으로 한쪽에만 치우쳐 판단해서는 안된다. 즉 허리의 상하폭과 좌우폭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상하폭이 작더라도 좌우폭이 충분하다고 느껴지면 좋지않은 경우라고 단정지어서는 안되며,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위에서 예로 들었던 ‘필잇나우’도 예시장에서 허리의 상하폭은 작게 느껴졌지만, 상대적으로 좌우폭은 충분했던 경우다.

배와 허리를 살펴보았다면, 그 다음은 등(背)과 요각(腰角), 엉덩이의 상태를 본다.

말의 등은 그림상으로는 안장이 가려져있어 판단이 쉽지 않지만 일단 살이 빠지게 되면 등(背) 부분이 굉장히 궁색해 보인다. 또한 요각(腰角)부분도 살과 함께 근육도 상실되면서 그냥 뼈처럼 날카롭게 도드라지는 모습을 나타낸다. 엉덩이 부분도 좋은 상태의 말은 근육으로 충만해 충분한 곡선을 이루지만, 살이 과다하게 빠진 말이라면 엉덩이뼈 부분이 다소 튀어나와 보이게 될 것이다.

다음 의 말은 살이 다소 빠졌지만 필요한 근육만을 남긴 극한적인 완성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배의 선 만을 놓고 비교하면 의 말보다는 약간 직선에 가깝지만, 허리의 상하좌우폭이 충분해 힘이 느껴지며 엉덩이와 등 부분도 전혀 궁색함을 느낄 수 없다. 결론적으로, 앞서 군살이 붙은 말은 절대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없다고 했지만, 살이 빠진 말은 최적의 상태와 최악의 상태가 공존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한 관찰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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