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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협군의 책과 여행 이야기]
우리 사회의 '따뜻한 정'을 나누는 이야기. 안산 명혜학교 사회복무요원이 말하는 '장애', 그리고 맡은바 일에 대한 '책임'에 대한 이야기
명혜학교, 특수교육 현장의 사회복무요원을 만나다.
2019. 12. 08 by 권용 전문기자

21세기 대한민국은 6·25 전쟁과 IMF 사태를 극복하고 현재에 이르렀다. 경제적으로 손꼽히는 국가로 발전한 만큼 사회·문화적인 발전도 함께 이루어졌어야 했는데,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 규모에 비교하면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허나 시간이 갈수록 돈을 중시하던 경제주의 발전에서,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부족했던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겨울의 시작과 함께 찾아온 12월의 문을 열고,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명혜학교를 찾았다.

 

안산시 상록구에 위치한 명혜학교. 1982년 이방자 여사가 설립했다. ⓒ권용

간혹 특수교사 또는 사회 복무 요원의 장애학생 폭행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된다. '도가니'같은 영화가 개봉해 특수교육 현장의 어두운 민낯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금은 장애인 인권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고, 현장에 있는 지도자들 역시 경각심을 가지며 학교 현장 특수교육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특수 교육 현장의 많은 지도자들이 본받을 만한 사회 복무 요원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명혜학교를 찾았다.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회 복무 요원들은 특수 교육을 공부했던 전공자도 아니며, 또한 현장에 투입되기 전 적절한 교육을 받는 것도 아니기에 근무를 하는데 있어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 맡은바에 최선을 다하는, 특수 교육 현장에서 필요 이상으로 성실하게 근무하는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현재 명혜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회 복무 요원은 총 3명이다. 한 분은 학교에 없었고 '김동명, 이호현' 사회 복무 요원 선생님,  그리고 명혜학교의 '윤지원' 선생님과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왼쪽부터 김동명 사회복무요원, 명혜학교 윤지원 특수교사, 이호현 사회복무요원, 배한성 사회복무요원 ⓒ권용

Q. 짧지 않은 시간 특수학교에서 장애학생들과 함께 했다. 짧은 소감을 부탁드린다.

A. 김동명 선생님 : 20개월 근무를 하고 어느덧 전역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해야지 생각하고 근무했는데 장애 학생들과 함께 하며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영상디자인이 전공이라 매일 컴퓨터와 씨름하고 클라이언트들과 상대하는 일이 일상이었는데, 학교에서 아이들과 많은 시간 함께하다보니 정말 많이 행복했다.

A. 이호현 선생님 : 학교에서 복무를 한지 10개월이 되었다. 좋고 나쁘다를 떠나 배운 것들이 많다. 전공이 간호학과인데 명혜학교의 선생님들, 지도사님들, 그리고 사회 복무 요원 선배 김동명 선생님이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생각하고 깨닫게 되었다.

 


Q. 사랑으로 아이들을 대한다고 들었다. 특수 교육 현장에서 장애 학생 폭행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

A. 김동명 선생님 :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나 역시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보니 더욱 화가 났다. 내가 학교에서 장애 학생들을 만나기 전이라면 그냥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지나갔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특수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사회 복무 요원으로 지내고 있기에 내 주변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정말 화가 많이 났을 것이다.

A. 이호현 선생님 : 특수 교육 현장에서 폭행 사건이 일어나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왜 특수교육 전공자를 현장에 배치하지 않는 걸까 생각했다. 그런데 현장에 와서 경험을 해보니 장애인 폭생 사건과 같은 경우 전공과는 상관없이 사람 개개인의 됨됨이가 문제구나 생각했다. 꼭 특수교육을 배우지 않더라도, 장애인 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이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하겠구나 생각했다.

 

Q. 특수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며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있나?

A. 김동명 선생님 : 전공이 영상디자인이다 보니 학교 행사와 관련된 영상을 제작하게 되었다. 아이들을 생각하며 스스로 만족이 될때까지 밤새 영상을 만들었다. 제작된 영상을 보고 학교 선생님과 아이들이 모두 좋아해서 매우 뿌듯했다.

A. 이호현 선생님 : 교내 풋살대회에 아이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생각난다.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들, 그리고 아이들 사이에서 함께 땀흘리며 공을 찼던 시간들을 잊지 못할 것 같다.

A. 윤지원 선생님 : 교내 풋살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서, 그리고 대회를 치루는데도 선생님들의 역할이 컸다. 쉬어도 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발벗고 나서 대회 준비를 도와주었다. 뿐만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몸을 부딪히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뛰어주어 아이들에게도 매우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두 선생님한테 진심으로 감사하다.

 

Q. 특수학교에서 근무하며 힘들었던 기억은?

A. 김동명 선생님 : 특수학교에서는 사회 복무 요원이 장애학생들의 대소변 문제를 도와야 한다. 다행히 비위가 좋은 편이라 그런 부분에서는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그것보다는 사회 복무 요원이 장애 학생을 폭행했던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학생들과 외부 활동을 하는 일이 많이 힘들었다. 아무것도 아닌 행동 하나하나가 오해를 살 수 있는 여지가 있어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A. 이호현 선생님 : 역시 학생들 대소변 문제를 처리하는게 힘들었다. 지금은 많이 적응이 되어 괜찮은데, 처음에도 이런 부분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고 사회 복무를 시작했다. 그리고 허리가 많이 좋지 않은 상태로 아이들을 상대하는 것도 많이 힘들었다. 몇몇 학생들은 왠만한 성인보다 덩치가 크고 힘이 좋아 여러 차례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적응하고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고 배우면서 크게 무리하지 않고 학생들의 학교 생활을 지원하고 있다.

 

Q. 특수학교에서 사회 복무를 한 후 장애를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있었나?

A. 김동명 선생님 : 특수학교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며 전공까지 바꿔볼까 생각도 했다. 길을 걷다 하모니콜(안산시 교통약자 이동지원 택시)을 보면 반갑고 우리 학교 학생들 누가 타고 있나 궁금하고 그랬다. 평소 장애인에 대해 생각해본적이 없었는데 장애는 불행한게 아니고 그저 세상을 살아가는데 약간의 불편함이 있는거다 생각하게 됐다. 학생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너무 행복해서 전공에 대해 고민하는 중이다.

A. 이호현 선생님 : 장애인을 보면 항상 도와줘야한다 생각했다. 그리고 복무를 하면서도 무조건 다 해주고 도와주려고 했는데 그런 생각들, 도와줘야만 한다는 생각 자체가 편견이었다. 꼭 도움을 줘야하는 대상이 아닌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특수학교에서 근무를 하며 장애인을 대하는 비장애인들의 모습을 주의깊게 보게 되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의식도 바뀌게 되었다.

 

Q. 사회복무가 끝나고 사회적으로 봉사를 할 계획이 있는지?

A. 김동명 선생님 : 사회 복무가 끝나도 어떤 형태로든 무조건 봉사를 할 계획이다. 봉사도 그렇고 돈을 벌면서 기부도 꼭 하고 싶다. 봉사 활동을 통해 내 시간과 체력을 뺏기는 일이 아닌, 내 삶에 더 큰 행복과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재능을 활용하여 봉사를 할 수 있을텐데, 일단 나 자신이 솔선수범으로 봉사활동을 하면서 많은 분들이 기쁜 마음으로 봉사를 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A. 이호현 선생님 : 사회 복무가 겨울 방학 전 학기중에 끝난다. 소집 해제가 되더라도 겨울 방학을 맞이할 때까지 자진해 학교에 남아 봉사를 할 계획이다. 복학하면 4학년이라 준비할 것이 많지만, 마지막까지 아이들과 추억을 쌓으며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또한 어떤 형태로든 우리 사회를 위해 봉사를 하며 지낼 계획이다. 특수 학교에서의 2년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Q. 앞으로 특수학교에서 사회 복무를 하게 될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김동명 선생님 : 일단 특수학교에 처음 오면 많이 당황스러울 것이다.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학생들이 돌발행동을 보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너무 당황하지 말고 생각을 깊이 하면서 학생을 위해서 어떤 행동을 하면 좋을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너무 편하게만 하려고 하지 않았음 좋겠다. 반대로 정말 열심히 2년을 알차게 보내야겠다, 내가 여기에서 최고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근무하면 더 알찬 군생활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A. 이호현 선생님 : 사회 복무 자체가 광범위한데, 특수학교에서 근무할 사람들은 마음을 조금 내려놓았으면 좋겠다. 너무 의무적으로, 이익만 취하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억지로 하려고 하지 말고, 봉사라고 생각할 것도 없이 그냥 장애 학생들과 함께 학교에 다닌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A. 김동명 선생님 : 사회복무 요원들이 특수교육 전공자가 아니다보니 사전 지식이 많이 없을 것이다. 특수교육 현장에서 일해야 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을 위한 사전 교육, 또는 매뉴얼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사전 교육 및 장애인식에 관한 교육을 통해 사고를 예방하고, 그냥 복무를 시작하는 것보다는 좀 더 적극적인 마음으로 군생활에 임할 수 있을 것 같다.

A. 이호현 선생님 : 특수학교에서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은 평생 잊지 못할 의미있는 시간이다. 그리고 학교 선생님들, 지도사님들도 때로는 엄마처럼, 누나처럼 챙겨주셔서 마음 편하게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충실할 수 있는 것 같다. 마지막까지 학교 생활에 충실하며 의미있는 군생활을 보내고 싶다.

 

본 기자 역시 특수교육을 전공했고, 특수교사로 2년간 근무했기에 누구보다 이들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쉽지 않은 상황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성실하게 복무해 온 선생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끝을 모르고 발전하는 대한민국의 사회 속 따뜻한 사람들의 정을 느끼기 쉽지 않다. 명혜학교에서 사회 복무를 하고 있는 김동명, 이호현 선생님의 모습은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는 충분한 귀감이 된다.

인생의 단 한 번뿐인 군생활을 특수학교 사회 복무 요원으로 근무하며 보람찬 삶을 살아가는 김동명, 이호현 선생님. 그리고 명혜학교를 비롯하여 특수교육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선생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차별없는 세상은 물론이며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은 다른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나 스스로가 우리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자. 약간의 노력으로 자신의 행복은 물론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모습을 바꿀 수도 있다.

 

이번 취재를 통해 앞으로 우리 사회 속 많은 이야기를 글로 담기로 했다.

주변의 좋은 이야기가 있다면 본 기자의 이메일(tracymac1@naver.com)로 언제든지 연락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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