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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의 세상만사]

김태년 원내총무의 '전국민 내집 한채 마련' 장밋빛 공약에 대한 숙고

구성의 오류

2020. 08. 05 by 성용원 작곡가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란 각 부분에 적용되었던 논리가 부분의 합인 전체에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 것을 뜻한다. 경마장에서 내가 배팅한 말의 질주를 더 잘 보겠다고 일어서면 나뿐만 아니라 주변 모든 사람들이 일어서 버려 앉아 있을 때보다 다리만 아플 뿐이다. 우리의 일상, 그리고 정부의 정책에서 구성의 오류를 쉽게 보여주는 예는 셀 수 없이 많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지난 4일 정부의 서울 등 수도권 주택 추가 공급 방안 발표를 앞두고 "국민 모두가 내 집 한 채를 장만할 수 있는 1가구 1주택 시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렇게 말한 후 "무주택 서민이 쉽게 내집 마련하도록 공공주택 공급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고 공표해버렸다. 이 같은 발언을 듣자 부동산하고는 상관없지만 업이 업이라서 그런지 제일 먼저 수십년 전의 지금의 여당 대표가 '누구나 한 가지만 잘하면 대학을 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던 발언이 연상되었다.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교육의 질을 높이는게 아닌 대학설립의 준칙을 쉽게 바꿔 돈만 있으면 누구나 대학을 만들 수 있게 하여 대학의 갯수가 늘어났다. 인구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금의 기성세대들마냥 사람으로 바글거릴지 알았는지 급감하는 인구수는 도리어 학령인구보다 대학의 정원이 더 많은 지경에 이르러 지금은 원서만 쓰면, 정말 20여년전의 공약 그대로 누구나 대학에 가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그러다보니 어떤 현상이 일어났는가? 같은 대학이면 수도권의 일류대학, 지명도 있는 대학으로 몰려 반수가 늘고 전통의 지방대학들은 고사직전에 놓여버리게 되었고 수도권만 바글바글하게 되었다.  

오바바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지역대학을 완전히 무료화하기 위해 600조원을 지원한다고 했다. 지역대학에서 무료로 교육을 받고 졸업하면 미래에 취직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소득도 높아질 것 같지만 미국 노동부 자료를 참고하면 대학 졸업자 주에 비해 취직할 자리는 점점 줄어드니 졸업자만 늘려 졸업자의 취직기회가 도리어 감소될 뿐이었다. 똑같은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하나만 더! 주당52시간을 시행하면서 버스공영제를 통해 기사 400여명이 급하게 필요하였다. 그런데 버스를 모는게 단시일에 아무나 운전면허만 있으면 할 수 없는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한 직업이기 때문에 숙련된 기사의 조달에 문제가 생겼다. 부족한 기사로 인해 버스회사는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버스 노선을 단축하고 운행을 축소해 버렸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신입 버스 기사를 고용할 수 밖에 없었다.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승객의 몫이다. 미숙련 기사가 모는 위험한 버스에 평상시면 5분에 한 대 올게 10분에 한데 오고 사람이 많이 타고 내리지 않은 정류장은 폐쇄해 버린 바람에 두서너 정거장 전후에 내리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하나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장밋빛이지만 오래 두고 보면 모두의 손해라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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