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경마에서 널뛰기 경주결과가 이어져 많은 경마팬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심지어 일부 경마팬은 공정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한국마사회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해당 조교사와 기수를 성토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일부 열성 팬들은 본사에까지 전화를 걸어와 일부 경주에서의 의문점을 토로하기도 했다. 지난주 경마에서 소위 꿈의 배당으로 불리는 100배 이상의 “999배당”이 총 4차례나 발생한 반면 10배 이하의 경주는 15개 경주로 배당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진 한주였다.

999배당이 연출된 첫 경주는 4월 18일 토요일경마 2경주로 당시 인기마인 ‘서울명문’, ‘함초롱’이 각각 3, 4위에 그친 반면, 인기순위 3위에 랭크된 ‘챔프드림’과 신마인 ‘이화산’이 2위를 차지해 복승식 118.1배의 주인공이 됐다. 이후 같은날 5경주에서는 역시 인기마 2~3두가 모두 입상에 실패한 반면 복병마인 ‘싱글라이드’가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해 이변을 연출했다. 2차례의 이변이 연출된 토요경마에 이어 일요경마에서는 7경주와 11경주에서 각각 쌍승식 기준 무려 1000배가 넘는 초고액배당이 연출돼 이변 연출의 종지부를 찍었다.

최근 연이어 고배당이 연출되는 주된 이유로 군별 전력평준화에 따른 높은 혼전도를 꼽을 수 있다. 즉 각 군별 경주마간 전력 차에 따른 서열구도가 드러날 때는 출전마간 능력비교가 가능하나 군별 전력 차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주별 인기마와 비인기마가 분류돼 결국 당일 미세한 컨디션, 체중변동추이, 기수와의 호흡 등에서 우열이 가려져 결국 고배당 연출로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외산마 경주에 출전한 국산마의 선전, 공백마의 빠른 적응력, 이상기후에 따른 경주마의 체중변동추이, 급작스런 주로의 흐름변화, 등도 고배당 연출의 주된 이유로 꼽힌다.

최근 중하위군의 높은 혼전도에 따른 이변 연출은 국산마 상위군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상위군의 경주는 출전마간 능력 비교가 가능해 중, 저배당이 주를 이루는 것이 보통이나 최근 펼쳐진 국산마 1군 경주는 지난 를 포함해 총 6번의 경주 중 5번의 경주에서 10배 이상~30배 이하의 중배당이 연출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산마 상위군에서의 높은 혼전도도 역시 경주마간 서열구도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이는 세대교체의 실패가 주된 이유로 현 국산마 최강자인 ‘명문가문’이 8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최고 부담중량을 짊어지고 경주에 임하고 있어 향후 뚜렷한 황태자가 출현해 서열을 정립하기전에는 상위군에서의 혼전도도 지속될 전망이다. 배당의 양극화와 함께 이변이 속출되고 있는 최근의 흐름을 고려해 볼때, 경주를 분석함에 있어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한 신중한 경주 분석이 절실히 요구된다.

손자병법(孫子兵法)에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는 말이 있다. 아시다시피 적을 알고 나를 알면 100번 싸워 100번 모두 승리한다는 격언이다. 그러나 한국경마에서는 이 격언이 잘 통하지 않는다. 제대로 알아도 이기기 힘든 것이 한국경마라는 이야기다. 그것은 경마시행시스템의 문제와 경마팬의 경마에 대한 인식의 잘못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좀더 명쾌하게 설명하자면 경마시행제도의 문제점과 경마창출자들의 프로의식 결여, 경마팬의 인식부족이 결합돼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면 될 것이다.

경마는 각종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자료와 정보를 토대로 분석과 추리를 통해 정답을 도출해내는 스포츠다. 그런데 한국마사회가 경마전문지의 품질평가는 도외시한 채 발표하는 적중률 순위는 경마팬들에게 번호찍기를 부채질하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오히려 경마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것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바른 경주분석법을 가르쳐주어할 한국마사회가 앞장서서 번호찍기를 조장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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