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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의 일본 경마]

[김기현의 일본 경마 19] “백마(白馬) 소다시(SODASHI)”

2021. 02. 11 by 김기현 박사

영상=World Horse Racing 유튜브(바로가기)

 

일본 경마는 1월5일 월요일 GⅢ 메인 레이스인 나카야마(中山)와 교토(京都) 금배(金杯)를 시작으로 12일간 도쿄(東京)와 주쿄(中京), 오구라(小倉), 나카야마의 4곳 경마장에서 240개의 레이스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3세가 된 서러브레이드는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올 경마 대축제인 클래식 타이틀을 향해 출전 자격 획득을 위한 질주를 시작하였다.

지난해 JRA 역사상 최초, 최고라는 기록이 쏟아진 가운데 당시 2세였던 암마 한 마리가 세상을 놀라게 한 기록을 탄생시켰다. 그 놀라운 기록이란 바로 하얀색의 말(馬)이 GⅠ레이스에서  우승을 했다는 것이었다. 백마의 GⅠ 레이스 우승은 세계최초라고 한다.

이 위대한 역사의 주인공은 바로 “소다시”, 이 아름다운 이름은 산스크리스트어인 “순수” “빛”에서 유래하였다. 부마는 지난 1월에 23세의 나이로 무지개 다리를 건너 마생을 마감한 쿠로후네(Kurofune), 모마는 얼룩무늬의 공주라 불리던 부치코(Buchiko)다. 모마인 부치코도 백마이지만 마체(馬体)에 알록달록한 무늬가 있어 마치 달마시안을 연상케 한다. 그런데 “소다시”는 점이 1도 없는 리얼 100%의 하얀색이다.

필자가 전문가가 아닌지라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말(馬)의 백모(白毛)에 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서 언급하자면, 일반적으로 백모는 돌연변이 적으로 태어나 같은 백모라도 유전학적으로 회색 모와는 전혀 다르다고 알려져 있다고 한다. 검은 피부색이 베이스인 회색 모는 양친 중 어느 쪽이든 반드시 회색 모인데 반해, 핑크 피부색이 베이스인 백색 모는 반드시 백색 모에서 나온다고는 할 수 없다고 하는 내용이었다. 핑크색 피부에 백색 모를 가진 유전자가 돌연변이에 귀하다는 기사를 접하고 나니 “소다시”에 대한 존재감이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경주마 분야에서의 백마는 그 희소가치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JRA 소속 현역 경주마 중 현재 백마는 “소다시”를 포함해 7마리밖에 없다고 한다. “소다시”는 외조모인 시라유키히메(Sirayukihime)와 모마인 부치코에 이어 3대가 데뷔를 하면서 백색혈통의 위대한 마가(馬家)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런데 백마라는 희소가치의 이유만으로 많은 화제성과 인기를 몰고 다니고는 있지만, 경주마로서의 일반적인 평가는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닌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소다시” 역시 데뷔전까지 많은 화제의 주인공이었다. 부마인 쿠로후네는 더트와 잔디에서 화려한 우승 경력이 있는 올 마이티형 경주마였지만 모마인 부치코는 더트에서는 4승을 한데 반해 잔디에서는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했었던 터라 과연 더트 혈통의 모마의 DNA를 가지고 태어난 “소다시가 잔디에서 통할까?”라는 경마관계자들의 많은 의심과 함께 데뷔를 했어야만 했다.

백마(白馬) 소다시(사진=wikipedia 갈무리)

지난 2020년 “소다시”는 달릴 때마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에이스 경주마였다. “백마 신마 데뷔 전 최초우승” “백마 터프 최초우승” “백마 GⅠ최초우승” “백마 최초 2세 연도 대표마”등 데뷔 후 무패의 4승을 하면서 그 많은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는 역할을 그녀 스스로가 보여준 멋진 한해였다.

3세가 된 “소다시”에게 2021년은 험난하고 치열한 레이스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 해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3세라면 겪어야 할 클래식 레이스가 걸려있고, 첫 관문인 4월의 오카쇼(桜花賞)를 시작으로 5월의 오크스, 마지막 관문인 10월의 슈카쇼( 秋華賞) 까지 클래식 3관을 향해 힘든 레이스를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코로나19가 발생하여 한참 기승을 부리던 2020년 4월에 “일본 경마 이야기”라는 주제로 칼럼을 시작했었다. 당시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적과 싸우는 암울한 시간 속에서 즐거웠던 경마마저 무관중으로 진행된 심각한 상황은 전 세계 경마 산업에 많은 타격을 준 상태 였다. 그때 일본 경마에서는 한 줄기 빛과 같은 희망으로 레이스를 달려주는 한 마리의 멋진 서러브레이드의 활약이 있었는데 필자가 첫 이야기의 테마로 다룬 “컨트레일(Contrail)” 이었다. 그는 데뷔 후 무패 클래식 3관이라는 타이틀을 멋지게 획득하면서 경마팬들이 바라던 염원과 기대를 “감사”라는 단어의 희열을 맛보게끔 보답해 주었다.

흰색이 너무 밝아서 잔디에 반사되어 나오는듯한 “소다시”의 하얀 마체(馬体)를 볼 때마다 영롱할 만큼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아름다움 뒤에 감춰져 있는 경주마로서의 무한한 마력(馬力)은 그녀만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이러한 “소다시”의 매력이 경마팬들에게는 지난해가 “컨트레일”이었다면 올해의 빛과 염원은 그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2021년 신축년은 하얀 소의 해이다. 그리고 하얀 소는 성스럽고 귀한 뜻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왠지 이 성스럽고 귀한 백마 “소다시”가 하얀 소의 해에 제대로 일을 칠 것 같은 느낌에 필자의 가슴 두근거림이 벌써부터 연말을 기대하고 싶어지게 한다.

“소다시”에게 “최초”라는 기록의 역사가 언제나 진행형이 되길 바라는 응원과 함께 건강하게 잘 달려주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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