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 김병선 제주한라대학교 마사학부 학부장

교육 일선 현장에서 마중물 역할을 하기 위해 수요 진작과 전문 인력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 김병선 제주한라대학교 마사학부 학부장.
산업화 초기, 수요 창출·전문 인력 양성 필요성 주창
전국 유일 4년제 과정…생산·육성·조련 과정 집중 교육
마사학부, 특성화고졸 재직자 특별 전형 신입생 모집 중

렛츠런한국마사회 말보건원 진료과장, 수석재결전문위원, 심판처장, 사업처장 출신으로 모교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겸임교수까지 역임한 수의학박사, 경마산업 전문가가 제주 말산업 현장의 학계에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김병선 제주한라대학교 마사학부 학부장은 경마산업 최일선에서 우리 말산업의 태동기를 함께했고, 지금은 교육 현장에서 마중물 역할을 하기 위해 수요 진작과 전문 인력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병선 학부장을 2월 2일 오후 제주한라대학교 마사학부 학부장실에서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 기자 말

- 렛츠런한국마사회 출신으로 지금은 현장에서 전문 인력 양성에 힘쓰고 있다. 말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마사회에 있을 때는 경마 상품 관리에만 힘썼다면, 제주에 내려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는 말산업의 시작인 생산과 육성, 조련 과정에 눈을 뜨고 연관 산업 발전에 더욱 힘쓰고 있다. 우리나라 말산업은 자본력, 인력 수준 등 기초 부분이 아직 취약하고 특히 수요 창출이 약하다.
대대로 고수되던 기존 방식을 탈피해 새로운 인식을 갖고 새로운 방법을 도입하는 일이 필요하다. 기존 방식으로는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 안전한 승마, 안전한 말, 사람에게 친숙한 말을 생산하고 육성, 조련하는 일이 대표적인 예다. 지금 제주의 말들은 사람이 불러도 쳐다보지도 않고 사람을 보면 도망가고 사람이 접근하면 경계한다. 외국의 말들은 그렇지 않다. 단순히 말 번식이 아니라 사람을 따르고 안전한 말을 생산하는 것, 그런 인식이 우선 개선되는 일이 중요하다. 인식 개선은 말을 어떻게 키우고 조련하는지의 방법, 수요자 눈높이에 맞는 상품 개발을 하는 방법 문제에 초점을 둬야 한다. 그 다음은 사람, 전문 인력이 만들어져야 한다.

- 말산업의 체계적 발전을 위해서는 수요 창출과 전문 인력 양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수요 없는 산업은 오래갈 수 없다. 말산업 상품의 가치, 잠재 수요는 충분하나 현재 수요가 없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 이유는 ‘상품화’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상품화를 위해서는 서비스와 안전성, 효율성 문제가 있다. 사실 승마는 안전한 스포츠다. 운영을 잘 못해서다. 예를 들어 개인적으로 경주 퇴역마를 승용마로 전환하는 건 위험하다고 본다. 성격도 예민하고 경마를 통해 과격한 운동과 질주 습성이 남아 있는 경주 퇴역마를 승용마로 쓰는 건 사고 잠재력을 높이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환 순치를 체계적으로 하던가, 일본 크레인승마클럽처럼 구보나 외승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체계적이고 제한적인 사용을 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순치되고 조련된 전문 승용마가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승용마 순치 조련 시스템이 부재하다. 조련 시스템은 경주마에만 국한돼 있다. 앞으로 승마를 제대로 하려면 승용마 조련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기에 정부가 승용마 조련 센터를 갖추는 건 좋은 정책이라고 본다.
또한 전문 인력 양성에도 앞장서야 한다. 고등학교는 기초 인력이고 대학에 와서야 전문 인력으로 다듬어지는데 말 순치와 조련에 관해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이 없다. 재활승마처럼 말을 활용하는 교육은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말을 만드는 교육을 하는 곳은 없다. 그래서 우리 제주한라대학교 마사학부는 말을 만드는 교육과 전문 인력 양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 제주한라대학교 마사학부의 특화된 교육 과정을 소개해 달라.
말산업에 있어 생산과 육성, 조련은 말산업의 ‘허리’ 역할을 한다. 나무가 건강하려면 뿌리가 튼튼해야 하는 것처럼 말산업의 기본인 생산과 육성, 조련 분야를 발전시켜야 한다.
마축자원학과와 마사학과 두 개의 학과로 구성된 제주한라대학교 마사학부는 1학년부터 4학년 전체 교육 과정에 조련 실무와 기승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단순히 임신, 각인, 순치 등 이론만을 배우는 게 아니라 기술 조련에 관해 단계적으로 실습 교육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론은 물론이고 실습으로 무장할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을 특화했다. 학생들은 4년 내내 이론과 현장 실무, 실습을 겸비한 교육을 배운다. 일주일에 하루는 목장과 승마장, 경마장 등 말산업체에서 현장 실무를 할 수 있는 등 실습 여건도 좋다. 학생들도 재미있어 한다. 4년간 현장을 경험한 뒤 원하는 곳을 선택해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 교수진 또한 전문가들이 포진해 ‘학문의 전당’ 역할을 톡톡히 한다.
교수진 역시 어느 대학 못지않다. 전임 교수가 5명이나 될 정도로 전임률이 높다. 최근 축산진흥원에서 명예퇴직한 오운용 박사님도 이번 학기부터 영입했다. 생산과 육성 분야에 실적이 있고 보건 관리, 마술학, 경주마 조련 실무 등 각 분야의 현장 실무 능력이 뛰어나며 경험이 풍부한 한국마사회 직원들도 겸임 교수진으로 초빙해 가르치고 있다. 특히 제주 말 문화 역사를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일도 대학에서 해야 하는 일이기에 이 분야의 전문가이신 장덕지 선생님도 우리 마사학부 초빙 교수로 활동하고 계신다.

- 전국적으로 보기 드물게 자체 스터디를 운영하는 등 교육에 열정이 남다르다.
말산업 자격시험과 관련해 관련 과목들 전부 교육 과정에 포함됐다. 올해 3학년을 올라가는 학생들이 첫 시험을 보는데 별도의 반을 구성해서 시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과외 지도도 하고 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내심 기다려진다. 평균 합격률이 높지 않은데 평균보다 높도록 3월에 개강하면 준비할 예정이다.
1학년부터 교과 과정에 영어 교육 과정을 포함시켰고, 독일어나 일어 등도 특별 그룹별 과외를 진행 중이다. 방학을 이용해서는 해외 연수를 보내 현지 적응 능력을 키우고 있다.

- 졸업생들의 취업을 사전 대비한 교육 과정 구성도 눈에 띈다.
제주한라대학교는 전문대학 가운데 해외 취업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의 대표적인 해외취업 프로그램인 GE4U(Global Employment For You)사업에 선정됐고. 학생들의 취업 전문 지부가 해외에 있어 미리미리 해외 취업을 준비 중에 있다. 호주 등 말산업 선진국과 교환 학생 업무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4학년이 되면 인턴십 교육을 나간다. 제주한라대학교 실습 목장에서 실습 위주 교육 또는 산업체에 보내 졸업 후 즉시 현장 실무 투입이 가능한 인력을 준비하려는 것이다. 전국 유일의 4년 과정 운영으로 마련한 건 교육 과정 내내 충분히 현장에 적응한 학생들을 키워 배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직 취업 수요가 많지 않은 등 취약 기반이 약하다. 경쟁력을 갖추고 충분한 교육을 이수했지만 전국적으로 연간 500여 명의 말산업 졸업생이 쏟아져 나와 취업 문턱이 높다. 이를 대비해 해외 취업을 미리 준비하고 있다.
독일이나 프랑스, 일본,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말산업도 농업으로 인식돼 사실 젊은 인력이 부족한 현실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해외 시장에 파견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학생들이 졸업 후 말산업 선진국의 기술을 배워서 국내에 전파하기를 바란다. 단순한 축산 기술이 아니다. 말산업은 그 나라의 말 문화와 역사, 경제 수준 등이 종합해 만들어지기에 이 학생들을 통해 총체적인 말산업 선진 기술과 문화를 들여올 것이다. 학생들이 선진화된 말산업 기술과 문화를 배우고 돌아올 때 비로소 우리 말산업도 기틀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 학생 모집에 있어 인상적인 건 특성화고 졸업생을 위한 재직자 특별 전형이다.
교육부에서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바로 취업한 학생들을 위해 대학 교육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특성화고를 나온 학생들에게 학위 뿐 아니라 지식 향상을 위해 좋은 제도다. 하지만 취업한 지 3년이 지난 학생들은 학교 가기가 쉽지 않다. 일과 학습도 병행해야 하기에 교육 과정이 빡빡하면 쉽게 지친다.
학생들이 학업을 잘할 수 있도록 사이버 교육, 대체 수업, 선행학습 학점 인정, 현장 근로 학점 인정 등 다양한 학사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입학한 후에는 일하는 낮보다 야간이나 주말 등 별도반을 운영하거나, 집중 수업제를 할 수 있다. 유연한 학습 과정 운영을 통해 생업에 지장 없이 하려는 것이다. 특히 마사학부는 2013년 관련 부문 거점대학으로 선정된 후 ‘전문 희소 계열’로 10명을 선발하는데 40%의 장학금을 주는데도 진학 희망자가 아직 적다. 현장에 계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시길 바란다.

- 자체 실습 목장과 관련 시설들이 올해 안으로 완공될 예정이다.
제주한라대학교가 자체적으로 27만 평 부지를 구입해 현재 초지를 조성 중에 있다. 40만 평은 임대를 얻어 총 67만 평 규모의 부지에 교육동과 실내마장, 승용마사, 육성조련마사, 실외대마장, 원형마장, 워킹머신 등 각종 시설과 인프라를 구축 중에 있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며 올해 안에 완공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초지 관리부터 생산과 육성, 조련, 승마 지도 등 말산업 전반에 관한 교육이 자체적으로 가능해진다. 장덕지 교수님이 그간 사진전·특별전을 했던 사진과 콘텐츠 자료들을 수집해 교육동과 강의실 구석구석마다 전시해 말 박물관처럼 만들 예정이다.

- 실습 목장을 통해 추구하는 특화된 프로그램이 있다.
제주에는 초지에서 노는 잉여 말들이 많다. 경주마 자격도 못 갖췄고, 승용마로서의 상품 가치도 떨어진다. 실습 목장이 완공되면 승용마 조련 프로그램을 통해 이 말들을 조련 순치하고 싶다. 이 프로그램이 정착되면 산업체에 전파하고, 제주 생산농가에 경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국산 승용마의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는 일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축산진흥원에서 조만간 승용마 거점 센터를 운영할 예정인데 제주에서 생산된 말을 승용마로 전환하는 거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에서 조련 프로그램을 연구해 접목 시켜 기술뿐 아니라 경제성까지 따져 비용을 최소화하되 말 품질은 최고로 높일 수 있는 상품 가치가 있는 승용마 생산 프로그램을 연구하겠다. 이를 위해 제주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 교육 현장 일선에서 보람을 느끼는 일이 있다면.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기본적으로 재미있다. 지식을 전파하고 공유하는 일이 좋다. 마사회에 있을 때 경마교육원에서 기수 후보생들을 대상으로 교육 강의도 많이 진행했다. 승마를 포괄한 말산업으로 외연이 확대되며 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경마가 아닌 신규 인력 양성을 위해 학교에 관심을 갖게 됐고, 마침 제주한라대학교에서 연락이 와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고자 오게 됐다. 모든 가족들이 제주에 내려와 정착했다.
잘하는 학생이 있는 반면 적응 못하는 학생도 있다. 잘하는 학생을 가르치는 일은 쉽지만 못하는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해 주고 흥미와 관심 환기를 해주는 일이 중요하다. 교수진들이 함께 노력해 말에 대해 관심도 없고 잘 모르던 학생들이 공부에 재미를 붙이면 보람을 느낀다.
가르친다는 건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다.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선생으로서 동기 부여를 하고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 다른 교수님들과도 학생 지도 문제를 공유하며 학생들을 이끄는 것뿐 아니라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학생들이 하고자만 하면 길을 열어줄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

- 우리 말산업 발전을 위해 시급한 일이 있다면.
말산업 자체가 빈약하다. 공급도 수요도 약하다. 정부와 한국마사회의 정책 부문에 있어 공급도 중요하지만 수요 창출 정책이 특히 중요할 때다. 경마는 건전한 경마 팬 확보를, 승마는 인구 확대 창출을, 재활승마는 사회 복지 기능에 초점을 둬 의료보험을 적용받아 사회복지 기금이 지원된다면 수요가 분명히 발생할 것이다. 장애인들에 대한 정부 지원이 많지만 재활승마 부분에는 전무하다.
수요를 창출시키면 말산업이 선순환되고 취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수요 없는 산업은 오래갈 수 없다. 우리나라 말산업이 태동하면서 5개년종합계획이 수립됐다. 좋은 내용은 많다. 투자 대상은 많지만 예산의 한계가 있다. 3년차 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모든 부분이 중요하겠지만 사업의 우선순위를 만들어 지원이 분산되기보다 선택과 집중을 하는 사업 선정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고 의견을 종합해야 한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교육 일선 현장에서 마중물 역할을 하기 위해 수요 진작과 전문 인력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 김병선 제주한라대학교 마사학부 학부장.
▲제주한라대학교의 말산업 교육인프라인 실습 목장 조감도. 총 67만 평 규모의 부지에 교육동과 실내마장, 승용마사 등 원형마장, 워킹 머신 등을 갖췄다. 올해 완공될 예정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4년제 학사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제주한라대학교는 2014년 12월 정부로부터 말산업 전문인력양성기관으로 지정됐다.
▲김병선 학부장 사무실 책상 옆에는 마사학부 학생들의 사진과 이름이 기록된 명단이 놓여 있었다. 말산업 미래 인재들에 대한 열정과 각별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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