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의 감자>
남들이 햇감자 맛있게 먹을 때
그제서야 탱글탱글 여문다
늦더라도 제대로 익는 것이 중요하다
평지보다 덜 뜨거운 햇빛일 망정
오뉴월 소중한 햇빛 모아
주먹보다 더 크게 힘차게 영근다
고라니 멧돼지 기웃거리는 근심스런 나날
운좋게 놈들의 공격을 피해
몰래몰래 키워온 은둔의 시간
다른 지역 감자들 식탁에 오를 때
뒤늦은 몸집 불리기에 땀 뻘뻘 흘리더라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는 산촌의 감자
평지의 감자들 앞다퉈 뽀얀 알몸 드러내고
서로 자기가 더 맛있다고 뽐낼 때
그저 빙그레 웃기만하던 산촌 감자
속으로 속으로 더 깊게 알차게 영글었다
나무와 풀과 돌과 새와 바람과 별과 구름과 하늘 어울려
천진하게 살아가는 산촌 사람들의 입을 구황하는 행복
이기적이고 메마른 도시인들이여 감자나 먹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