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지역 단위 말산업특구 육성 체계도.
진흥계획 수립…당초보다 예산 적어 일정 차질 우려
동시 지정·지리적 연접 방식 두고 회의적 시각 팽배
지역 농가·승마장 등 말산업계 위한 소통 행정 ‘절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6월 22일 경상북도 1개소(구미·영천·상주·군위·의성 지역)와 경기도 1개소(용인·화성·이천 지역)를 각각 제2·3호 말산업특구로 지정했다.

지난해 12월 지정할 계획이었지만, 구제역 파동에 따른 방역 및 이동 제한 조치가 있자 한 차례 미뤄졌고, 지난 4월에는 심사 결과 기준 점수 미달로 경기도 화성과 이천·안성 그리고 경북 구미·영천·상주·군위·의성 3개소가 탈락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최종 결정됐다.

당초 예상과 달리 한 번에 경북과 경기 2곳 광역자치단체, 총 8곳의 기초자치단체를 공동 지정한 방식을 두고 일각에서는 초창기 말산업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환영의 뜻이 있었던 반면, 지역 안배 등 정치적 입장이 고려된 결과로 사후 관리 문제가 있지 않겠느냐는 말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 동시 지정·지리적 ‘연접’, 최선이었나

말산업특구 지정은 전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말이라는 단일 축종을 대상으로 한 특별법인 ‘말산업육성법’ 제20조 제1·2항에 따른 것이다. 농축산부가 밝힌 ‘말산업특구’의 개념을 면밀히 보면, “말의 생산·사육·조련·유통·이용 등에 필요한 인프라를 갖추고 말산업을 지역 단위로 육성·발전시킬 수 있는 특화된 지역”을 말한다. 이는 전국 각 지역 단위로 말 전문 생산 농장, 조련 시설, 거래 시장, 인력양성기관, 진료 시설, 조사료 생산 시설 등을 갖춰 이들이 상호 결합해 말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발전시킬 수 있는 지역을 뜻한다.

특구(特區·special zone)의 사전적 정의는 경제·교육·관광·농업 등의 시설을 개발하거나 집적할 목적으로 특별히 설치한 구역을 뜻한다. 특구 제도는 지역 여건에 맞춰 선택적으로 규제 특례를 적용해 지역 특성화 발전을 지원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제도로 2004년부터 운영돼 왔다.

특구 지정의 가장 큰 매력은 각종 규제 특례 혜택이 주어지고 특정 지역에 특정 사업을 집중 육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경기도 평택의 송탄관광특구 같은 경우 주한 미군 주둔지역이라는 점을 활용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 각종 문화 행사가 열려 신장동·지산동 일대는 불황을 모른다. 반면 부작용도 있다. 송탄관광특구 같은 경우 각종 외국인 범죄에 노출돼 내국인들이 가기를 꺼린다. 말산업특구의 경우 육성법 23·24조에 따라 조세 감면과 국공유 재산의 대부·사용 등의 혜택이 있다.

이번에 제2·3호 특구로 지정된 곳은 어떨까. 지정 지자체는 그간 말산업 육성에 최선을 다했고 특구 지정과 맞물려 지역 내 말산업 현황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홍보했지만, 일부 특화지역에만 한정됐을 뿐이라는 게 중론이다. 제4경마공원 조성과 각종 승마 대회 유치로 활동해 온 몇몇 지역을 제외하면 실상 특구 동시 지정이 섣부른 것 아니었냐는 지적도 있다. 지리적으로 연접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말(馬)과 관련 없는 지역을 끼워 맞춰 지정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심심찮다.

알다시피 이번 특구 지정은 컨소시엄 형태로 이뤄졌다. 제2호 특구 지정과 관련해 2013년 3월 개정된 ‘말산업육성법’ 제20조 제3항에서는 이들 지역이 지리적으로 분리되어 있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했기 때문. 제2호 특구 경북도는 ‘호스랜드’로 5개 지역에 각종 인프라 조성을, 제3호 특구 경기도 3개 지역에서는 수요 충족을 기대하고 있다. 이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제1호 특구로 지정된 후 조건이 완화됐음에도 내륙 지역에서는 충족할 인프라가 마땅치 않았기에 내놓은 일종의 ‘고육지책’에 따라 연접한 지역을 묶은 결과다. 게다가 특정 지역에서는 ‘타 지역에 이대로 밀릴 수 없어서’ 여당 실세를 동원했다는, 정치적 입김도 작용했다는 후문도 전해졌다.

▣ 특구 제도 무색한 예산 지원에 ‘당황’

지정 후 두 달이 지났고, 각 지자체는 특화된 인프라와 육성 방향을 세우기 위해 말산업 진흥 방향, 목표, 말의 생산과 수급 등 5개년 계획을 담은 말산업특구 중장기 진흥계획서를 수립해 농림축산식품부에 보고한 상태다. 하지만 이미 특구 지정 결과와 함께 발표된 올해 예산 지원에 대해 일부 지자체는 ‘실망’한 상태다. 특구 지정 당시 예산의 1/5도 안 되는 금액이 책정되자 사업을 추진할 동력을 잃었다고 할 만큼 어렵다는 것.

컨소시엄 형태로 지정된 방식이 가뜩이나 미약한 말산업계 행정을 ‘분산’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자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축산과(위생축산·축산임업·농정과 등) 소속 담당 공무원 가운데 고작 1~2명의 실무자가 말산업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특히 순환직이라는 공무원 업무 특성상 A 지자체에서는 특구 지정을 앞두고 부임된, 말산업이 뭔지 특구가 뭔지 전혀 모르고 업무에 뛰어든 경우가 있는가 하면 평균 5~8개월 차가 대부분이다.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도 현재 축산정책과에서 말산업을 담당하고 있지만, 말산업육성과를 별도로 신설해야 한다는 요구가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도 상기해야 한다.

기초자치단체는 광역자치단체를, 광역자치단체는 결국 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의 업무 하달을 기다리는 전형적 행정이 답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 세계 최초로 제정된 말산업육성법에 따라 시작 단계에 있는 말산업 육성, 백화점식 나열로 그친 말산업육성5개년종합계획의 차질 없는 수행에 있어 결국 행정이 발목 잡는, 자승자박이 되지 않겠냐는 지적인 것. 특히 농림축산식품부는 말산업뿐 아니라 쌀 시장 개방 및 구제역 문제와 타 축산 분야 정책 및 업무 처리와 관련해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최근에는 무허가 축사 양성화 문제와 관련해 담당부서 변경과 담당자 교체 문제 그리고 가축 분뇨 실태 조사 방법 백지화 요구와 관련해 무성의한 대응을 두고 말이 많았다. 민원에 따른 각종 단속과 규제 등 성과 쌓기 및 보여주기 식 행정은 ‘LTE급’으로 처리하는 방식과는 딴 판이다. 결국 시간만 지체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이 짊어지게 되니 “말산업은 FTA 협정으로 멍든 농어민들 민심 달래기 위한 것”이라는 자조의 말이 유행처럼 회자되는 현실이다.

물론 행정 및 공무 방식을 탓할 수만은 없다는 내부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특구 지정을 준비 중인 B 지역 담당 공무원 경우 “검토해 보니 특구로 지정돼도 특별히 달라지거나 좋아질 것 같지 않다”고 벌써부터 걱정이다. 특구로 지정된 C 지역의 경우 추진 중인 다른 사업들과 연계해 말산업을 지역을 대표할 융복합산업으로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을 내세웠지만, 내년도 아닌 2017년부터 3개년에 걸쳐 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담당 공무원은 “말산업을 지역 특화 산업과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 멀리 보고, 현실성 있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했다. 담당 공무원 역시 축산 쪽은 처음인, 부임한 지 이제 5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특구 지정에 따라 관련 내용을 치밀하게 파악, 행정도 함께 갈 수 있도록 준비한 그나마 긍정적 경우에 해당된다.

▣ 분산된 예산·행정…지정 취소 없어야

말산업은 국가 정책 기조를 담은 미래 유망 산업으로 키울 수 있도록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여전히 축산에서 말산업은 작은 분야이고, 초창기라서 정부의 예산 편성과 방향만 기다려보자는 ‘철밥통’ 지키기 식 변명은 현장에서 더는 통하지 않는다. 전문가로 구성된 특구 평가단이 연1회 이상 평가를 실시해 사후 관리할 때 이들 가운데 한 지역이라도 지정 취소가 된다면? 집행 실적이 미흡해 개선 권고를 3회 이상 이행하지 않으면 지정 면적의 조정이나 지정 취소도 할 수 있다.

롤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제주특별자치도도 ‘현재 진행형’이고 규모와 역사의 차이가 큰 선진국의 경우와 비교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마땅한 대안이라는 것도 찾기 힘들다. 이번에 특구로 지정된 대표 말산업 도시, 경북도의 D시와 경기도의 E시의 경우는 어떨까. D시는 담당 팀을 만들어 경마뿐 아니라 승마와 부대산업 활성화에 지대한 노력을 해왔다. 말산업육성과는 끊임없이 민간, 지역사회 관계자들과 소통하고 찾아가는 행정을 선보이고 있다. E시의 경우 지역 내 승마클럽·농가 관계자들이 하나로 뭉쳐 무언가를 만들어가자는, ‘아래’서부터의 변화와 원동력을 추진삼아 행정에 알리고 설득하면서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이 두 지역의 공통점은 역시 소통과 홍보 그리고 민관 협력이라는 키워드로 집약된다.

특구 지정은 이제 발걸음을 뗀 우리 말산업의 핵심 인프라이기에 그 주춧돌을 잘 쌓아야 한다. 게다가 말산업육성법과 관련 법안들의 충돌 등 기본 설계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노예 부리듯, 갑이 을에게 하달하는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초석을 쌓는다면 결국 무너질 바벨탑, 모래 위에 짓는 집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첨언 – 본 특집 기사는 지난 8월과 9월, 경북·경기 그리고 향후 특구 지정을 기대하는 광역지자체 및 기초자치단체 담당자들과 지역 내 실무 관계자들을 종합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특정 지자체에 대한 편견이나 편 들어주기 등 오해가 있을 수 있어 지역 명과 담당자 이름을 이니셜 표기한 것을 양해 바랍니다.

이용준 기자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014년 1월 제주특별자치도를 제1호 말산업특구로 지정하며 제주 말 생산 농가를 찾았을 당시 장면.
▲제3호 특구로 지정된 경기도의 화성·용인·이천시장이 정부로부터 지정서 전수를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지역 단위 말산업특구 육성 체계도.


작 성 자 : 이용준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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