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식 전 서울마주협회 회장이 재직 시절 대한민국 경마의 현실을 진단하는 책을 한권 출간한 바 있다. 그 책의 제목은 ‘다시보자 한국경마’였다. ‘경마선진화의 길’이라는 부제를 달고 출간되었다. 세계의 다른 나라 경마와 비교했을 때 한국 경마는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냉정하게 진단하는 책이었다. 최근 경마혁신안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한국마사회와 유관단체 간의 갈등상황을 지켜보면서 냉정하게 한국경마를 다시 보고자 한다.

세계에서 경마를 시행하는 나라는 117개 국이다. 파트1,2,3 그리고 업저버국으로 나뉘어진다. 파트1 국가는 16개 국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뉴질랜드 브라질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칠레 페루 아랍에미레이트 등이다.

파트2 국가는 14개국이다. 말레이시아 인도 싱가폴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우루과이 파나마 베네주엘라 홍콩 마카오 짐바브웨 푸에르토리코 터키 등이다.

파트3 국가는 17개국이다. 네덜란드 멕시코 스페인 체코 폴란드 대한민국 벨기에 스위스 도미니카 모리셔스 사우디아라비아 슬로바키아 에콰도르 오스트리아 자메이카 카타르 트리니다드토바고 등이다.
그리고 나머지 국가는 모두 업저버 국으로 경마를 시행한다. 대한민국은 80여년 동안 업저버국으로 경마를 시행하다가 2004년에야 파트3에 진입했다. 이렇게 분류되는 세계의 경마시행국은 파트1으로 승급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글로벌 산업이라는 특성 때문에 그렇다. 그리고 경마시행국의 최종 경쟁의 끝에는 어느 나라가 최고로 좋은 번식마를 소유하고 있느냐로 귀결된다. 경마는 혈통의 스포츠이기 때문에 그렇다.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파트1으로 가야하는 목표가 있다. 그런데 이 목표를 달성하기 까지는 엄청난 노력과 인프라구축이 필요하다. 경마혁신안을 놓고 한국마사회와 유관단체의 갈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 틀린 내용은 없다. 한 쪽은 빨리 가자는 것이고 한 쪽은 내실을 다지면서 천천히 가자는 주장이다. 이 주장이 그동안 쌓여온 불신과 맞물리면서 감정싸움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 말산업의 불행한 현실이다.

국회는 2011년2월 농어촌경제의 활성화와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말산업육성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 대하여 정부는 같은해 3월 공포, 9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말(馬)이라는 단일 축종에 대한 육성법을 만들고 시행을 하고 있다. 법이 시행된지 벌써 5년째다. 그러나 ‘말산업육성’은 인프라 미약, 경마산업에 대한 편파적이면서도 과도한 규제 등으로 열매는 커녕 꽃도 피워보지 못한 채 사그라들 위기에 처해 있다.

박근혜정부는 규제타파와 창조경제를 정책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도 말산업에 관한한 규제타파는 어림반푼어치도 없고 창조경제는 공허한 메아리에 머물고 있다.

로또복권이며 스포츠토토 등은 전국 7000여 곳에 이르는 동네 편의점이나 복권방에서 쉽게 구입할 수가 있다. 그러나 마권은 전국 3곳의 경마장과 29곳 밖에 없는 장외발매소에 가야만 구입할 수 있다. 스포츠토토나 복권에 비해 공정한 거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 불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토토나 복권에는 전자카드를 도입하지 않고 있지만 경마에는 전자카드까지 도입하고 있다. 지금은 시범적으로 시해하고 있지만 2018년에는 전면적으로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게다가 있는 장외발매소마저 이전도 못하게 하고 있다. 이러고도 어떻게 말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인지 답답하다.

이런 상황에 말산업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경마산업 내부에서 ‘빨리 가느냐, 천천히 가느냐’를 놓고 내분이 일어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한국마사회를 비롯한 모든 경마산업 종사자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하여 경마중단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길 바란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