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마의 산증인 김양선 조교사(일반 스포츠에서는 감독)가 자전적 에세이 을 출간했다. 1972년 한국마사회 기수 1기생으로 데뷔한 김양선 조교사는 11년간 기수생활을 하다 1983년 마방을 개업해 30년 간 말과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동반의강자’, ‘불패기상’ 등 한국경마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기고 명마를 배출해낸 인물이다. 현재는 조교사이자 세종대학교 지식교육원 최고위 승마문화 CEO 과정 주임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김 조교사는 항상 주변사람들에게 “꿈을 먹고 산다”고 이야기한다. 말과 함께 살아가는 과정은 언제나 꿈을 좇는 시간이었다. 경주마를 명마로 키워내기 위해서는 언제나 한 단계 앞을 내다보고 미래지향적으로, 향후의 일을 추구해나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꿈꾸는 마방’은 경마장 생활과 딱 맞는 이름이었고, 책 제목으로 가져오게 되었다.

김 조교사는 마방을 꾸려가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나 유용한 정보는 수시로 메모해왔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마음뿐이었고 결단하기까지는 쉽지가 않았는데, 지난 해 여름 자신의 결심을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기게 됐다. 올해가 말의 해라는 것이 김 조교사의 결심을 부추겼다. 그는 공교롭게도 말띠다. 게다가 올해는 마방을 개업한지 만 30년이 되는 해이다.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해라고 생각해 정리에 착수했고 약 1년 정도의 기간이 걸렸다.

원래 글 쓰는 사람이 아니다보니 사소한 내용에 자꾸 욕심이 생기고 좀 더 좋은 글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에 다시 쓰고 고치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그러다보니 경마장에서 생활해 오는 동안 무엇을 추구하며 살았나,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왔던가를 참 많이 돌아보고 생각하게 되더란다. 기억에서 놓쳤던 부분들을 능력상 다 담아낼 수는 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이나 관계자들, 팬들과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상황들은 좀 더 공들여 쓰려고 노력했다. 개인적으로 가슴 깊이 남는 에피소드는 역시 명마들과의 추억이라고 밝히고 있다.

김양선 조교사와 명마 ‘동반의강자’는 따로 떼놓고 얘기할 수 없는 관계다. 평생에 걸쳐 한번 만나기 힘든 명마였다. 만나는 순간부터 느낌이 굉장히 좋았고 무사히 한국에 와서 훈련을 하고, 경주 준비를 하면서 평범한 경주마와는 다른 독특하고 특이한 부분들을 가감 없이 적었다. 특히 ‘동반의 강자’는 매우 영리해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거의 매일을 같이 지내다 보니 나중에는 쳐다만 봐도 교감을 느낄 정도였다. 은퇴시기가 결정된 후 씨수말로서 새로운 인생을 살기를 바랐는데 아쉽게도 수태능력이 퇴화되어 더 이상 그의 흔적을 볼 수는 없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도 ‘동반의강자’는 김 조교사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영원한 명마로서 존재하고 있다. 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이 책에는 특히 뚝섬 시절의 모습들이 잘 기술되어 있다. 뚝섬경마장의 스탠드는 당시만 해도 목조건물이었다. 지금은 디지털로 모든 배당률과 매출액이 순간순간 표출이 되지만 당시에는 마감이 끝나고 20분 동안 사람들이 손수 주판을 이용해 결산을 했고, 분필을 이용, 칠판으로 되어 있는 배당판에 직접 숫자를 써서 도르레로 밀어 공개하는, 그야말로 아날로그의 시절이었다. 지금과 비교하자면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한 시설과 시스템이었지만 반면에 팬들은 굉장히 순수했다. 당시에는 겨울 휴장기간이 있었고, 3월에 개장식을 가졌다. 그때마다 만국기를 걸어놓고 흩날리는 꽃잎 아래에 많은 팬들이 모여들었는데, 하나의 축제처럼 음악이 울리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뚝섬경마장을 가득 메워 굉장히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어떤 특수한 전문 분야에 평생을 바친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가 한편의 영화나 드라마와 같다. 깊어가는 가을 독서삼매경에 들어 특수한 직업을 가진 사람의 일생을 들여다보는 재미를 느껴보면 어떨까. ‘꿈꾸는 마방’은 특수 직업의 세계를 체험해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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