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주 금악목장 사장
현재 서울경마 공원의 경주로는 중병을 앓고 있다. 쉽게 이야기 하면 폐기처분 직전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과천경마공원이 개장한 이후로 17년째가 되고 있다. 연간 98일정도 경마를 하고 있고 일평균 550두의 말이 주 6일 조교를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굵은 모래를 살포해도 모래가 부서지면서 수분과 함께 딱딱하게 굳어지게 되고 그 결과 수분배수가 되지 않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매년 입자가 크고 강도 높은 모래를 보충하고 있지만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결과로 인해 며칠 동안 비가 오게 되면 경주로는 뻘이나 논바닥을 연상케 한다. 이러한 현상은 겨울철 눈이 와도 마찬가지다. 간혹 기수들이 경마일에 말을 탈 수 없다고 선언하는 것도 기수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라 이러한 주로에서 조교나 경주를 한 후 마필들의 운동기질병이 많이 발병하는 것도 문제이다. 그러나 기수들이 경주중단을 선언하게 되면 경마팬이나 KRA에서 그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것은 기수들의 경주에 대한 불안심리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량주로에서 사고의 위험부담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지난주 일요일 전 경주 취소도 다 그런 이유에서다.
KRA에서는 고민끝에 경주로를 개선하기 위하여 지난해 경주로내에 1000미터 실험용 인공 주로를 설치하였다. 재질은 폴리와 타베타 소재를 이용한 두 가지 형태로 살포되어 있다. 설치비용만도 16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렇게 설치한 인공주로가 무용지물화 되고 있다. 우선 인공 주로에서 훈련하는 말들이 거의 없다. 그것은 인공주로의 설치상태가 조교를 하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리가 1000미터 밖에 되지 않다보니 구보조교를 거의 할 수가 없다. 속보조교는 가능하지만 말의 입,출입이 불편하다는 것이 조교관계자들의 말이다. 과연 이러한 상태에서 제대로 인공주로의 실험이 되겠는가. 실험은 말들이 구보로 수없이 달려보고 난 후 그 평가와 판단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인공 실험주로에서 구보로 훈련하는 말이 없다고 하니 무슨 실험이 되겠는가. 조교사들을 이러한 인공 실험주로를 서울경마공원에 설치하는 것부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 이유는 경주마를 실험의 대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로의 개선이 관건이었던 KRA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조교사들의 의견은 인공주로의 실험이 필요 했다면 제주와 장수의 육성목장에 설치 한 것이 바람직 하였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을 어디에 설치한 것에 대한 문제보다도 더 큰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추운지방의 경마장에서는 이러한 소재로 경주로에 살포하였던 것을 다시 걷어 내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이러한 소재들이 영하 15도 정도가 되면 수분과 함께 얼어 버린다고 한다. 뿐 만 아니라 이러한 소재로 된 주로에 눈이 오게 되면 그 눈을 치워내기도 어려울 것 이라고 조교사들은 말한다. 다시 말해 이러한 소재의 주로는 처음부터 우리나라에 적합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주로 개선의 방향을 다시 설정해야 되지 않겠는가. 인공주로 자체가 우리나라 현실에 적합성이 없다면 실험기간도 백해무익한 일이다. 실험기간으로 허송세월을 보내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작 성 자 : 권승주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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