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아침해!』 는 한국 전쟁의 영웅, ‘아침해’의 실화를 바탕으로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이 덧입힌, 재미와 감동을 더한 동화다.
『달려라, 아침해!』 저자 박상재 작가 특별 인터뷰

지난 9월 17일부터 20일까지 경기도 과천시에서는 과천누리마(馬) 축제가 개최됐다. 특히 매지컬 공연, ‘영웅 레클리스’는 대중에게 한국전쟁의 영웅 ‘아침해’를 알린 것뿐 아니라 우리 말산업이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말 문화 조성이 우선이라는 공감을 형성하게 했다.

개막식 메인 행사로 열린 ‘영웅 레클리스’는 지난해 청마의 해를 맞아 출판된 『달려라, 아침해!』 (봄봄출판사)를 원작으로 했다. 10월 6일 저자 박상재 작가를 서울 강월초등학교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 기자 말.


- 한국전쟁의 영웅, 군마 ‘아침해’의 이야기를 주제로 『달려라, 아침해!』 라는 동화를 쓰셨습니다.
“대학 시절 당시 학보사 편집국장을 하며 시와 소설을 습작했습니다. 교직 생활을 하면서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해 직접 동화를 쓰고 들려주게 됐습니다. 1983년에 쓴 『원숭이 마카카』가 공모에 장편 동화로 당선됐고 등단하게 되면서 의인화 동화, 판타지 등 ‘우화’를 주로 써오고 있습니다. 그간 창작 동화는 60여 권, 글짓기 책이나 위인전 등을 총 합하면 90여 권의 책을 썼습니다.”

- ‘아침해’ 이야기는 2013년 한국전쟁 정전 협정 60주년 기념행사를 통해 국내에서도 재조명받았습니다. 얼마 전 열린 과천누리마 축제에서 선생님의 책을 주제로 공연이 열렸습니다. 책을 쓰게 된 동기가 있다면요.
“언론을 통해 한국전쟁 정전 협정 행사 소식과 ‘레클리스’의 동상이 미국에서 제작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무척 감동을 받았습니다. 2014년은 청마의 해였기에 이 내용을 동화로 쓰자고 결심했습니다. 처음에는 단편으로 써서 아동문학 계간지에 출품했고, 봄봄출판사 대표님이 책으로 내자고 제의했습니다. 말 그림을 잘 그리는 이상권 작가를 섭외해 작년 11월에 출판하게 됐습니다.”

- 유명 동화 작가로서 말의 이야기에 주목하신 이유는요. 작가 입장에서 말은 어떤 매개체가 되는지요.
“제가 태어난 곳이 바로 전라북도 장수입니다. 완산동 인근에 용머리고개라는 길이 있는데 60년대 후반 어린 시절, 말들이 짐이나 벽돌을 지고 그 고개를 넘던 모습을 봤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또 집에 마구간이 있어 먹이를 주며 말에 대해 늘 친근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서울 남현동에 살 때에는 일 년에 몇 번씩 과천경마장을 찾았습니다. 경주마들의 씩씩한 기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습니다. 『달려라, 아침해!』를 쓰기 전에는 고향 장수를 일부러 찾아 장수목장을 견학하고 승마도 했습니다.
어린 시절을 기억하면 당시 말은 실생활을 가능하게 해 주는 생계수단이었습니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었고 친숙했던 동물이지요. 하지만 지금은 경마나 승마, 사극 등에서만 볼 수 있기에 조금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과거 말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고 친숙했던 동물…
말을 소재로 한 동시·동화 많아져 아이들이 볼 수 있어야
말과 친숙해지고 말산업 부정적 이미지 개선에 도움”

- 도 창간 때부터 ‘아침해’에 대해 특집 기사를 쓰는 등 주목하고 있었는데요, 『달려라, 아침해!』 는 작가의 상상력이 전방위로 발현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야기는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덧입혀 재미있게 독자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아침해’가 소년 마주 김흑문을 만나기 전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지 상상했고, 승마 올림픽 대표를 꿈꾸는 선수 ‘김영길’을 주인공으로 설정해 픽션을 가미했습니다. 휴전 후 ‘아침해’를 찾기 위해 김영길이 제주도 등 전국을 떠돌아다니고, 화가가 되어 ‘아침해’를 그리는 일, 동상 제막식에서 승리의 월계관을 걸어주는 일 모두 상상에 기초해 썼습니다.”

- 무엇보다 ‘아침해’의 생각을 표현한 부분도 좋았습니다. 특히 죽어서 동상이 되었지만, 아침해’의 영혼이 노인이 되어 찾아온 김영길을 만난 장면도 인상적입니다.
“다람쥐, 곰, 고양이 등 우리와 친숙한 동물을 소재로 한 작품을 많이 쓰면서 의인화를 자주 시도합니다. 전쟁 때문에 김영길과 이별했고, 휴전이 되자 전쟁 영웅이 돼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갔지만 한국을 그리워하는 ‘아침해’의 마음을 상상했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전쟁의 아픔과 피해, 참상도 부각시키려 했습니다.”

- 국내에는 ‘아침해’와 같은 말도 적지만, 이를 소재로 한 문학작품이나 콘텐츠도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말과 관련한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발굴하는 일이 필요한데요. 동화 작가로서 앞으로 구상하고 계신 작품이 있다면요.
“제가 아는 작가님이 과천누리마 축제에서 경주마 ‘차밍걸’을 주제로 한 ‘위대한 똥말’ 연극 원작을 쓰기도 했습니다. 개나 고양이를 소재로 한 동화와 작품은 많지만, 인간과 가장 오래 그리고 가장 밀접하게 생활해 온 말과 관련한 콘텐츠가 적다는 점이 참 아쉽습니다. 말을 소재로 한 동화를 썼고 인연이 됐기에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제주 조랑말을 소재로 말을 좋아하는 소년이 말과 교감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또 말과 관련한 역사적 지명, 전설 이야기도 조사해 글로 써보고 싶습니다.”

- 그럼에도 여전히 말 문화 분야 및 작가들에 대한 지원은 부족합니다. 독자들과 국내 말산업계 종사자 가운데 말 문화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달려라, 아침해!』 가 출판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기대만큼 팔리지 않았습니다. ‘영웅 레클리스’ 공연의 원작으로 그날 행사에 참석하신 시장님과 시의장님께도 사인해서 책을 드렸습니다. ‘한 도시에서 한 권의 책 읽기’ 운동이 있는데 과천시에서 『달려라, 아침해!』를 선정해 아이들에게 읽게 한다면 좋겠습니다. 또 아이들을 대상으로 말 독후감이나 글짓기, 그림그리기 대회도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 입장에서 말을 소재로 한 동화와 동시, 작품들을 많이 생산한다면 아이들이 그 작품을 읽고 말과 더 친숙하게 되고 말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개선돼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산업에 종사하는 분들도 말을 소재로 하는 작품에 관심을 가져야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용준 기자

▲『달려라, 아침해!』 의 저자 박상재 작가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감선생님으로 근무하고 있다. 30년 전 학교에 부임하며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동화를 쓰기 시작한 박상재 작가는 이후 동화작가로 등단, 90여 권의 작품을 다작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박상재 작가가 과천 누리마 축제에서 『달려라, 아침해!』 사인회를 하고 있다. 메인 공연 ‘영웅 레클리스’의 원작인 만큼 과천시와 한국마사회 등 주최 측에서 책을 관람객에게 무료로 증정하고 사인회를 열었다면 이보다 더 좋은 홍보 효과는 없었을 것이다.
▲『달려라, 아침해!』 는 한국 전쟁의 영웅, ‘아침해’의 실화를 바탕으로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이 덧입힌, 재미와 감동을 더한 동화다. 박상재 작가는 “어린이 여러분도 아침해처럼 꿈을 잃지 말고 살아가기 바랍니다”라고 책에서 밝혔다.


저자 소개
전북 장수 출신으로 단국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3년 공모에 장편 동화가, 198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돼 등단했다. 제7차 교육 과정 국어과 교과서 심의의원, 서울대학교 국어교육연구소 연구 및 자문위원, 한국교원대학교 겸임 교수를 역임했다. 한국 아동문학상, 방정환 문학상, 한정동 아동문학상, 박경종 아동문학상, 눈솔 어린이 문화상 등을 수상했으며 지은 책으로는 『원숭이 마카카』, 『개미가 된 아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고양이』 등이 있다. 이달 중으로 『고양희 역장』, 『아름다운 철도원』이라는 신작이 나올 예정이다. 현재 한국글짓기지도회 회장과 한국아동문학학회 부회장이다.


작 성 자 : 이용준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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