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코리안더비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에서 또다시 서울 말이 패배했다.
지난주(5월17일) 코리안더비만큼은 서울에서도 더 이상 내줄 수 없다는 강력한 승부 의지를 내비쳤고, 여건 또한 유리하면 유리했지 불리한 점은 없었다.
그러나 결과는 물론 내용 면에서도 서울이 완패하며 2008년 KRA컵 마일부터 시작된 통합 경주는 6전 전승으로 부산 말이 확고한 우위를 나타냈다. 이번 결과로 유추하건데 철옹성이라는 표현이 적합할 듯하다.
서울에서 펼쳐진 두 번의 코리안더비와 한 번의 농림수산식품부장관배 순위 상금만 계산해 봐도 12억2천8백만원 가량의 돈이 부산으로 내려갔다. 이런 결과와 함께 서울에서는 통합 경주에 대한 회의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사실 이번 코리안더비 이전까지만 해도 서울 말의 패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따랐다.
첫째는 대회에 대한 시각이다. 부산은 통합 경주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나타내고 준비했던데 반해 서울은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둘째는 마필 투자에서의 뚜렷한 차이다. 올해부터 등장하는 ‘엑스플로잇’ 등 고가 씨수말 자마들을 대비해 서울에서는 경주마 구입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했다면 부산은 공격적으로 구매에 나서 고가마들은 독점하다시피 했다.
셋째는 변칙적 기수 기용이다. 해당 경마장 소속 기수 기용이 원칙이지만 작년까지는 서울의 불참으로 인해 부산의 서울 원정마들의 경우 서울 기수가 기승함으로써 원정에 따른 불리한 요소가 상쇄됐다는 의미다.
그 외 서울 관리사 등 일부 인력이 제대로 파견되지 않아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일부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과 판이하게 다른 환경에서 진행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관리사도 원정에 적극 투입됐고, 경주마 구입에 대한 투자도 동등한 수준으로 이뤄졌으며, 기수 기용 원칙도 나름대로 지켜졌다. 출전 의지 역시 이번 코리안더비만큼은 다른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그럼에도 완패라는 결과가 나온 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분석해야 할 것인가. 단순히 국산 3세마에만 한정해서 평가해도 되는 것일까. 국산 3세마, 더 나아가 국산마 전체가 부산의 우위를 말해준다는 의견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부산 말이 절대 우위를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각계 각층의 의견을 다시 한번 종합해보면 첫 번째는 마필 관리에 대한 투자다. 대표적인 예가 마주가 1개월 단위로 지불하는 위탁관리비로 서울의 경우 한 달에 1백만원 가량, 부산은 1백30만원 가량을 기본 금액으로 책정하는데 개체별로 금액이 더 증가할 수도 있다.
이번 동반 입상한 ‘상승일로’와 ‘남도제압’은 한 달 위탁 관리비가 200만원에 가까운 것으로 전해지는데 그만큼 2세 시절부터 많은 투자가 이뤄졌고, 결국 마필의 발육 상태로 이어져 힘에서 우위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부산 말은 3세마가 아닌 그 이상의 마필 같다”라는 얘기까지 들린다.
두 번째는 마방 시설이다. 서울은 1980년대 식 노후화 된 시설 속에 전반적인 분위기가 어두운 반면 부산은 2000년대 식 최신 시설로 특히 햇빛을 받아들이는 투과 장치가 잘 되어 있어 항상 쾌적함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서울 말은 모텔에서 지내고, 부산 말은 호텔에서 지내 털 색깔부터 다르다”란 자조 섞인 불만까지 서울 조교사들 사이에서 나온다.
세 번째는 계속해서 제기돼 왔던 경주로 구조다. 서울보다 긴 부산의 결승주로(150m)가 부산 말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유까지 연계하면 그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이외 다른 이유도 거론될 수 있겠지만 모든 것을 떠나 경주마에 대한 투자와 관리 시설 그리고 경주로까지 마필 능력을 결정지을 수 있는 기본 조건에서 부산이 우위에 있기 때문에 통합 경주의 결과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김대유 기자 dykim@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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