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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의 일본 경마]

[김기현의 일본 경마 16] 여왕 아몬드아이(Almond Eye) 멋진 은퇴

2020. 12. 17 by 김기현 박사
(사진=yahoo.jp)

“아이짱”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리던 올해 5세의 암마 “아몬드아이”가 기승 파트너 크리스토퍼 르메르(Christophe Lemaire) 기수와의 콤비로 2020년 최고의 드림매치 레이스라 불리던 재팬컵을 우승을 하면서 멋진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빅매치” “드림매치”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번 재팬컵은 272억7천만엔이라는 총매상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88억엔이 상승했다고 한다. 무패의 3관 암수마 데어링택트(Daring Tact)와 컨트레일(Contrail) 그리고 “아이짱”까지 최강 3강 결전의 영향력이 이렇게까지 컸다는 결과에 필자는 그저 웃음이 나올 뿐이다. 매번 마권 판매율을 서슴없이 읽고 있지만, 도무지 이 숫자를 어찌 읽어야 할지 난감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세계경마 산업이 주춤하는 상황에서도 일본 경마는 멈출 줄 모르는 성황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 그저 별세상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필자가 몇 번 언급했지만, 지난 재팬컵은 “아이짱”의 은퇴 경기이었다. “아이짱”은 이번 재팬컵을 우승하면서 GⅠ을 무려 9개를 획득하고, 총상금 약19억엔을 벌어드리며, GⅠ최다 획득과 총상금 최고액이라는 2개의 기록을 경신하면서 경마팬들에게 기억과 기록에 남을 레전드 수식어를 달은 명마(名馬)로서의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일본 경마 역사상 최고의 서러브레드라는 평을 받게 된 “아이짱”의 은퇴식은 12월19일 토요일 나카야마(中山)경마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안타깝게도 이 위대한 여왕의 은퇴식을 코로나19로 인해 경마팬들이 현장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아몬드아이(Almond Eye)” 라는 이름은 “미인으로 간주 되는 얼굴의 눈 모양”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2015년 3월15일생으로 모마(母馬)인 후사이치판도라(Fusaichi Pandora)의 7번째 자마로 태어났고, 부마(父馬)는 씨수마 현역 인기 베스트인 로드카나로아(Lord Kanaloa)로, 한 계좌 마주 클럽 실크레이싱(Silk Racing)에 의해 총액 3,000만엔, 한 계좌 6만엔으로 총 500계좌로 나누어 마주가 모집된 다마주(多馬主) 호스이다. 말하자면 500계좌의 마주가 “아이짱”을 응원하며 이익 배당금을 받게 된 것인데, 응원도 하고, 우승도 하고, 배당금도 받고, 경주말을 응원하는 팬의 입장에서는 가장 좋은 해피엔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짱”의 기록을 줄지어서 얘기하자면 레코드라던가, 사상 처음이라던가, 위대하다던가 이러한 단어들을 수도 없이 나열해야만 할 것 같아 필자는 “아이짱”의 레이스 기록에 대한 글은 이번에는 다루지 않으려 한다. 

재팬컵이 끝난 후 많은 매스미디어에서 “아이짱”을 열심히 보필한 쿠니에다사카에(国枝栄) 조교사와 네기시마사히코(根岸真彦) 조련사의 아름다운 덕담의 얘깃거리가 전면을 장식하였다. 네기시 조련사는 “아이짱”을 “여왕”이라고 늘 불렀다고 한다. “아이짱”을 담당하는 몇 년 동안 자나 깨나, 머릿속은 “아몬드 아이” 일색의 날들이었고, 꿈도 자주 꿨는데 대부분 나쁜 꿈이 많아서 한밤중에 눈을 떠 일부러 현실에 남으려고 다시 잠들지 않은 채 아침을 맞이하는 날들이 많았다고 한다. “명마”를 담당하는 중압감과 책임감이 그 정도로 컸다고 생각하니 필자의 마음이 조금 짠 해오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어떤 인터뷰에서 네기시 조련사는 “아이짱”의 성격에 대해 이렇게 표현을 하였다. “강함과 귀여움이 상반되는 "얼굴"을 계속 보입니다. 기가 센 면이 있지만, 손님이 쓰다듬으면 좋아합니다. 자기가 아이돌임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평상시는 힘을 빼는 방법을 알고 있고,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도 스트레스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조련코스로 갈 때는 대열의 후방이 자기 자리인데, 걸음이 느려서 언제나 다른 조련사에게 놀림을 받고 있습니다” 단 4줄로 표현한 “아이짱”에 대한 애마(愛馬)적 마음이 보이는 따뜻한 글귀에 “아몬드아이”가 어떤 말(馬)인지 필자도 추측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사랑스러운 여왕을 언젠가는 찾아가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사진=netkeiba.jp)

데뷔전 “아이짱”의 감춰진 실력을 알아보았던 쿠니에다사카에 조교사는 재팬컵 이틀 전 “아이짱”이 미우라 트레이닝 센터에서 조련을 마치고 마방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네기시 조련사에게 “나 한 번만 타게 해줘! ” 라고 말을 건네었다고 한다. 늘 기자들에게 둘러쌓여 있는 탓에 사진을 찍히고 말았는데, 재팬컵이 끝나기 전까지 공표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이 있었고, 결국 재팬컵이 끝난 후 “아이짱”을 기승 한 쿠니에다 조교사의 환하게 웃는 사진은 일면을 장식하게 되었다. 경마에 있어 “말(馬)”이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조교사의 프로 정신이 돋보이는 행동에 필자는 마음이 훈훈해지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네기시 조교사의 마방 에피소드 중에 웃음을 빵! 터지게 하는 스토리가 하나가 있었다. 신마전 당일 레이스 준비 중에 쿠니에다 조교사가 그만 “아이짱”의 뒷다리에 차여 버렸는데, 차일 만한 거리도 아니었고, 조금 다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아이짱”의 다리의 가동 범위 넓이에 둘이서 너무나 놀라워서 아픔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고 한다. 이 놀라웠던 순간이 “아이짱”의 미래가 확실할 것이라고 다짐한 결정의 정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14전 10승, “아이짱”의 생애 성적에서 네기시 조련사는 승리의 10승은 당연히 좋았지만 4번의 패배가 “아이짱”을 더욱 강하게 조련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는 말을 하였다. 그때마다 조련사 본연의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아이짱”을 사랑으로 조련할 수 있었다고 하였다.  왜냐하면, 서러브레이드가 전부 승리만을 위해서 달리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건강하게 달려줘서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표현을 하였다. 

정말 감동적인 말(語)이다!

“아이짱”은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번식마(繁殖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여왕의 위대한 베이비를 2년 후에는 볼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며, “아이짱”의 제2의 마생을 필자도 힘차게 응원해 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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