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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영의 고려 아리랑]

7월 22일 개강에 이어 어느덧 일주일 … 연일 폭염 45℃ 안팎, 하지만 수업 열기는 100℃

[최희영의 고려아리랑 ⑨]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청년 대상 ‘영화아카데미’ 현장 리포트(1)

2019. 07. 27 by 최희영 전문기자

 

▲22일 개강식 기념촬영 모습. 이번 ‘찾아가는 영화아카데미’에는 당초 예상했던 숫자보다 4명 늘어난 전체 28명의 수강생이 참여했다. 이중 우즈베키스탄 다른 민족의 수강생도 7명으로 늘어났다. 양국 문화교류의 폭을 넓히기 위해 이들 우즈베키스탄 수강생들의 청을 받아들인 결과다.
▲22일 개강식 기념촬영 모습. 이번 ‘찾아가는 영화아카데미’에는 당초 예상했던 숫자보다 4명 늘어난 전체 28명의 수강생이 참여했다. 이중 우즈베키스탄 다른 민족의 수강생도 7명으로 늘어났다. 양국 문화교류의 폭을 넓히기 위해 이들 우즈베키스탄 수강생들의 청을 받아들인 결과다. Ⓒ최희영

 

[타슈켄트=최희영 기자] 아찔했다. 도착 첫날부터 정전사태였다. 이날 기온은 섭씨 45. 에어컨도 선풍기도 모두 멈춰버린 호텔 내부는 한 마디로 찜통 자체였다. 순간 18849월 부산항에 처음 도착했던 미국인 의료선교사 알렌(Allen)의 일기 한 토막이 떠올랐다. 그는 부산은 훌륭한 항구다. 하지만 전기가 없고, 편의 시설이 없다고 기록했다. 125년 전 어느 날의 일기였다.

이번 영화아카데미는 722일부터 89일까지 3주 동안 이어진다. 이를 위해 영진위 김용훈 단장(교육사업단)과 신세경 주임, 그리고 강의 총괄인 박예솔 강사와 영상기록을 맡은 유수민 강사, 현장 코디와 취재를 맡은 기자 등 5명이 먼저 19일 밤 1진으로 도착했다. 이중 박 강사와 유 강사는 우즈베키스탄이 처음이다.

며칠 전 뉴욕 맨해튼에서도 4시간이나 대규모 정전사태가 빚어졌어요. 팝스타 제니퍼 로페즈 공연이 갑자기 취소되고, AMC 링컨스퀘어 영화관에서도 관객들을 모두 대피시키는 소동이 일어났다고 해요. 아마 여름철 전력소비량이 갑자기 급증하면서 그런 거 같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지요. 다만 월요일 개강식 때까지 문제가 계속된다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할 거 같으니까 대비책을 세워보십시다.”

김용훈 단장이 위로했다. 그제야 호텔 관계자들이 다소 안도했다. 사실 우즈베키스탄 입장에서 보면 이번 팀은 특별한 고객들이다. 우즈베키스탄의 영화산업 발전을 돕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한국에서 온 전문가들이다. 게다가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 방문 이후 공식적으로 열리는 양국 간 첫 문화교류 행사였다. 호텔 관계자들은 이런 일이 자주 있는 일은 아니라며 사과했다.

 

▲영화아카데미 수강생들이 연상호 감독의 2016년 작 '부산행'을 감상하고 있다. 수강생들은 이날 강의 시간을 통해 '부산행' 메이킹 영상을 보며 영화 제작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메이킹 영상을 처음 보는 자리였다.
▲영화아카데미 수강생들이 연상호 감독의 2016년 작 '부산행'을 감상하고 있다. 수강생들은 이날 강의 시간을 통해 '부산행' 메이킹 영상을 보며 영화 제작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메이킹 영상을 처음 보는 자리였다. Ⓒ최희영

 

마침내 22일 오전 개막식이 진행됐다. 다행스럽게도 모든 것이 정상적이었다. 오석근 영화진흥위원장은 영상 축사를 통해 우즈베키스탄과 한국은 아주 오래된 친구이고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을 따뜻하게 품어준 고마운 나라이며, “한국영화 전문가들과 함께 하는 100시간의 영화제작 집중 워크숍을 통해 먼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나아가 우즈베키스탄의 미래 영화산업을 이끌어 갈 인재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박빅토르 고려인문화협회장은 축사를 통해 이번 영화아카데미를 개최하는 한국문화예술의집은 양국 교류의 상징적 공간으로 3개월 전 양국 대통령이 함께 참석해 개관식을 거행했다고 밝히면서 그런 의미 있는 공간에서 개원 이후 첫 행사로 한국영화아카데미 행사를 갖게 돼 대단히 기쁘며, 이런 기회를 마련해 준 영화진흥위원회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요즘 -아세안 영화기구’(ARFO, ASEAN-ROK Film Organization)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범아시아 영화산업의 교류와 연대를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이번 찾아가는 영화아카데미는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아 이 같은 굵직한 사업과 더불어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우수한 교육프로그램을 고려인 청년들에게까지 파종하고자 기획됐다.

, ‘-아시아 영화인력 양성 플랫폼을 구축해 글로벌 영화 인력을 양성하는 한편 격동의 현대사를 지나며 이국땅에서 삶의 터전을 일궜던 한인 동포 후세들과 조국 영화계가 교류의 물꼬를 튼다는 의미까지 보탠 묵직한 프로젝트다. 이날 개강식을 지켜보며 기자는 이번 영화아카데미에 참여한 고려인 청년들의 아주 오래된 조상들을 떠올렸다. 다음은 이들 학생들의 100년 전 조상 이야기를 다룬 동아일보 192177일 자 기사다.(괄호 안은 기자 보충 설명)

 

▲수강생들이 과제로 내준 ‘3분 영화’를 스마트폰으로 제작해 돌려보며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이들 수강생들은 29일부터 본격 영화제작 실습에 들어가 8월 9일 종강 때까지 조별로 단편영화 한 편씩을 제작해 발표하게 된다.
▲수강생들이 과제로 내준 ‘3분 영화’를 스마트폰으로 제작해 돌려보며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이들 수강생들은 29일부터 본격 영화제작 실습에 들어가 8월 9일 종강 때까지 조별로 단편영화 한 편씩을 제작해 발표하게 된다. Ⓒ최희영

 

근래에 조선 사람 사이의 교육열은 조선지방을 떠나 외지에 나가 있는 사람 사이에서도 영향이 미치어 노령(러시아) 연해주 지방에 있는 조선사람 단체에도 교육 사상이 맹렬히 치열해지어 해삼위(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과 니코리스크, 이만 등 조선 사람이 있는 처소에는 반드시 학교를 설립하여 다액의 금전을 부담하며 생활을 희생하여 교육을 보급하기에 전력을 다하며 그중에 신한촌 소학교는 요사이 부근에 있는 활동사진(영화) 상설관을 빌어가지고 자선흥행을 하여 그 수입과 일반 유지가 기부한 370원을 학교 유지 기본금으로 하고 기타 각처에서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학교 기본금을 모집하여 학교를 설립하기에 매우 노력하는 중이라더라.’

이번 영화아카데미에 참여한 수강생들은 100년 전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빼닮았다. 일주일 내내 45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에서도 그들의 수업 열기는 100를 웃돌았다. 처음 하루 이틀 동안은 3() 속에 있었다. 첫 번째 고통은 한국어 소통 문제였다. 두 번째는 영화에 대한 이해 부족이었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빡빡한 수업 과정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고려인 청년들답게 쉽게 극복했다. 여기에는 영화아카데미 팀의 오랜 수업 노하우와 순발력이 한몫 했다.

22일 개강식에 이어 첫 주 강의는 23, 한국영화산업과 영화제작의 이해(김용훈 원장) 24, 우즈베키스탄에서 고려인 영화감독이 되기까지(박리타 고려인 감독) 25, 한국역사와 문화(최희영 기자) 26,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이주사(김나영 타슈켄트 아리랑요양원 원장) 순으로 이어졌다. 특히 23일 오후 연상호 감독의 2016년 작 <부산행>을 감상한 수강생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석우(공유 분)가 죽어갈 때 흐느껴 우는 여학생들이 있었는가 하면, 제작과정을 담은 메이킹 영상을 본 수강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24일 고려인 출신의 우즈베키스탄 영화인인 박리타 감독의 영화 <나의 인생은 춤과 함께>,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양귀비 필 무렵> 등의 감상과 제작과정 설명을 통해서는 나도 하고 말겠다는 또 다른 자극을 받기도 했다.

 

▲우즈베키스탄 언론에 소개된 이번 영화아카데미 기사 모습. 국내 언론들도 이번 행사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아 기획한 이번 행사는 그 결과에 따라 매년 ‘찾아가는 영화아카데미’ 행사로 지속될 전망이다.
▲우즈베키스탄 언론에 소개된 이번 영화아카데미 기사 모습. 국내 언론들도 이번 행사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아 기획한 이번 행사는 그 결과에 따라 매년 ‘찾아가는 영화아카데미’ 행사로 지속될 전망이다.

 

이번 우즈베키스탄 영화아카데미는 국내 언론들도 많은 관심을 갖고 보도했다. 이 소식을 들은 수강생들은 벌써 자신들도 영화인의 일부가 된 듯 많이 좋아했다. 저마다 스마트폰을 뒤져 한국 언론에 소개된 기사와 사진을 찾아보며 89일 종강 때까지 멋진 작품을 만들어 1등 상에 도전해보겠다는 결기를 다졌다. 또 우즈베키스탄 언론이 보도한 기사를 친구들과 공유하며 자신만의 의미 있는 여름방학 특강 수업을 자랑하기도 했다.

이제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인 영화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29일 최신 제작 장비들을 갖고 김인선김호, 장주일 강사 등 4명의 영화전문가들이 입국한다. 그들이 입국하는 날의 블랫아웃 확률은 제로란다. 다행이다. 일주일 전의 끔찍한 정전 사태를 경험하지 못할 그들의 우즈베키스탄 추억은 일부 반감(?)되게 됐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분명 행운이다. 타슈켄트의 기온은 여전히 섭씨 45도 안팎이다. 이 기온이 종강 때까지 계속될 전망이라 강사들과 학생들의 건강이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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