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생산
본격적으로 국산마가 생산되기 시작한지 20여년이 가까워 오면서 국산마의 과잉생산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는 품질경쟁이 본격화하면서 경주마의 질에 따라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게 빚어졌다. 질이 좋은 경주마는 아주 높은 가격에 매매가 되지만 그렇지않은 국산마들은 아예 경주마로의 활용조차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국산마 생산에 심혈을 기울여온 생산농가는 과잉 생산으로 인해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는 현실이다. 경주마의 과잉생산으로 인해 300여두에 이르는 국산마들이 경주로를 밟아보지도 못할 것으로 보여진다.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최근에는 씨암말 등록 두수가 급증하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과잉생산의 폐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씨암말 등록 두수를 살펴보면 2006년 296두가 신규 씨암말로 등록되었고 2007년에는 430두가 새로운 씨암말로 등록되었다. 지난해말을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씨암말의 수는 2,200여두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신규 국산마는 연간 763두가 필요한데 생산가능 두수는 필요 두수에 3배에 달하고 있어서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과잉생산의 어려움은 대형목장일수록 부담이 커져 제주도 굴지의 목장들이 제3자에게 매도되거나 부도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목장이 속출하고 있다.

그동안 국산마 생산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00년 658두의 국산마가 생산된 이후 2001년 735두, 2002년 914두, 2003년 1,053두, 2004년 1,071두, 2005년 1,094두, 2006년 1,168두, 2007년 1,225두의 국산마가 생산되었다. 이렇게 생산된 국산마가 실제 경주마로 활용된 것은 2002년 83,9%, 2003년 66.4%, 2004년 90.6%, 2005년 75.7%, 2006년 80.8%, 2007년 77.8%를 보이고 있다. 2004년에 급격히 활용 두수가 높아진 것은 부산경마장 개장에 따른 것이다.

국산마의 생산과잉이 현실화하면서 한국마사회는 고육지책으로 생산농가에 씨암말이 적정 두수가 유지되도록 노력해달라는 협조 공문까지 보내게 되었다. 그러나 생산을 억제하는 정책은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직접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서울과 부산경마장의 경마를 완전 크로스베팅을 하는 것이고 경주 일수와 경주수도 대폭 늘리는 것이다. 세계 주요 국가의 연간 경주 수를 살펴보면 2004년 국제경마연맹(IFHA)이 발표한 서러브레드 평지경주를 기준으로 미국은 53,403경주, 호주는 19,921경주, 일본은 17,886경주, 영국은 5,241경주를 시행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와 달리 한국은 오히려 경마일 수를 축소하는 등 오히려 생산농가들을 더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규제정책을 뚫고 마필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은 고사하고 Knetz 폐지 등 ‘알아서 기는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경주 수를 늘리면 돈을 잃는 경마팬이 늘어나 경마에 대한 이미지가 더욱 나빠질 것을 우려하는 내부의 목소리도 있고 한정된 경마팬을 대상으로 매출액의 한계를 보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동네 편의점에서 손쉽게 구입하는 스포츠토토의 증가율을 보라. 또 복권이며 경륜 경정 게임물 등이 판을 치고 있는데 지엽적인 생각에 매몰돼 있을 겨를이 있는가. 특히 최근에는 편법적인 인터넷 마권발매 사이트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데 어떤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주마 생산농가가 보호되지 못하면 경마산업은 사상누각(砂上樓閣)에 불과하다. ‘경마는 도박의 황제’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경마의 존재 이유인 경주마 생산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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