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9일부터 12일까지 4일간 과천에 있는 렛츠런파크서울(서울경마공원)에서 펼쳐진 제3회 말산업박람회가 막을 내렸다. 2년 전에 열린 제2회 말산업박람회에 비해 예산도 규모도 그리고 참가자도 늘었다. KRA한국마사회 직원이 입장객을 대동한다는 오해도 벗어날 정도로 일반 관람객들의 수가 상당했다. 주최 측 집계로 박람회 참가자는 4만5천여 명이다. 이수성 전 국무총리를 조직위원장으로 미리 섭외하고 별도의 T/F팀을 꾸려 착실히 준비했다. 그 결과 행사 내용은 더 풍성했고, 전체 기획 역시 크게 나쁘지 않았지만 행사 규모가 커진 만큼 더 낮은 곳까지 살펴보지 못하는 운영의 묘가 부족했다는 평가다.

박람회 참가자가 직접 마주할 수 있는 일상의 부분들로 크게 ‘의, 식, 주’로 구분해 보자. 축제의 의(衣)라고 하면 행사장 곳곳에 대한 안내와 설명들, 주차 문제 등으로 집약할 수 있다. 이번 박람회는 렛츠런파크서울 초입의 특별 무대와 트랙 내 가족공원, 승마경기장과 실내승마장, 대강당 등에서 나눠져 진행됐다.

다양한 행사를 동시다발적으로 개최하면서 참가자, 관람객들에 대한 안내가 턱없이 부족했다. 안내가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일선 직원들에 대한 교육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듯 했다. 행사 첫날인 9일,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권영식씨는 행사 이벤트 가운데 하나인 ‘스탬프랠리’를 완성해 소정의 기념품을 받고자 아이들을 대동하고 가족공원까지 걸어갔다. 가족공원 입구 안내데스크에는 주차요원 담당자만 있을 뿐 그 어디에서도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 어디서 스탬프를 받아야할지 몰라 어리둥절한 채 주차요원에게 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모른다’였다. 마침 더운 날에 지칠 대로 지친 권영식씨는 씁쓸하고 허탈한 기분을 억누르며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가족공원 밖으로 나왔다.

식(食)은 말 그대로 먹는 문제다. 특설 무대 한 켠에서 음식을 팔면서도 준비한 건 파라솔 몇 개였다. 제대로 된 휴식 공간이 없어 관람객들은 벤치에 앉아 고개 숙인 채 식사하는 촌극도 곳곳에서 보였다. 축제에서 파는 음식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의 수준이었고, 해가 지면 행사장 주변에서 술파티가 벌어졌다. 모유수유를 하는 한 젊은 어머니는 행사 사흘째인 11일 점심 무렵, 모유 수유할 공간이 전혀 없는 걸 알게 되었다. 그녀는 특설 무대 뒤 벤치에 앉아 갓난아이를 안고 가슴을 숨긴 채 아이의 ‘밥’을 먹이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무심했고, 원활한 행사 안내를 위해 있어야 할 안내자들은 부스 내 자기 자리만 지키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주(住)는 주차 문제다. 박람회 기간이 경마 시행일과 겹친다는 예상을 했기 때문일까. CS마케팅부에서 관리하는 주차 ‘PA’ 직원들과 경비업체 직원들은 너무나 권위주의적이었다. 렛츠런파크서울을 찾은 관람객이나 행사 참여 업체들, 행사 취재를 위해 찾은 언론 차량을 배려하지 않고 매우 무뚝뚝하게 대했다. 그 어떤 말도 통하지 않았고, 고객들에게는 고압적이기까지 했다. 안쪽 주차장, 승마경기장으로 가는 양 길 옆의 주차 공간은 텅텅 비었으면서도 ‘VIP’라는 내빈과 행사 진행이라는 한쪽 면만 고수하여 빈공간을 활용하지 못했다.

박람회 참여 업체들은 부스에 전시해야 할 짐들을 일일이 손으로 옮기는 수고를 해야만 했다. 박람회에 참여한 한 업체 대표는 이번 박람회가 예산과 규모는 늘었지만 주차나 업체에 대해 배려하지 못하는 등 행사 전반의 운영은 2년 전에 비해 매우 매끄럽지 못하다고 토로했다. 있는 자만을 배려하는 축제, 참가자들이 자조하는 축제는 오래가지 못한다. 국민 시각에서 제2의 창업을 선포한 KRA는 경마산업의 이미지 전환과 전 국민이 누릴 수 있는 축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야심차게 2014 말산업박람회를 준비했다.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한 축제가 진행상에 흠을 남긴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번 박람회에서의 잘못된 점을 꼼꼼하게 살펴 제4회 말산업박람회는 보다 성공적으로 열리길 기원한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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