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사원이 등급판정을 위해 말도체를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
- 타 축종보다 질병적어 안심 가능
- 일본, 신메뉴 개발 위한 다양한 노력
- 유통 투명성 위한 말도체 등급판정

“안전보다는 안심”
식품의 안전도를 확률로 따지기보다는 소비자들이 식품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식품산업에서 소비자 마케팅을 다룰 때 가장 기본으로 생각하는 문장이다. 안전은 음식을 제공할 때 ‘이 제품을 섭취해도 그 병에 걸릴 확률은 얼마여서 죽을 확률은 현저히 낮다’며 객관적인 수치로 소비자들을 설득한다. 반면 안심은 소비자가 느끼는 식품에 대한 주관적인 생각이며 ‘먹을 수 있는 음식인가’에 대해 개인적 판단이 들어간다. 2010년에 미국 쇠고기 파동으로 문제가 되던 시기, 정부가 “미국산 소의 섭취로 광우병 환자가 될 확률은 매우 낮다”고 발표했을 때 많은 신문기사가 이 문장을 인용했다.

말고기는 이러한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다가간다. 일단 구제역, 광우병에서 안전하고 기생충 생존확률은 소고기, 돼지고기와 비교하면 현저히 적다. 게다가 다른 축종과 달리 사육되는 동안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매우 적어 환경문제를 이유로 축산물을 꺼리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식품으로 다가온다. 이외에도 말고기는 풍미, 영양가, 기능성식품, 성인병 억제 등에서 장점이 있다. 특히 불포화지방산, 글리코겐, 철분이 풍부해 건강을 생각하는 현대인에게 적합한 음식이다. 허나 현재 소비자들에게 말고기란 아직 먼 나라 이야기다.

◆ 말고기 활성화에 다양한 방면으로 도전하는 일본

옆 나라 일본에서는 말고기를 ‘벚꽃고기’라고 칭하며 말고기를 먹는 문화가 활성화돼있다. 말고기를 단순히 육회, 육사시미로 먹는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전해져 온 다양한 향토요리방법으로 먹는다. ‘사쿠라나베(桜鍋)’는 된장을 갠 육수가 든 냄비에 살짝 익을 정도로만 말고기를 넣어 먹는 샤부샤부 요리다. 이 음식은 도쿄 전통 요리 중 하나로 메이지시대(1868~1912) 초기, 정력에 좋다고 하여 환락가에서 많이 찾았다고 한다. ‘난코나베(なんこ鍋)’는 말의 장(腸)을 된장으로 끓인 냄비 요리다. 아키타 현의 광부가 처음 개발한 요리로, 광산에서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광부들이 햇볕을 충분히 쬐지 못해 생기는 구루병을 예방하고자 먹은 음식이다. 지역에 따라 조미료로 간장, 카레, 후추를 사용하는 곳도 있고 우엉, 죽순, 곤약 등을 취향대로 넣기도 한다.

된장을 이용한 냄비 요리 이외에도 ‘오타구리(おたぐり)’라고 하는 말의 창자를 푹 끓여 소금에 절인 조림도 대표적인 말고기 요리다. 창자를 깨끗하게 세척한 후 4~5시간 소금에 끓이면 완성된다. 독특한 냄새 때문에 사람들의 호불호가 갈리지만, 오히려 그 향이 마니아층을 만든다. 이 밖에도 일본은 말고기 통조림, 말고기 건육, 말고기 만두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말고기를 섭취한다.

말고기를 먹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일본의 민간요법에는 상처 부위에 말고기를 붙이면 근육통이 풀린다는 속설이 있다. 실제로 1936년 일본 프로야구에서 어깨가 좋지 않았던 투수의 어깨에 말고기를 댔더니 감쪽같이 나아 경기에서 이겼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대표적인 말 생산지역인 구마모토는 일본 내 말 도축 두수가 전체의 약 ⅓을 차지한다. 구마모토는 일본 대표 말 생산지역이 되기 위해 다양한 방면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포장부터 남다르다. 말고기를 ‘쿠마몬’이라는 곰 캐릭터에 포장 판매해 어린아이를 둔 가족 단위에 인기다.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말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구마모토에 있는 일본 최대 비육마 목장 ‘센코팜’은 말고기에도 해썹(HACCP,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을 도입했다. 생산단계부터 고객에게 도착할 때까지 제품에서 곰팡이, 바늘 등의 위해요소가 나오지 않도록 관리해 소비자에게 깨끗한 축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비육마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일본은 육질이 우수한 역용마인 ‘브리톤’과 ‘페르송’ 등을 개량하고 있다. 이 품종은 체중이 1톤에 가까워 한 필을 사육해도 많은 고기가 나와 말고기 생산에 좋다. 일본도 경주마를 식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홋카이도의 반에이(ばんえい) 경마장이 대표적이다. 반에이 경마장은 말의 뛰는 능력보다 농용마(農用馬)의 역사적 가치에 중점을 두고 홋카이도 재래마로 경마장을 운영한다. 이런 전통에 따라 경주에서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남기지 못하면 식용이 되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 공식사이트에서도 어느 말이 식육용으로 전용됐는지 기재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약 15배 정도 많은 말고기를 생산하는데도 물자가 모자라 해외에서 말고기를 수입한다. 이 중 캐나다가 전체의 75퍼센트 정도를 차지해 일본에서도 자체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곡물 사료를 주고 비육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특히 나가노현은 농용마의 수요가 높았지만 점차 농업의 기계화가 진행되어 말 생산농가가 줄어들었다. 이에 나가노현은 말고기 발전을 위해 요리개발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3대째 정육점을 하는 지역유지 시타헤이 사장은 “말고기가 향토요리에 편중되다보니 젊은 고객들이 찾지 않는다. 대중화를 위해 새로운 메뉴를 등장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 프랑스인의 말고기 인식과 소비

프랑스는 말고기 세계 최대 생산량을 자랑한다. 프랑스 혁명 이후 혼란기로 음식이 모자라자 나폴레옹이 전장에서 죽은 말고기를 식용으로 하는 것을 허용했다. 이후 정식으로 말고기 시장 거래를 인정받아 1879년 독일군이 파리를 포위했을 때 많은 말이 처분되었다. 19세기에는 말고기가 빈혈에 효과가 있는 등의 소문이 퍼지면서 말고기를 찾는 사람이 많았다. 지금은 동물 애호 차원에서 말고기를 주문하는 사람이 줄고 있으나 광우병 문제로 소를 꺼리는 손님이 말고기를 찾기도 한다.

프랑스인에게 말고기란 궁핍할 때 먹었다는 이유로 싸고 서민적인 음식으로 집에서 먹는 음식으로 인식된다. ‘타르타르 드 슈발’이라고 하는 향토 요리는 몽골에서 유래된 방식으로 넓은 대지를 거닐어 근육으로 다져진 승용마를 쉽게 먹기 위해 개발된 요리로 말고기를 잘게 다져 먹는 요리다. 올리브유, 소금, 후추로 양념해 양파, 마늘, 케이퍼, 피클 등의 다진 양념과 달걀노른자를 곁들여 먹는 것이 보통이다.

◆ 말고기 등급판정으로 소비자 신뢰도 제고

한국의 말고기 시장은 유통단계가 부진해 소비자들에게 다다르지 못하고 있다. 제주를 제외하면 내륙지방에서는 말고기를 파는 음식점도 거의 없고, 가공 및 유통시스템 등 인프라도 미비하다. 정부차원에서 하고 있는 오프라인 말고기 유통은 안성팜랜드의 말고기 전문요리 식당 ‘목원’과 말고기 구입이 가능한 ‘팜팜’ 정도다. 온라인도 농협-a마켓에서 판매하는 ‘웰미트’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말고기가 제대로 유통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비육마로 길러진 말이 부족하다는 것이 하나의 원인이다. 소비자들이 말고기를 꺼려하는 이유 중 하나가 ‘말고기는 하자있는 말로 만든다’는 세간의 인식 때문이었다. 사람들에게 말고기를 권하려면 일정 두수 이상의 비육마와 함께 말고기 품질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이처럼 말도체 등급판정이 없다는 것도 말고기 시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손꼽힌다. 말고기는 아직 접해본 사람이 적어 소비자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이 때문에 말도체 등급판정이 필요하다.

그간 온도체 유통(당일 도축 후 바로 시장에 유통하는 방식)에 익숙한 말고기 유통업계는 예냉 유통(도축 후 낮은 온도에서 보관하여 신선한 품질을 유지하는 방식)을 회피해 말도체 등급판정을 확산시키기 어려웠다. 게다가 농가에서 자가 도축하는 일명 ‘추렴문화’가 성행해 정확한 도축 두수 추정이 되지 않았다.

이에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지난해 11월 축산물품질평가 업무 및 식육 관련 기초 자료 확보를 위해 관계 발표회를 하는 등 말고기 소비 활성화를 위한 말도체 등급기준설정을 2011년부터 시도했다. 2015년 현재, 말고기 등급제는 쇠고기와 비슷하게 육질 등급과 육량 등급으로 분류하여 아직 시범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육질 등급은 근내지방도(마블링), 육색, 지방색, 조직감 등으로 1+, 1, 2등급으로 구분하고 육량 등급은 면적, 등지방두께, 도체중량을 측정해 A, B, C 등급으로 나눠 유통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제주지원에 따르면 현재 말은 하루 평균 3~4마리가, 한 달엔 대략 70마리 정도가 도축된다. 과거 시간이 걸리고 까다롭다는 이유로 온도체 방식을 고집해왔으나 축산물위생관리법이 달라져 도축 후 반드시 예냉 방식을 거쳐야하고 등급판정을 받으면 지원금도 두당 최고 25만원이어서 개선이 나타났다. 초반 3~40% 정도에 다다랐던 말도체 등급판정율이 현재 90% 이상을 선회할 정도로 높아졌다. 말고기 등급제 도입은 고기 품질을 개선해 제주도 내 50여 개소 전문 음식점과 부가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 2015년 5월 품종별 등급 출현율
구분 육질등급 육량등급 등외
1+ 1 2 A B C
제주산마11.74245.17419.851.2
제주마88.47.73.819.253.826.90
경주마03.329.532.8--67.2
수입마66.7--66.7--33.3

(단위: %)


○ 말 도축대비 판정율

구분 2014년 2015년
6월 7월 8월 9월 10월 11월 12월 1월 2월 3월 4월 5월
도축676571669577867253848775898
판정546464609174806652748570834
판정율80.69890.190.995.896.19391.798.188.197.793.393.3

축산물위생관리법 시행규칙 개정(15.1.24)으로 2월부터 등급판정율 증가 (단위: 두, %)

○ 말도체 등급판정 실적 및 지원현황

기간 도축 판정(c) 판정율(c/b) 지원금 사업
전국(a) 제주(b) b|a
11.5~1270054277.420738.25천만원(200두*25만원/두)
12.1~1288177988.419224.62천만원(200두*10만원/두)
13.1~1292180587.433341.45천만원(500두*10만원/두)
14.1~121,01888787.180690.913.5천만원(30, 20, 10만원/두)
15.1~537134793.54.5천만원(25,15,5만원/두)

2013년까지 냉장유통 및 품질고급화 장려금으로 지급함. 14년부터 품질고급화 장려금 지급
(단위: 두, %)

▲ 축산물품질평가원 제주지원이 제공한 말도체 등급판정 결과자료.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제주특별자치도는 품질 차등가격제 등을 위해 말고기산업 관련 사업에 총 223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말이 레져용(경마, 승마) 위주의 사육방식에서 육용 복합방식으로 개선해 말 사육농가의 소득향상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아직 말고기는 걸음마 단계지만 성장 잠재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특히 AI, 광우병 등 육식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말고기는 대안 메뉴로서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4월, 제주에서 고기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페르숑, 벨지안 품종을 61두 도입하는 등 말고기를 위한 품종개량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농가에게 수익을 가져다줄 생산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웰빙식품을 찾는 현대인들의 말고기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킨다면 새로운 외식산업의 탄생도 가능하다.

▲ 검사원이 등급판정을 위해 말도체를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
▲ 선홍빛을 띈 말고기. 1+A 등급판정을 받았다.


작 성 자 : 황수인 nius103@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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