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마 역사상 최초로 시행된 서울, 부산 통합 경주였던 KRA컵에서 삼관왕 등극의 부푼 꿈을 안고 원정에 나섰던 서울 경주마들이 부산 경주마에게 참패를 당했다.

이런 결과에 대해 단순히 부산 경주마가 서울 경주마에 비해 능력이 월등히 앞서 있다고 평가하기엔 서울 말들이 너무 무기력했다는 의견이 일반적인 견해다. 같은 서울 말만 비교해봐도 가장 나은 성적이 기대됐던 ‘대장군’이 경주전개에서 큰 실수가 없었고, 오히려 전개상 선행마들의 경합으로 유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삼무애’(6위)에 보다 못한 10위의 성적에 그쳤다는 것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과연 서울 경주마의 능력이 부산 경주마에 비해 떨어진 것인지, 아니면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따로 있었던 것인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외국의 사례와 비교해볼 때 불과 4시간 이동으로 인해 경주마의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보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한 부문이 있다. 외국의 경우 자동차로 하루를 꼬박 이동하고도 해당 주에 특정 경마장에서 경주를 치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제경주는 말할 나위도 없다. 10시간이 훨씬 넘는 비행시간을 거치고도 1주일 내외로 현지 적응을 한 후 우승을 차지하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올해 두바이월드컵 클래식 경주에서 지난해 미국 브리더즈컵 우승마 `컬린`이 아르헨티나의 스타마 `아시아틱보이`를 7과 4분의3 마신 차이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한 예를 들 수 있다. 또 영화 `시비스킷`에서도 보았듯이 4만km를 종횡무진 이동하면서 우승을 일뤄냈던 역사도 있다.

지금도 미국이나 호주 주요 국가들은 이곳 저곳에 흩어져 있는 경마장을 이동하면서 경마상금을 벌어들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KRA컵에서 서울 경주마들의 참패에 대해 수송 과정에서의 스트레스로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는 듯하다. 차량 이동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인해 대부분이 마필들이 현지에서 체중 감소 현상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또한 특정 마필의 경우 그 여파로 현지에서 채식 상태까지 안좋아지며 결국 체중 조절에 실패했고, 채식 상태가 괜찮은 마필이라 할 지라도 제 컨디션을 찾기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다른 원인으로는 현지에서의 경주로 적응 실패가 대두되었다. 원정을 떠났던 관계자들은 역시 시간적 여유가 너무 없었다고 의견을 내놓고 있다.

아직 미완성된 국산 3세마임을 고려할 때 경마대회에 출전할 정도로 완전한 경주로 적응을 위해선 최소 2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데, 컨디션 회복에 그 정도의 시간을 소모해 사실상 낯선 경주로에서 뛴 셈이라는 것이다. 위에서 거론된 두 문제점을 감안할 때, 가장 빨리 내려간 마필이 2주전이었다는 것은 첫 통합 경주를 앞두고 노하우 면에서 많이 부족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앞으로 통합 경주가 자리를 잡고, 특히 수송 문제에서 경주마들에게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이 발견된다면 2주라는 시간이 짧진 않겠지만, 현재로선 최소한 한 달 정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첫 통합경주를 치른 경마관계자들의 말이다.

그 외 부진 요소가 될 수 있는 것은 ‘대장군’과 ‘해머펀치’는 예외지만, 나머지 말들은 그동안 호흡을 맞춘 기수가 아닌 갑작스런 용병들의 기승으로 마필과 기수와의 호흡에서 아쉬움을 남겼고, 서울에서 내려간 5두 중 4두가 선행형으로 몰린 것도 전개상 약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경마 외적인 요소로 서울의 통합경주를 둘러싼 불협화음도 패인 중의 하나로 지적된다. 통합 경주 첫 시행을 앞두고 제도적인 문제점이 KRA와 관련 단체들 사이에 불거져 나오며 통합경주에 대한 분위기는 물론 참여율 저조로 이어지면서 통합경주에 대한 열망은 부산이 서울을 압도했다.

이제 관심은 5월18일 펼쳐질 코리안더비에 모아지게 됐다. 경마 외적인 요소를 제외한 모든 부분이 서울과 부산이 바뀐다고 할 수 있는데 더비에서는 어떨 결과가 나올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만약 더비에서도 부산경주마가 우승을 차지한다면 위에서 분석한 요인들이 정당성을 얻기 어려울 수도 있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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