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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협군의 책과 여행 이야기]

[공지영 신간 장편소설] 가닿지 못한 모든 사랑들에게 바치는 헌사, '먼 바다'

2020. 02. 19 by 권용 전문기자

나이가 지긋한 남자를 믿지 않는 한 여성이 있다. 첫사랑은 누구나 마찬가지듯 이루지 못하고 유학 시절 만남 남편과도 이혼한 독문과 교수 미호의 이야기다.

그녀는 안식년을 맞아 '헤밍웨이 문학 기행'을 떠나 미국 마이애미와 키웨스트를 찾던 도중 우연히 첫사랑과 재회할 기회를 맞는다. 뉴욕에서 40년 전 헤어진 요셉을 만나기로 한 것이다. 마침 뉴욕에는 그녀에게 상처를 줬던 어머니가 동생 집에 머물고 있다.

'먼 바다(해냄)'는 공지영이 2년 만에 내놓는 열세번째 장편소설로 소설 속 묘한 구조를 통해 인생에서 반복되는 사랑, 아픔, 극복과 화해를 이야기한다.

1980년 두 사람이 헤어지던 시대는 격동의 시기였다. 반정부 인사로 낙인찍힌 미호의 부친 덕분에 그녀는 해직당한 끝에 피폐한 삶을 살게 된다.

요셉은 신학생 신분으로 당시 여고생이던 미호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갑작스레 험난해진 삶의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었던 미호는 요셉의 고백을 거절하고 만다. 요셉은 상처를 받아 일찌감치 결혼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작가는 소설 속 40년 세월을 건너가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며 불규칙하게 쌓인 두 사람 사이에 기억의 퍼즐을 풀어나간다. 다시 재회한 두 사람은 많이 변해있었고 마지막 순간의 기억 역시 서로 다르다.

공지영 작가의 모습(사진=연합뉴스)
공지영 작가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요셉을 만난 미호는 많이 달라진 그의 모습을 보며 과거 상처를 떠올리고 아파하지만, 결국 아픔의 기억으로 남아있는 모두를 용서하고 화해한다. 요셉과 그녀의 어머니까지 모두 따뜻하게 마음으로 끌어안는다. 그녀는 도망치지 않고 현실에 직면하며 '먼 바다'를 향해 다시 삶의 항해를 시작한다.

미호는 새삼 깨닫는다. 마지막 순간을 보내던 서해 바닷가에서 그녀는 요셉을 믿었고 요셉은 그녀를 걱정하고 사랑했다.

소설에는 '원조 마초' 헤밍웨이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 피천득의 수필 '인연'에 등장하는 저자와 일본 여인 아사코의 로맨스도 등장한다. 첫사랑의 아련한 느낌과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아쉬움을 상징하는 문학적 장치로 읽힌다. 헤밍웨이가 가장 사랑했고 생을 마감했던 장소 미국 최남단 키웨스트가 공간적 배경으로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586세대 작가 공지영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1980년 광주, 전두환, 박정희, 독재, 고문, 최루탄 등 키워드나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점은 여전하다.

만남과 헤어짐을 경험하며 아파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많은 독자들이 자전적 소설이겠구나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지영은 "이런 말을 해야 하는 처지가 슬프지만 이 소설은 당연히 허구"라고 말한다.

공지영은 1988년 등단하여 1993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로 국내 페미니즘 문학 선풍을 이끌었다. '고등어', '인간에 대한 예의', '봉순이 언니', '도가니' 등 많은 베스트셀러를 집필했다. 한국소설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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